나이 50이 넘어 색다른 경험을 했다. 내가 소속된 선교단체에서 주관하는 유격훈련에 참여했다. 유격은 단순한 훈련이 아니었다. 살아계신 하나님을 대면하여 만나는 시간이었고 내 안에 계신 성령님의 임재를 실제 경험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약속으로 주신 “그대의 믿음의 사귐이 더욱 깊어져서, 우리 안에 있는 모든 선한 일을 그대가 깨달아 그리스도께 이르게 되기를 나는 기도합니다”라는 빌레몬서 1장 6절 말씀대로 믿음의 교제가 실제 되는 시간이었다. 유격훈련을 신청하고서 처음에는 공격이 만만치 않았다. ‘혹시 객기는 아닌가?’ 그러나 주님께 나를 마음껏 드리고 싶은 갈망이 있었다.
유격 2박 3일 중 첫째 날은 안 쓰던 근육들을 깨우는 시간이었다. 동작은 엉망진창이었다. 주님은 다만 나를 보고 계시는 듯 했다. 그동안 ‘맞다, 틀리다’로 인식하던 나의 사고가 깨져나가는 순간이었다. 하루가 지나고 다음 날 일어나는데 온 몸이 석고같이 굳어 있었다. 훈련장에 도착하자마자 어제 배웠던 동작들을 시작하는데 동작이 하나도 생각이 안 나는데다가 굳은 몸 때문에 더욱 안 되었다.
교관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팔 벌려 뛰기 1800개 한 번 해봅니다.” “뭐라고, 몇 개?”, “1800개!” 그러나 숫자는 내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하나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팔 벌려 뛰기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빈혈로 눈앞이 하얘졌다.
그때 어디선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정신 줄 놓지 않습니다. 끝까지 갑니다. 부르짖어 봅니다. 목소리를 크게 내 봅니다. 움직여봅니다. 쉬지 않습니다.” 조교들의 말이 주님의 음성으로 들렸다. 얼마나 나를 지지해주시고 응원하고 계신지! 얼마나 나를 격려하시고 세밀하게 살피고 계신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정신 줄 놓지 않겠습니다. 끝까지 갑니다. 부르짖겠습니다. 주님!”을 외쳤다.
팔 벌려 뛰기가 1600개를 지나가고 있을 때 이미 나는 손을 들 수도, 다리를 들 수도, 목소리를 낼 수도 없었다. 그때 다른 지체들이 눈에 들어왔다. 한 사람도 제대로 하는 사람이 없었다. 나도 엉망이지만 지체들도 엉망이었다. 숫자는 계속 지나가고 있었다. 갑자기 주님의 은혜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내가 아무리 믿음으로 한다고 해도, 십자가로 간다고 해도 주님이 보시기에는 다 엉망진창이겠구나. 그런데 주님은 그런 나를 내치지 않고, 그런 지체들을 내치지 않고 그 자리에 있게 하셨구나.’ 주님은 힘없이 움직이는 팔과 다리, 흐느적거리는 나와 저들의 모습대로 보지 않으시고 믿음으로 보고 계셨다.
엉망진창인 동작, 그걸 보시는 주님은…
드디어 ‘1799’ 숫자가 외쳐지고 마지막 동작으로 끝이 났다. 제대로 잘한 것을 세어본다면 하나, 둘 정도였다. 그런데 주님은 내게 “1800개 네가 했어.”라고 말씀하신다. ‘지금까지 주님이 나를 이렇게 보고 계셨구나.’ 그리고 앞으로도 이렇게 보실 주님 때문에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모르는 게 아니었는데 정말 주님의 은혜였구나! 내가 뭘 한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구나! 그저 주님의 은혜를 찬송해야 할 일만 남았구나!’ 내 입술에서 찬양이 나오고 내 눈에서는 눈물이 비 오듯 쏟아지기 시작했다. ‘주님 팔 벌려 뛰기 1800개 아니라 1만8000개라도 하겠습니다. 주님이 하시니까요.’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 같은 통증도 사실이고 석고처럼 굳어서 앉고 일어섬이 고통인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큰 사실은 내가 지금 살아계신 하나님을 만나고 있다는 것과 성령의 격려를, 지지를, 응원을,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감격과 기쁨이 넘쳤다. 지나간 여정에도 그렇게 함께 하셨던 주님. 육체의 한계와 나이, 의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비참한 현실이라도 주님과의 교제는 더욱 깊어져 감을 알게 하셨다. 지금도 통증이 남아 있다. 하지만 상관없다. 의미가 없어졌다. 오직 예수가 전부일 뿐이다. [GNPNEWS]
김이순 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