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코너는 한반도의 부흥을 소망하며 함께 기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이슈나 사건,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편집자>
내가 열일곱 살 되던 해인 1973년 11월 30일이었다. 오전 11시에 신흥군 안전부로부터 갑자기 공설운동장에 집합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읍내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학생이건 노인이건 간에 하나도 빠짐없이 공설운동장으로 모였다. 도착해보니 사람들 사이에서 인민재판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끌려온 세 명의 노인들
오후 2시쯤 되자 짐칸을 포장으로 둘러친 트럭 한 대가 운동장을 가로질러 군중 앞에 멈췄다. 이어서 안전원들이 달려와 트럭에서 세 명의 노인들을 끌어내렸다. 그리고 25톤급 프레스가 차에서 내려져 운동장 한쪽에 설치되었다.
인민재판이 시작되었다. 그 재판은 신흥군 당위원회 안전부가 주최했는데 지도는 평양중앙재판소의 지도성원이 직접 맡았다. 세 명의 노인들은 심한 고문을 당했는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참으로 보기에 딱하고 안쓰럽기 그지없었다. 그런데 세 명의 노인들 가운데 하나가 하늘을 우러러보며 간절한 기도를 시작했다. 기력이 모자라 그런지 아니면 목이 쉰 탓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노인의 기도하는 음성은 옆사람에게도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그 노인의 기도가 끝나자 다른 두 명의 노인들도 ‘아멘’하고 입을 모았다. 놀랍게도 그 노인들의 표정은 너무도 평화로워 보였다. 내가 남한으로 와서 알게 된 것은 그 노인들이 이미 순교를 결심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죽음을 초월하고 있었던 것이다.
노인들의 기도가 끝나자 군중들 가운데 선동대원으로 보이는 몇 명의 청년들이 ‘처단하라! 처단하라!’고 소리쳤고, 그 소리가 신호인 듯 또 다른 청년들이 노인들 앞으로 나와 입에 재갈을 물렸다. 이윽고 중앙 재판소에서 내려왔다는 지도원이 군중을 향해 소리쳤다.
“동무들! 어버이 수령 김일성 동지의 유일사상으로 튼튼히 무장하기 위해 전체 인민이 하나같이 단결해 나가고 있는 시점에서 종교를 믿는 악독한 자들이 우리 공화국에 존재한다는 것은 믿을 수 없는 사실이오. 놀랍게도 아직 저 반동 종교인들이 남아서 지하활동을 펴왔다고 하니 이들은 종교라는 아편에 중독되어 저들만의 쾌감을 즐겨왔던 게 분명하오! 그렇다면 저들의 골통 속에 과연 뭣이 들어 있는지 이제부터 우리 다같이 관찰합시다.”
그의 연설은 처음부터 극한적인 잔인성으로 가득 차 있었고 매우 선동적이었다. 세 명의 노인들이 거기까지 끌려오게 된 것은 위생검열단의 검열과정에서 성경책이 발견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들은 한 집에서 은밀히 집회를 갖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들이닥친 검열단에 의해 성경책을 빼앗기고 체포되었다는 것이다.
집행된 인민재판
안전원들이 달려들어 노인들을 철판 위에 눕히고 머리를 압축판 쪽으로 밀어 넣었다. 그때 다시 군중 속에서 선동적 외침이 나왔다. “저 인간쓰레기들을 인민의 이름으로 처단하라!”
“작동!”이라는 구령과 함께 안전원들이 스위치를 눌렀다. 25톤급 프레스가 서서히 작동하기 시작했다. 압축판이 점점 조여들고 노인들의 머리를 사정없이 짓눌렀다. 주민들은 한동안 몸이 굳어진 채로 꼼짝도 않고 서 있었다. 상당수의 부인들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렇듯 1970년대 초부터 1976년까지 여러 곳에서 비밀리에 하나님을 섬기던 기독교인들이 김일성 집단에 의해 무참히 처형을 당했다. [GNPNEWS]
<출처: 붉은 예수쟁이(문광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