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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칼럼] 십자가의 능력

▲ 사진: Pixabay

이상규의 성경묵상5

로마서 16:1~9

로마서는 바울이 3차 전도여행 때 고린도에서 1400km 떨어진 로마의 그리스도인들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바울은 이 편지를 당시의 우편제도를 이용하지 않고, 겐그리아 교회 여집사였던 뵈뵈편으로 전달했습니다. 그래서 16장 1, 2절에서 이 편지를 전달하는 뵈뵈라는 여성에 대해 소개하고, “그를 합당한 예절로 영접하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로마서는 16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15장으로 끝맺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바울이 편지를 다 쓰고 나서 미처 못한 말이 있어서 추신으로 쓴 부분이 16장입니다. 다드(C H Dadd)나 맨손(T W Manson) 같은 학자는 로마서 16장은 본래 로마서의 일부가 아니라 에베소에 보내는 다른 편지의 일부였다고 주장합니다만 겜블(Harry Y Gamble)의 지적처럼 설득력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 16장에는 ‘누구에게 문안하라.’ ‘누구에게 안부하라’는 등의 인사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교부시대로부터 로마서 16장은 중요한 본문으로 간주되지 않았습니다. 후대의 신학자들이나 성경주석가들에게도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저 인사말 정도로 여겨져 왔습니다. 그러나 꼼꼼히 살펴보면 16장은 아주 중요한 본문이고, 이 문안을 통해서도 우리에게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로마서 16장을 찬찬히 읽어보십시오. 이곳에는 몇 사람이 언급되고 있을까요? 34명의 이름이 나옵니다. 이 중에서 로마교회 성도가 아닌 이들을 제하고 나면 26명이 남습니다. 말하자면 바울은 로마교회 성도 26명의 이름을 거명하면서 문안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바울은 적어도 28명 이상의 로마교회 신자를 알고 있었다는 점을 암시합니다. 16:13절을 보면 ‘루포와 그의 어머니’라고 하여 루포도 알지만 그의 어머니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음을 암시하고 있고, 16:15절에서 ‘네레오와 그 자매’라고 하여 네레오와 그의 자매도 알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명되지 않는 두 사람까지 계산하면 바울은 로마교회 성도 28명을 알고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바울은 한 번도 방문한 적은 없으나 로마교회 성도들 중의 26명의 이름을 말하면서 그들에 대해 안부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바울의 편지를 통해 우리는 2천년 전의 로마교회 성도들 가운데 26명의 명단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16장에 나오는 이름을 통하여 로마교회의 인적 구성을 알 수 있습니다. 신약성경이 기록될 당시에는 모든 사람을 3가지 기준에서 판단했습니다. 첫째는 인종적으로 유대인인가 이방인인가? 둘째는 사회 신분상으로 자유인인가 노예인가, 셋째는 성적으로 남성인가 여성인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바울이 갈라디아 3장 28절에서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유대인이든 이방인이든 종이든 자유자이든 남자이든 여자이든 구별이 없다”라고 말했는데, 이것은 그 당시의 관례를 반영하고 있는 것입니다. 로마서 16장에 기록된 이름을 보면 로마교회에는, 유대인과 이방인, 노예와 자유인, 여성과 남성이 혼재해 있었던 공동체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좀 더 살펴볼까요? 26명 가운데서 브리스가(부리스길라)와 아굴라(3), 안드로니고와 유니아(7), 헤로디온(11) 등 5명은 유대인이었습니다. 바울은 이들은 나의 ‘친척’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친척이란 ‘친족’으로도 번역될 수 있는데 유대인이라는 뜻입니다. 그 외는 이방인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로마서 16장에서 언급된 26명 가운데서 5명은 유대인이고 나머지 21명은 이방인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16장의 26명 중 일부는 노예나 해방된 노예 신분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암블리아(8) 헤로디온(11) 드루베나와 드르보사(12) 버시(12) 네레오(15) 등은 노예였고, 마리아(5), 유니아(7), 율리아(15) 등은 해방된 노예이거나 해방된 노예의 후손으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곧 노예 신분의 사람이 9명이었습니다. 반면에 브리스가, 아굴라, 우르바노, 루포 등은 자유인이었습니다. 이렇게 볼 때 자유인은 17명으로 보입니다. 또 26명 중 브리스가(3), 마리아(5), 드루배나와 드루보사(12), 버시(12), 율리아(15), 유니아(7) 루포(13), 네레오(15) 등이 여성이었습니다. 유니아는 남성일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볼 때 8명 내지 9명은 여성이었습니다. 따라서 남성이 17명 혹은 18명 정도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즉 로마교회는 유대인과 이방인 자유인과 노예 남성과 여성이 섞여 있던 공동체였던 것입니다.

바울은 먼 거리에 있고 한 번도 방문하지 못한 교회였지만 26명의 이름을 거명하면서 애정 어린 인사를 보내고 있는 것을 보면 그리스도 안에서의 바울의 교제가 얼마나 폭넓었던가를 보여줍니다. 또 함께 할 수 없는 인종과 신분 계층, 남녀가 함께 있었다는 점은 구성원의 보편성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교회공동체는 어떤 특정한 인종이나 신분의 사람만이 아니라 누구든지 어떤 신분의 사람이든 함께 할 수 있는 구성원의 다양성을 교회의 특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이 본문에서 가르치는 보다 중요한 한 가지는, 복음의 능력과 십자가의 위력입니다. 복음의 능력 때문에 유대인과 이방인의 차별이 철폐되고 노예와 자유인 사이의 장벽이 제거된 것입니다. 또 남자와 여자 사이에 가로 놓여 있던 벽을 허신 것입니다. 유대인과 이방인, 자유인과 노예는 결코 한자리에 앉을 수 없는 집단이었습니다. 그러나 십자가의 보혈은 그 담을 허신 것입니다.

이런 정신을 에베소서 2:13절 이하에서는 “그는 우리의 화평이신지라. 둘로 하나를 만드사 중간에 막힌 담을 허시고, … 십자가로 이들을 한 몸으로 하나님과 화목하게 하셨고, … 원수된 것을 십자가로 소멸하셨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십자가의 보혈은 적대적 집단의 벽을 제거하신 것입니다. 십자가의 사랑은 자유인과 노예 사이의 신분의 벽을 제거하시고, 여성과 남성 사이에 가로 놓여 있는 장벽을 허신 것입니다. 오늘 우리에게 이런 복음의 능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복음기도신문]

이상규 교수 | 전 고신대 교수. 현 백석대 석좌교수. 교회사가로 한국교회 사료 발굴에 기여했으며, 한국장로교신학회 회장과 개혁신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한국교회와 개혁신학> 등 다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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