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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에서 외치다] 변경된 일정, 그러나 예비된 사람을 만나다

▲ 노방 전도를 하고 있는 청년들. WMM 제공.

기독학교 헤브론원형학교 학생들은 학교를 졸업하고 ‘용감한 정예병(이하 용정)’이라는 이름으로 2년의 단기선교를 떠난다. 여러 국내, 국제단체들로 단기선교를 결정하게 되는데 순회선교단 와이낫 미션(Why Not Mission)팀도 그중의 한 곳이다. 국내에 베이스를 둔 와이낫미션은 대부분의 시간을 일상의 삶에서 복음이면 정말 충분한지를 검증하는 훈련 과정을 갖고 있다.

이때 여러 커리큘럼이 있지만 기간마다 진행되는 과정 중 하나는 전도 아웃팅(전도여행)이다. 전도 아웃팅의 모든 일정은 훈련생인 용정들이 직접 짠다. 이 기간 중 이동 장소와 전도 방법 심지어 어디에서 무엇을 먹고 어떻게 이동할 것인지까지 모든 일정을 세세하게 계획한다. 예배로 주님 찬양하기를 기뻐하는 젊은 청년들답게 이번 전도아웃팅은 예수전도단의 화요모임에 참여하는 것으로 첫 스타트을 끊기로 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 복음이 길거리에서 선포되는 것이 필요한 곳, 버스킹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곳 등 여러 상황을 가정하고 용정들은 일정들을 짜 내려갔다.

출발을 하루 앞두고 내일 만나게 될 영혼들을 기대함으로 일정을 주님께 올려드리고 기도를 마쳤는데 갑자기 예상치 못한 공지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올라왔다. 화요모임이 간사총회로 휴회된다는 글이었다. 아니 갑자기 하루 전에, 주님이 이런 당황스러운 일을 허락하시다니…. 주님을 예배하길 기대했던 마음들이 있던 터라 실망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내 이 일을 허락하셨을 때는 반드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급히 서울 이태원과 남산에 가서 전도하는 일정을 추가했다.

서울 이태원역 지하철 입구 한쪽에 자리를 잡고 예배를 시작했다. 일행중 일부는 예배를 드리고 일부는 사람들에게 전도지를 나눠주었다. 거리에는 한국 사람보다 외국 사람들이 더 많아 보였다. 이제 막 전도지를 나눠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팀의 한 형제가 외국인과 교제하는 게 보였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가보니 이미 대화가 진행되고 있어서 조용히 지켜보면서 중보기도를 시작했다. 대화는 좀처럼 멈춰지지 않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그 청년이 우리 팀 모두를 초대해 카페에 가서 교제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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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MM 제공.

전도를 멈출 수는 없고 우리 중에 가장 자유롭게 영어로 교제할 수 있는 형제가 자리를 이동해 그분과 1:1로 교제하기로 했다. 한참이 지나도 둘은 카페에서 나올 줄을 몰랐다. 거의 한 시간이 지나 전도 일행에게 돌아온 형제가 들려준 이야기는 참 놀라웠다.

아베드(Abed)라는 이름의 네덜란드 청년은 무슬림이며 아시아를 여행하던 중 마지막으로 한국을 방문했다고 한다. 어제 입국해 내일이면 출국인데 마침 이태원에서 우리를 만났다고 했다. 자신은 이슬람교를 믿고 있으나 불교와 기독교를 많이 연구해 왔다고 했다. 전도지를 건넨 형제에게 모든 사람이 죄인이라는 진리를 들으면서 끝까지 동의하지 못했다고 한다. 모두 지옥에 가야 하는 죄인이라는 사실과 하나님께서 죄인을 심판하신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했다. 왜냐하면 자기가 믿는 이슬람교의 교리는 모든 사람이 선하고 알라는 죄를 용서하시는 자비한 분이시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믿는 이슬람교와 알라신의 아름다움을 역으로 우리 팀 형제에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의 이야기를 다 들어주고 나서 당신이 그 아름다움 때문에 무슬림이 된 것처럼 나도 죄인인 나에게 아들을 보내사 구원을 주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아름다움 때문에 복음을 믿는다고 얘기하고 헤어졌다고 했다.

자신이 제대로 복음을 전하지 못했다고 자책하는 형제에게, 그 무슬림 형제에게 정말로 일하실 분은 주님일며, 그 주님을 기대하자고 격려했다. 그러나 우리 팀 일행 모두는 바로 그 무슬림 형제 때문에 우리가 이태원에 왔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까지 진리를 들으려고 하는 일은 흔하게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태원을 떠나 남산으로 이동하는데 화요모임을 가지 못한 실망은 이제 온데간데 없고 주님이 누구를 예비하셨는지가 궁금해졌다.

남산타워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우리 일행은 먼저 타고 간 차량을 주차장에 두고 가야 했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차에서 내리려는데 마침 장애인 택시 한 대가 우리 곁에 멈춰 섰다. 천천히 트렁크가 열리고 휠체어에 탄 어르신을 택시 기사가 돕고 있었다. 휠체어에 탄 아내와 남편분이 함께 계셨다. 거의 70대 이상쯤 되어 보이시는 노부부였다. 우리처럼 남산타워에 올라가시는가 싶어 말을 걸어보았다. 너무 오랜만에 오신다면서 내일부터는 태풍이 온다고 해 큰맘 먹고 나오셨다고 한다. 옛날 기억만 가지고 휠체어로 살살 밀어서 올라가면 타워가 있다고 생각하고 오신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주차장 이름이 네비의 지도에서는 남산타워 주차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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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MM 제공.

우리 팀에 힘이 센 남자들이 많으니, 셔틀버스를 탈 때 휠체어를 들어드리겠다고 함께 이동하자고 말씀드렸다. 난처한 표정을 지으시면서 신세 지고 싶어 하지 않으셨다. 그래도 여러 번 권하니 그러면 같이 가자고 하셨다.

그런데 또 다른 복병은 언덕길이었다.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선 다시 올라온 언덕길을 내려가야 했다. 길을 확인하시곤 태도가 강경해 지시면서 한사코 알아서 하겠다고 하셨다. 더 이상 도와드리겠다고 요청하는 게 불편함을 드리는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노부부를 주차장에 두고 발길을 돌려 내려오는데 도저히 그냥 갈 수가 없었다. 왠지 이 노부부 때문에 우리가 남산에 온 것이라는 강한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시 형제 둘을 보내기로 했다. 어떻게든 설득해서 차로 케이블카 타는 곳까지 모셔 드리기로 했다. 나머지 팀원들은 남산타워로 이동하고 거기에서 팀원들을 기다리기로 했다. 주님이 일해주셔서 우리의 도움을 받으시길 기도했다. 우리 편에서 아무리 호의를 베풀고 싶어도 받는 편에서 불편하면 더 이상 그것은 호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얼마나 지났을까? 남산타워에 도착하고도 한참이 지나서야 형제 둘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놀랍게 노부부도 남산타워에서 뵙게 되었다. 그전만 해도 휠체어에 타신 아내는 모자를 푹 눌러쓰셔서 얼굴을 뵐 수가 없었다. 힘드신지 말을 걸어도 아무 반응이 없으셨다. 그런데 남산타워로 올라오신 아내가 해처럼 밝게 웃으시면서 두 분이 함께 사진을 찍고 계시는 게 아닌가! 팀의 도움을 받아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오신 것이다. 다시 인사드리고 사진을 찍어 드렸다. 복음을 전할 수도 있었지만, 행여라도 의도를 가지고 접근한 것처럼 오해하실까 싶어 우리가 전도 여행을 온 선교사들이라는 것만 말씀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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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MM 제공.

그렇게 전도 여행의 첫날을 마무리하고 숙소로 돌아와 누웠는데 주님의 계획이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처음에는 계획했던 예배 공연에 가지 못해 아쉬웠는데 주님은 우리를 향한 더 좋은 완벽한 계획을 세우고 계셨다. 인천 지하철에서 큰 소리로 예배하다가 쫓겨나고 그렇게 쫓겨나온 곳에서 노방전도를 하시는 목사님에게 커피를 대접받은 일, 모교에 가 예배를 하는데 일면식도 없는 까마득한 후배가 팀 전체 음료를 섬겨준 일, 인천 터미널 앞 광장에서 더위가 무색하게 열정적으로 찬양하며 마음껏 주님을 높여드린 일 등 모든 순간마다 주님은 우리와 함께 하셨고 우리를 격려하셨으며 우리로 인해 기뻐하셨다.

“하나님의 지혜에 있어서는 이 세상이 자기 지혜로 하나님을 알지 못하므로 하나님께서 전도의 미련한 것으로 믿는 자들 구원하시기를 기뻐하셨도다”(고린도전서 1:21)

아무도 듣지 않고 조롱하고 무시하고 비웃는 이 전도의 미련한 것으로 구원하시기를 기뻐하시는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 그분은 여전히 길거리 구석구석 미련한 것을 가지고 외치는 자들의 소식을 통해 역사하고 계셨다. [복음기도신문]

최현정 선교사(순회선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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