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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선교] “이곳에 와줘서 너무 감사해요”

▲ 6일의 항해 후 도착한 프리타운 항구. 우기준 제공

청년 선교사들의 생생한 좌충우돌 믿음의 순종기를 담은 [청년 선교]. 기독교인 청년을 찾아보기 어려운 지금, 복음과 운명을 같이한 20대 청년 선교사들이 선교 현장 곳곳에서 매주 치열한 믿음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현장을 소개한다. <편집자>

저는 지난 한 달간 주님을 매일매일 만나며 정말 잊을 수 없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마 배에 오고 나서는 이번 달이 가장 힘들었던 한 달이었던 것 같습니다. 뱃사람들과 일, 매일 나오는 식빵과 치즈에도 익숙해지면서도, 주님 아니면 단 하루도 쉽지 않은 시간들이었습니다.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지만 그 일들을 다 설명할 수는 없고, 많은 일들이 있었던 지난 시간을 쉽게 표현하자면 ‘주님을 자주 찾았던 한 달’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오랜 시간을 기도실에서 보내면서 매일마다 살아갈 힘과 용기를 기도를 통해 주님께 받는 것 같은 나날들이었습니다.

그런 주님과의 이야기가 가득한 지난 한 달을 여러분에게 소개하려니 기대되고 설렙니다.

아픔의 땅, 시에라리온으로

“시에라리온은 우리가 가본 그 어떤 아프리카도 비교할 수 없는 가난한 나라가 될 거야.”

시에라리온은 정말 가난한 나라입니다. 이들이 이렇게 살아가는 데에는 많은 이유가 존재합니다.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있었던 내전, 날이 갈수록 증가하는 무슬림 등등 많은 아픔 가운데 살아가는 나라입니다.

시에라리온이라는 나라를 ‘아픔의 땅’이라고 표현하는 만큼 저는 이 땅에 도착하기 전, 스스로 다짐하고 결단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바로 이들의 친구가 되기로 결단했습니다. 이들을 마음 다해 사랑하며 가까이 다가가고 그들에게 복음을 전해주는 진실한 친구가 되기를 결단하며 기도와 예배로 이 땅을 맞이할 준비를 했습니다.

그리고 예정된 4일보다 더 길어졌던 항해가 지나 시에라리온, 프리타운 항구에 들어서면서 저 멀리 보이는 이 나라의 모습은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주님이 만드신 아름다운 이 나라의 광경을 눈에 담으며 반드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기를 다짐하던 저의 모습, 그렇지만 이런 결단 앞에 주님은 저에게 ‘선교’라는 정말 수도 없이 들어본 이 단어를 제 삶에서, 시에라리온을 통해 깨닫게 하셨습니다.

“다시는 오지 않을 거야”

제가 1년 전 중국에서 오랜 시간 사역하신 선교사님에게 한 가지 질문을 여쭈었습니다. “선교사님, 선교 사역 하시면서 가장 힘든 것은 뭐였어요?” 이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그분은 단호하게 답해주셨습니다.

“사랑입니다. 중국을 위해, 그 사람들을 위해 다른 건 다 할 수 있었지만, 그들을 저의 의지로 사랑하기란 불가능이었습니다.” 이 답변을 처음 들었을 때는 이게 무슨 의미였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오늘, 10월 한 달 동안 저는 이곳 시에라리온에서 이 답변의 의미를 깨달았습니다.

시에라리온을 품고, 이곳 사람들의 가장 진실한 친구가 될 것이라고 다짐하며 왔지만 이곳에서 볼 수 있는 저의 모습은 ‘시에라리온 사람들을 사랑할 수 없는 죄인된 저의 모습’이었습니다.

이곳에서 저는 한 달 동안 정말 많은 기회를 통해 시에라리온 사람을 만나고 이 나라를 경험하고 섬길 수 있었습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들을 말하자면 바로 ‘크라우드 컨트롤(Crowd Control.인파 통제)’였습니다.

크라우드 컨트롤은 문자 그대로 ‘사람들을 통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희 로고스호프의 수많은 사역 중 가장 주된 사역은 바로 ‘선상서점’입니다. 배 안에 있는 북페어를 통해 그들에게 싼값에 책을 팔고 아이스크림과 작은 음식들을 팔면서 그들과 접점을 만들고 그 안에서 복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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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이 안 보이는 로고스호프 방문객 줄. 우기준 제공

이곳 시에라리온에서는 하루에 많으면 6천 명이 넘는 현지인들이 저희 배, 서점을 방문하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많은 현지인들을 만나고 이들을 대하고 섬기는 것은 저희에겐 항상 감사 제목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너무 많은 현지인들이 배에 방문하여 인파를 통제해야만 하는 위급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저희는 그 상황을 ‘크라우드 컨트롤’이라고 부릅니다.

저는 북페어 부서가 아닌 엔젤 부서에서 주된 사역을 담당하지만 이렇게 현지인들을 대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맡기도 하며 최대한 현지인들과의 접점을 가지려고 노력했습니다.

하루는 굉장히 평화로운 날이었습니다. 제 사역을 다 마치고 공부하며 쉬고 있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저희 배 알람이 울렸습니다. 다급한 목소리로 “지금 당장 투입 가능한 인원은 밖으로 나와서 크라우드 컨트롤을 도와주십시오.”

당시 상황은 이렇게 됐습니다. 배에 방문하고 싶어 하는 수많은 현지인들이 더운 날씨와 길어지는 줄들로 인해 표를 판매하는 곳에서 난동을 피우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이 알람을 듣자마자 안전복을 챙기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밖으로 나가 제가 마주했던 현장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셀 수 없는 인파 속 서로를 밀치고 있는 현지 사람들, 너도나도 먼저 표를 사기 위해서 표 파는 하우스를 두드리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심각해진 현장 상황으로 인해 표 판매를 중단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다급하게 북페어 사람들과 합심하여 흥분한 현지인들과 인파를 진정시키고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사람들이 서로를 밀칠수록 상황은 더욱 격해졌고, 위험해져 갈수록 저는 군중을 향해 더 소리 지르고 더 과격하게 말리며 인파를 통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많은 현지인들과 싸우며 서로 상처를 주고받았던 것 같습니다.

그 시간들을 통해 정말 많은 말들을 들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욕부터 시작해서 어떤 현지인은 저에게 ‘차이나 보이’라고도 하고, ‘칭챙총’ 이라고 놀리기도 하고, 누구는 저에게 헤드락을 걸며 이렇게 소리 질렀습니다.

“너는 이곳에 우리들을 섬기려고 온 거잖아. 우리한테 더 예의 있게 행동해.” 또, 어떤 현지인은 자기네 나라라며 공격적으로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모든 것들이 듣기에 쉽지 않았지만 가장 저에게 상처 입은 말들은 다름 아닌 이런 말들이었습니다. “다시는 이곳에(로고스호프) 오지 않을 거야.”, “너희들은 돈만 밝히는 사람들이잖아.”

이 말들이 상처가 됐던 이유는 이들이 저희를 모욕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바로 이들이 이곳에 와서 복음이 아닌 분노를 가득 담고 갔다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현지 사람들과 논쟁을 펼치고 실랑이를 끝낸 후 저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세상을 다 잃은 표정으로 주님께 정말 간절하게 질문했습니다.

“주님, 어떻게 저들의 친구가 될 수 있는 거죠? 어떻게 제가 저들을 사랑할 수 있죠? 아니 제가 만약 사랑이든 뭐든 무엇을 하든 저들이 복음을 어떻게 받죠?”

주님 앞에서 이 땅을 두고 기도할 때, 저의 기도제목은 단 한 가지였습니다. 이들의 진실된 친구가 되는 것. 예수님이 내게 찾아오셨던 것처럼 나 또한 가장 낮은 자가 되어 이들에게 다가가는 것. 하지만 그런 저의 기도제목과 다르게 현지 사람들에게 저는 자신들에게 화를 내고 자신들과 대적하는 배의 직원일 뿐이었습니다.

저는 시에라리온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저의 그 어떤 노력도 다 소용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저는 이들을 사랑할 수 없고 이들 또한 저희의 선교를 받을 수 없다고 말입니다.

“이곳에 와줘서 너무 감사해요”

그렇게 선교에 대해서 많은 낙심과 저의 연약한 모습 때문에 이곳에서 사역을 하는 것이 이제는 더 힘들고 어려워지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저는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씨데이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런 기대도, 아무런 감흥이나 기쁨도 없이 뭔가 다 내려놓은 사람마냥 어느새 저에게 사역은 그저 일이 됐습니다.

그날 제가 맡은 씨데이는 키즈 사역이었습니다. 현지 선교사님 트럭 뒤에 타서 저희는 프리타운 안쪽으로 쭉 들어갔습니다.

‘정말 이곳에 사람이 과연 살 수 있을까?’ 싶은 마을이었습니다. 그곳 깊은 곳에 정말 폐허처럼 보이는 한 건물에 차가 멈추더니 다 도착했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약간 당황했지만 그 건물 안에서 아이들이 하나씩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알고 보니 낡은 건물에서 생활하는 시에라리온의 기독교 학교 공동체였습니다. 사람이 살지 않을 것 같은 곳에서 그 누구보다 어리고 어여쁜 아이들이 웃으며 서로 장난치고 놀고 있었습니다.

그날 저희가 그 아이들을 위해서 준비한 사역은 정말 너무 간단했습니다. 그들에게 돌아온 탕자 이야기를 하며 복음을 전하고 남은 시간은 같이 뛰고 게임하며 논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 순간이라도 아이들이 행복하게 웃으며 놀면 된다는 생각으로 아이들과 최선을 다해 열심히 놀았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다 되어 아이들에게 인사를 하고 건물 밖으로 나오는데 한 아이가 저에게 다가오더니 저의 손을 잡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곳에 와줘서 너무 감사해요.”

그 아이에게 이렇게 물어봤습니다. “오늘 우리가 해준 복음 이야기 기억나?”, 그 아이는 밝은 미소와 함께 “그럼요! 다 기억나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이 한마디에 저는 선교가 무엇인지 다시 배우게 됐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한, 저의 최선과 노력을 다해 준비하고 연습해서 현지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그들에게 좋은 것을 제공해 주면, 그것들이 통로가 되어 그들이 복음을 받아들인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곳 시에라리온에서 목격한 선교는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준비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아이들과 그저 놀아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이 전부였지만 아주 짧은 그 시간 그들에게 들린 복음은 저희가 준비한 것과는 달리 강력했고 완전했습니다.

이 시간을 통해 저는 다시금 선교의 주인이 누구인지 확신하게 됐습니다. 선교의 주인, 하나님!! 현지 사람들과 지지고 볶고, 이들을 사랑하기는커녕 미워하고 싸우기만 하는 저의 모습은 비참했지만 그렇다고 주님의 선교가 실패한 것이 아님을 선포하게 됐습니다.

이 진리가 저에게 선포되고 나서 저는 저의 힘으로 이들을 사랑하기를 멈췄습니다. 저는 어떤 완벽한 사역, 이들을 최선과 열심으로 사랑하려는 그 어떠한 것도 잠시 멈춘 다음 기도실로 향했습니다.

예배의 자리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예배와 기도하는 것이면 충분합니다. 왜냐하면 저는 이들을 사랑할 수 없는 죄인이지만 하나님은 이들을 지겹도록 사랑하시는 이들의 아버지이시기 때문입니다. 시에라리온을 향한 주님의 선교는 반드시 완성될 것임을, 이미 그 승리가 선포되었음을 믿으며 나아가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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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에라리온 시내에서 로고스호프로 복귀하는 선교사들. 우기준 제공

아프리카를 떠나면서

사랑하는 동역자 여러분, 저는 지난 6월 1일 한국을 떠나 도착한 잠비아를 시작으로 가나 테마에서 로고스호프에 승선, 타코라디까지 거친 후 이곳 시에라리온 프리타운에서 지난 5개월 동안의 아프리카 여정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몸도 약한 저를 아프리카로 부르셔서 많은 어려움 가운데서도 주님은 저를 결코 포기하지 않으셨습니다. 그 주님의 선하심을 지난 5개월간 이곳 아프리카 땅에서 누렸습니다. 지난 5개월 동안의 기도편지 속에서 저를 향한 주님의 선하심을 여러분은 보셨나요?

이제 저는 시에라리온에서의 시간을 마지막으로 아프리카에서의 여정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저를 기도해 주시고 후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는 이제 11월 1일, 정든 아프리카를 떠나 12일간의 항해 동안 대서양을 건너 카리브해에 위치한 ‘바베이도스’라는 섬나라로 가게 됩니다. 저희 로고스호프 선교선은 지난 1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의 아프리카 사역을 마치고 이제 카리브해 사역을 앞두고 있습니다.

저를 위해서 계속 기도해 주십시오. 선교사로 살아가는 것에 있어서 주님을 날마다 놓치지 않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저는 다시 주님과 함께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르는 11월을 담대하고 거침없이 걸어가 보겠습니다. [복음기도신문]

우기준 선교사(헤브론원형학교 용감한정예병 파송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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