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4만명, 2021년 54만명…코로나19 이후 사회와 단절↑
경제적 손실만 6조원 넘어…찾아가는 사업. 청년미래센터 확대 필요
편집자 주 = 우리 사회의 정신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각종 수치나 통계가 위험 신호를 지속해서 보내고 있습니다. 정부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종 대책을 내놓는 만큼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연합뉴스는 정신건강 문제의 현 주소와 대책을 점검하는 기사를 매주 1건씩 4회에 걸쳐 송고합니다.
“원룸에 살던 청년이 돌아가셨는데 방 좀 정리해주세요.”
경기도에서 특수청소 업체를 운영하는 구찬모 결벽우렁각시 대표는 최근 대구의 한 원룸에 방문했다가 이제는 낯설지 않은 광경을 목격했다.
19살 청년은 자신이 살던 원룸에 각종 쓰레기를 쌓아두고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
고립·은둔 생활을 하며 보관한 쓰레기만 2t이 넘었다.
특수청소 업체 직원들이 원룸을 비우는 데만 10시간이 넘게 소요됐다.
구 대표의 말처럼 ‘고립·은둔 청년’은 낯설지 않은 단어가 됐다. 동시에 사회와 단절된 채 홀로 지내는 청년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취업 실패, 대인 관계 등의 문제를 겪으며 주거지에 갇혀 바깥 외출을 꺼리고 쓰레기를 모아두고 사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청년들은 2019년 코로나19 발병 이후 사회적 거리 두기 현상과 더해져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한 사회적 손실 비용이 연간 6조원이 넘는다는 연구 결과도 제기됐다.
청년 문제를 주로 접하는 사회 활동가들은 ‘찾아가는’ 방식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 사회와 단절된 외톨이 청년 54만명…왜?
청년들이 고립·은둔 상태에 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23년 7∼8월 전국 19∼34세 고립·은둔 경험이 있는 청년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했다.
응답자 2만1천360명이 선택한 고립·은둔 이유는 취업실패(24.1%), 대인 관계(23.5%), 가족(12.4%), 건강(12.4%) 순으로 나타났다.
결벽우렁각시 구 대표는 “코로나19 후로 청년 사례가 최소 1.5 배는 늘어난 것 같다”며 “청소 의뢰가 들어오면 체감상 10건 중 4건가량은 청년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점점 더 고립·은둔 청년 사례가 늘어나니까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며 걱정했다.
이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3년 공개한 ‘고립·은둔 청년 현황과 지원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사회 활동이 줄어들어 취약 상태에 처한 고립 청년(19∼34세)은 2021년 기준 전체 청년의 5%(54만명)이다.
이 고립 청년 중 방 또는 집에 스스로를 가둔 채 생활하는 ‘은둔 청년’은 무려 24만명에 달했다.
코로나19 이후 전체 고립 청년 수도 2019년 34만명(3.1%)에서 2021년 54만명(5%)으로 늘어났다.
◇ 경제적 손실만 6조7천억원…”찾아가는 지원책 더 나와야”
고립 청년 문제는 경제적 손실로도 이어진다. 청년은 우리 사회를 유지하는 생산인구의 한 축이기 때문이다.
청년재단은 고립 청년 34만명(2019년 기준)의 경제활동 포기로 발생하는 손실이 연간 약 6조7천억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해 발표했다.
정부는 청년의 사회 경제 활동 저하가 국방, 납세, 결혼, 출산 등 사회 전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고립·은둔 청년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지 않고 사회 구조적 문제로의 인식 변화도 강조하고 있다.
대구시도 이러한 방침에 발맞춰 정확한 지역 고립 청년 수치를 파악하기 위해 10월까지 실태조사를 벌인다.
또 시는 마음돌봄사업을 시작해 도움이 필요한 청년들을 대상으로 고립척도 검사를 실시해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마음돌봄사업은 주민참여예산 1억원으로 운영돼 단기사업에 그칠 수 있어 예산 확보를 위한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내년에는 사업이 어떻게 될지 정해진 게 없다”며 “우선 실태조사가 마무리되면 사업성 효과 등을 판단해서 검토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고립 청년들이 겪는 심리적 증상을 고려해 ‘찾아가서 돕는’ 방식의 지원책이 더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고립 청년 상당수가 “현재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있지만 정보와 비용 부족, 지원 기관 부재 등의 이유로 도움을 받은 적이 없다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통계 자료가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정부는 올해 고립·은둔 청(소)년을 위한 ‘청년미래센터(가칭)’를 운영할 예정이지만 인천, 울산, 충북 전북 등 네곳에 그치는 실정이다.
김성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그동안 청년 세대는 비교적 건강한 생애주기에 포함돼 있으니 별다른 관심이나 지원이 필요하지 않았다는 착각에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립·은둔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면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은 적극적으로 다 동원하는 게 좋다”며 “고립 청년 사례를 발굴하고 돕기 위해 직접 찾아가는 사업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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