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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칼럼] 희미한 전환점을 찍은 카렌교회의 선교비 7675받

사진: 오영철

한 조직이나 기관의 변화를 위하여 전환점은 중요하다. 전환점이란 “다른 방향이나 상태로 바뀌는 계기, 또는 그런 고비. 어떠한 순간을 계기로 변화가 일어나는 순간의 지점”이라고 한다.

선교역사에서 전환점이 있었다. 스데반 집사의 죽음은 초대교회 선교의 전환점이었다. 유대인 안에 있었던 초기 기독교가 이방인 선교를 위한 전환점이었기 때문이다.

오늘 태국 카렌 선교에서 전환점이 될 수도 있는 소식을 받았다. 그것은 카렌 교회가 ‘선교의 대상자’만이 아니라 ‘선교에 참여하는 후원자’임을 보여주는 소식이다. 신대원에서 공부하는 ‘따치’형제가 선교사역과 재정에 관한 내용을 담은 편지를 보내왔다. 아르헨티나에서 치앙마이에 온 ‘노애미’ 선교사를 위한 선교비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 내용이나, 과정, 태도들을 보았을 때 이젠 그들도 스스로 선교후원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성숙한 자세이기 때문이다.

몇 주 전에 ‘따치’ 형제에게 부탁을 하였다. ‘노애미’선교사를 위한 후원위원회가 필요한데, 총무로 섬겨 달라고 했다. 그는 주저함 없이 맡겠다고 했다. 총무가 할 일은 설명했다. 후원자들의 헌금을 받고, 분기별로 받은 선교비를 전달하고, 선교사에게 받은 사역과 재정을 후원자에게 알리는 것이다. 더불어 작정한 신학생들에게 격려하고, 작정하지 않은 신입생들에게 도전을 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 부분에 경험이 없는 ‘따치’ 형제가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한편에 있었다.

그런데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 예상보다 훨씬 잘 섬기고 있다. 오늘 받은 보고서를 보고 알 수 있었다. 따치형제는 오늘 5월 선교보고서를 보냈다. 그 안에는 수입과 사역 내용 그리고 후원자들에게 감사를 담아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편지가 들어있었다. 그것은 내가 한국교회에 보내는 편지보다 디자인도 좋고, 눈에 띄는 선교 편지였다. 선교 편지 이름이 마음에 들었다.

“노애미 선교사 후원을 위한 ‘국수 한그릇’ 프로젝트”. 한달에 국수 한그릇 값을 통해서 선교사를 후원하자고 제안하였는데, 그것을 사용하였다. 이번 5월에 모은 7675받(약 200불) 송금 영수증과 헌금 내역이 구체적으로 보고되었다.

  1. 신학생(카렌신학생) 1175받
  2. Mr. Jaturong 부부(한국 외국인 노동자) 6000받
  3. 두앙티폰(파타야 가정부) 200받
  4. 와차라(따치, 신학대학원 학생) 300받

후원자의 면면을 보면 그들이 어떤 형편에 있는지 알 수 있다. 카렌 신학생,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 파타야 가정부, 신학대학원 학생이다. 후원자들은 그들이 속한 사회에서 모두가 약자들이다. 변방의 주변인들이 마음을 모은 선교를 위한 헌신이다.

이들의 모습은 마치 나아만 장군을 하나님께로 인도한 ‘유대인 어린 계집 여종’과 비슷하다. 위대한 장수 ‘나아만’과는 너무 대조적인 사로잡혀온 무명의 계집종이다. 그렇지만 그녀는 나아만 장군이 하나님을 알 수 있도록 하나님의 사람을 소개하였다. 오늘 보낸 후원자들도 이름도 없는 카렌족이지만 위대한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하고 있다. 따치 형제는 선교사인 내가 할 수 있는 것보다 이미 더 큰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지난 2월 8일 신학교 아침 예배 때 학생들에게 선교에 대해 도전했다. 그의 도전을 받은 48명의 실로암 신학생들이 노애미 선교사를 위한 헌신을 약속했다. 그의 메시지가 호소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 노애미 선교사를 신학교에 초대하여 사역을 나누도록 주선했다. 이후에 노애미 선교사와 연락하여 근황을 알아보고 이번에 선교비를 전달했다. 이번에도 정성을 담은 선교 편지를 편집하여 후원자들에게 전했다. 그리고 신학교 페이스북에 선교후원 소식을 카렌어와 영어로 알리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Many thanks to all students that supporting Missionary Naomi and her husband with financial support. May God bless you all.(나오미 선교사님과 남편을 재정적으로 후원해 주신 모든 학생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하나님의 축복이 있기를 바랍니다.)”

그는 마치 본인이 후원 받은 것처럼 표현했다. 그는 카렌 교회가 선교하는 교회의 시발점에서 선교사보다 더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20240606 Karen2
사진: 오영철

무엇이 ‘따치’를 이렇게 진심을 담은 자세로 섬기게 할까 생각한다. 그가 뭔가를 받았기 때문이 아니다.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그가 먼저 선교헌금을 실천했기 때문이다. 그도 한달에 300받을 노애미 선교사를 위하여 후원하고 있다. 이것은 그가 이 선교후원의 손님이 아니라 주인으로 섬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드림’은 참여하는 당사자로 하여금 주인의식을 강화시켜 준다. 반대로 받는 것에 익숙하면 헌신도 어렵고 주인의식도 약해진다. 그리고 주는 사람에게 뭔가 더 줄 것이 없는지 기대할 것이다.

따치의 헌신과 주인으로서 자세, 그리고 선교에 참여하는 무명의 교인들의 헌신이 귀하다. 이런 현상이 태국 카렌교회가 이제 선교하는 교회로 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그 의미는 매우 크다. 그것은 마치 엘리야 시대 ‘손바닥만한 작은 구름’와 같기 때문이다. 큰 비에 비하면 작은 구름은 미미하다. 그렇지만 그 구름이 없었다면 큰 비는 없었을 것이다. 그 비는 3년반의 가뭄이 끝이 났다는 전환점을 보여준 것이다. 그런 면에서 ‘따치’의 태도와 선교보고서는 ‘손바닥만한 작은 구름’처럼 다가온다. 이제 태국 카렌교회도 선교운동이 확산되기를 소망한다. 선교사들로부터 도움만 받는 존재가 아니라 그들의 경계를 넘어 선교사들을 후원하고 파송하는 교회이다.

오늘 받은 이 선교후원 보고서가 마지막이 아니기를 소망한다. 더 나아가서 이와 같은 보고가 카렌 마을의 각 교회와 지방회 그리고 총회 운영위원회에서 특별하지 않기를 기도한다. 그들의 경계를 넘어 타이 민족을 선교하는 카렌 교회의 모습이다. 이들 안에 하나님이 예비해 놓으신 선교적 자원들이 적지 않다. 따치와 일부 교인들은 그것을 보았고 실천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오늘은 희미하지만 전환점이 되는 날이다. ‘선교사’라는 보고는 그들에게 늘 도움을 주는 존재였는데, 오늘 보고서의 ‘선교사’는 그들이 후원하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따치 형제와 통화하면서 그의 수고에 감사하고 격려를 보낸다. 선교를 위한 그의 성장과 헌신을 보는 것은 선교사인 나에게 큰 특권이고 기쁨이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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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선교사 | 1995년 GMS 선교사로 태국에 파송된 뒤, 현지 신학교에서 학생과 목회자를위한 교수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이곳에서 소수부족인 카렌족교회가 주민족인 타이족을 위한 선교적 교회를 세우는데 관심을 갖고 이들을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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