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가 세계 최초로 성매매 종사자들을 피고용인으로 인정하고 각종 사회보장 제도를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성매매 노동법’을 제정했다.
7일(현지시간) 벨기에 성노동자 연합 단체인 ‘UTSOPI’에 따르면 지난 3일 벨기에 의회에서 ‘성 노동자를 위한 노동법’이 찬성 92표, 반대 0표, 기권 33표로 가결됐다.
이 법은 ‘물리적 성적 접촉’이 있는 노동자, 즉 성매매 종사자에게만 적용된다. 이들은 연금·실업수당·건강보험·연차 및 출산휴가 등 각종 사회보장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벨기에에서는 기존에도 성매매 종사자들이 자영업자 자격으로 일할 수 있었지만, 이번 법 제정으로 앞으로는 고용 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인정받게 됐다.
법은 원하지 않는 고객을 상대하는 것을 거부할 권리와 성행위를 언제든 중단할 권리 등을 보장하는 한편 권리 행사에 따른 고용주의 일방적 해고와 같은 불리한 처우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성매매 종사자가 먼저 고용 계약을 해제하는 경우에도 실업수당을 받을 권리가 유지된다.
이 밖에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려는 고용주는 성폭행·살인 등 강력범죄 전과가 없어야 하는 등 법적 의무 사항도 별도로 마련됐다.
UTSOPI 대변인은 현지 매체 브뤼셀타임스에 “이 법은 세계 최초”라며 “직업에 관한 도덕적 판단과 무관하게 성 노동자 보호가 목표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동성 결혼, 낙태, 안락사, 트렌스젠더 이슈와 마찬가지로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법 제정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벨기에에 앞서 독일, 네덜란드, 뉴질랜드 등에서도 성매매를 ‘노동 행위’로 인정했으나 고용주와 피고용인 간 공정한 관계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법적 틀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고 이 매체는 짚었다.
벨기에는 2022년 유럽에서 처음으로 성매매업을 ‘비범죄화’하는 법안을 채택한 나라이기도 하다.
비범죄화는 특정한 규제 범위 내에서만 성매매업을 인정하고 있는 ‘합법화’와는 다른 개념이다.
인권단체들은 합법화의 경우 정부 규제를 피하려는 ‘음지’가 또 양산될 수 있다는 이유로 합법화가 아닌 비범죄화 추세가 확산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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