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이 대대적 공세를 퍼부을 것을 경고하고 있는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서 갈 곳 잃은 주민의 피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라파는 이미 가자지구 ‘최후의 피란처’였던 만큼 이곳을 벗어나도 마땅한 행선지가 없는 탓에 주민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라파에 머물던 여성 안와르 알 라이(48)는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지난 일주일 동안 공포 속에 살았다”며 “안전한 피란처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편과 두 딸을 둔 라이는 아수라장이 된 라파를 벗어나 머물 곳을 찾기 위해 가자지구 내 모든 지인에게 연락해보고 있다고 털어놨다.
아버지와 함께 사는 남성 샤디 아사드(32)는 공습으로 터전을 잃은 뒤 텐트라도 구해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는 라파를 떠나 가자지구 중부 도시 데이르 알 발라로 이동하기로 결정했다면서도 “텐트가 적어도 하나는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전쟁으로 현지 물가가 치솟으면서 현재 텐트 하나당 최대 1천 달러(약 133만 원)를 줘야 한다고 WP는 전했다.
음식과 물 등 생존에 필요한 자원도 부족해지면서 주민 고통은 더 악화하고 있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12일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가자지구 피란민이 밀집한 라파에 공습을 가했다.
당시 공격으로 최소 67명이 숨졌다고 가자지구 보건부는 집계했다. 모스크를 비롯한 건물도 다수 파괴돼 방대한 면적이 건물 잔해로 뒤덮였다.
이집트와 맞닿은 라파는 국제사회가 가자지구에 구호물자를 지원하는 주요 관문이자 전쟁을 피해 남부로 내려온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몰려있는 곳이다.
가자지구 인구 230만 명 가운데 절반 이상인 140만명가량이 이곳에 피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라파는 그간 전쟁의 포화를 대부분 피해 갔지만, 이스라엘이 결국 공습을 감행하면서 많은 주민은 또 터전을 잃게 됐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라파가 더 본격적인 전쟁터로 변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집트 당국자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남서쪽 해안을 따라 대규모 텐트촌을 조성한 뒤 민간인을 이곳으로 대피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는 이스라엘군이 라파에서 추가 군사 작전을 수행할 것임을 시사한다는 설명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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