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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칼럼] 나는 네가 정말 부러워!

사진 : 오영철 제공

“나는 네가 정말 부러워!”

이 표현은 H.T 목사가 ‘아무(Amu)’ 학생에게 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런 대화의 흐름은 외형적인 조건을 볼 때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부러워해야 할 사람과 부러움의 대상이 정반대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묘한 대화의 흐름은 하나님 나라와 세상 나라가 어떻게 다름을 선명히 보여준다.

H.T 목사가 아무에게 부럽다고 한 것은 그녀의 어머니 때문이다. 사실 그녀의 어머니 무무애 목회자는 세상적으로 부러워할 것이 하나도 없다. 부러움의 대상이 아니라 불쌍한 대상이다. 그녀의 50여 년의 인생은 사연과 아픔과 결핍의 연속이었다.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큰 아픔은 그녀의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난 것이다. 그녀의 남편은 2008년에 아무런 죄도 없이 미얀마 국경의 무장 군벌에 의해 죽임을 당하였다. 그의 죽음은 ‘황당함’ 자체였다. 그가 1996년에 그 지역 전도 책임자로서 임명받아 혼자 전도 다닌 것을 반대군부의 첩자로 오인받은 것이다. 아무런 죄도 없이 복음을 전하다가 순교했다. 홀연히 남편을 보낸 그녀에겐 8살, 6살 그리고 두 살의 자녀가 남았다. 실제적인 문제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가정적으로 볼 때 부러움의 대상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결손가정이다.

그녀의 학력은 미천하다. 그녀는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하였고 영어로 대화는 불가능하다. 그녀는 신학교에서 정상적으로 공부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그녀가 담임목회자가 되었으니 목회자로 준비가 안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녀는 건강도 좋지 않다. 천식이 심해 밤에 자주 기침을 한다. 소화계통에 문제가 있어 저녁 식사를 제대로 못한다. 멀미가 심하여 장거리 여행을 할 때 큰 각오를 해야 한다. 그녀의 국적은 미얀마로 내전이 오랫동안 진행이 된 약소국이다. 태국 시민권은 없고 10년 거주증이 있는데, 그 지역을 벗어나려면 허락을 받아야 한다. 그녀의 공동체는 전쟁의 위협으로 태국으로 피신하였지만 다시 돌아가야 했다.

“저가 지금까지 살면서 피신하지 않아도 되는 기간은 8년이었습니다.”

그녀의 고백은 이 지역에서의 삶이 얼마나 혹독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가난’, ‘높은 세금’, ‘저학력’, ‘결핍’, ‘도망’, ‘육체적 연약’, ‘이동의 제한’, ‘일상적인 전투소리’, ….

그녀는 사회적 약자로서 조건이 겹겹이 둘러싸인 불쌍한 주변인이다. 그런데 한나 목사는 이런 어머니를 둔 아무가 부럽다고 한다.

반면, 부럽다고 한 H.T 목사는 부러울 만한 조건들이 적지 않다. 그는 태국 북부에 최초로 설립된 국제 교회의 담임목사이다. 그는 80년 된 교회 역사에서 처음으로 비서구인으로 담임목사가 되었다. 서양인이 중심이 된 교회에서 영적 리더십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교회는 20개 이상의 국적을 대표하는 약 300여 명의 교인들이 있다.

그곳 교인들은 주로 고학력의 서양인이며 안정된 가정들이다. 교인들은 대부분 국제감각이 세련되며 다양한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 명성 있는 국제 선교단체 소속의 적지 않은 선교지도자들이 그 교회 교인들이다. 그 교회는 프린스턴, 풀러 신학교를 비롯한 명문 신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교인들이 많다. H.T 목사 그 자신도 선교학 박사로서 여러 신학교에서 여전히 가르치고 있다. 그의 사무실에는 여러 명의 재능 있고 우수한 서양인과 태국인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교회, 근무 환경, 교수 경력 등을 고려할 때 무무애 목회자는 꿈도 꾸지 못할 곳에서 일하고 있다. 위와 같은 것을 비교하면 H.T 목사가 아무를 부러워할 요소는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무엇이 H.T목사로 하여금 아무(Amu)를 부럽게 한 것일까?

“무무애 목회자는 하나님의 신실한 믿음(faithfulness)의 사람입니다.”

H.T 목사의 진심을 담은 고백이다. 지난 10월 27일 금요일 오후에 H.T 목사와 나는 그녀의 사역지 몇 곳을 방문하였다. 그리고 저녁 시간에 외딴 곳에 위치한 그녀의 임시 처소에 돌아왔다. 식사 후 늦은 밤까지 이야기를 나눈다. H.T 목사는 사역지 방문과 그녀의 삶의 여정을 들으면서 깊은 감동과 도전을 받는다. H.T목사가 부러운 것은 무무애 목회자의 신실하고 깊은 믿음과 헌신 때문이었다.

그녀는 남편의 순교 이후 남편의 뒤를 이어 목회자로 섬겼고 지금은 조직교회가 되었다. 그리고 학교가 없어서 교육의 기회가 없었던 그곳에서 학교를 시작하여 현재 300여 명의 학생들이 있다. 멀리서 올 수 없는 학생들을 위하여 기숙사를 만들고 100여 명의 학생들을 돌보았다. 고아들을 보고 부담을 느껴서 약 25명의 고아들을 돌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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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오영철 제공

놀라운 것은 그런 일을 할 때 외부에 요청하지 않고 하나님만 신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저는 사람들에게 구하지 않고 하나님께만 구하기로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자신이 지은 농사수입 상당 부분을 다양한 사역을 위해서 사용했다. 현재도 마찬가지이다. 외부에서 일부는 돕지만 상당 부분은 본인과 가족들이 돕고 있다. 어떤 사역도 도와준다고 하였기 때문에 시작하지 않았다. 주위 상황을 보았을 때 필요하다고 확신이 들면 하나님의 뜻으로 알고 시작하였다. 지금도 그녀는 전투 지역을 오간다. 그것은 죽음을 각오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행동이다. 그곳에 교회, 카렌 공동체, 학교 기숙사 그리고 그들을 돌보는 동역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남편이 돌보았던 미야와디 지역의 25곳의 전도처들 가운데 10곳 정도는 교회가 되었다고 한다. 그는 순교의 제물이 되었지만 뿌려진 씨앗은 자라나 세상의 빛이 된 것이다.

“저는 우리 교회를 이곳에 데리고 와서 헌신에 대하여 더 많이 배우기를 소망합니다.”

H.T 목사는 많은 교인들과 지도자들이 이곳에 와서 하나님께 온전히 순종한 삶으로 하나님이 얼마나 많은 일을 하실 수 있는지 직접 보고 배우기를 원하고 있다. 이들에 비해 무무애 목회자는 학력, 재력, 세상 경험, 인맥 등 모든 면에서 한참 뒤떨어진다. 하지만 H.T 목사는 무무애 목회자를 훌륭한 스승이자 제자를 만드는 사람으로 여기고 있다. H.T 목사가 아무를 부러워하는 이유는 이런 어머니를 두었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나라의 원리와 세상 나라의 원리가 다르다. 무무애 목회자는 변두리 주변이며 연약한 무명인이다. 죄 없이 억울하게 총에 맞아 죽은 남편의 이야기만으로도 힘없고 불쌍한 존재이다. 그런데 하나님은 그녀를 통하여 엄청난 영적 세계를 열어 주었다.

“나는 이와 같은 큰 믿음의 사람을 만나보지 못하였습니다.”

H.T 목사의 위와 같은 고백을 통하여 그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그녀는 실로 세상이 감당하지 못하는 위대한 믿음의 사람이었다.

선교지에는 선교사들보다 믿음의 깊이가 큰 신실한 하나님의 사람들이 많다. 적지 않은 선교사들은 선교지에 와서 배우지도 않고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가르치려는 경향이 있다. 선교하시는 하나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미성숙한 태도이다. 하나님은 세상이 감당하지 못하는 믿음의 사람들을 세우시고 교회를 이끌게 하신다. 무무애 목회자는 그런 수많은 하나님의 사람 중에 한 사람이다. H.T 목사는 이틀의 짧은 방문과 만남을 통하여 그것을 알아챈다. 그리고 그런 엄마를 둔 아무(Amu)를 부러워한다. 나도 그런 엄마를 둔 아무(Amu)가 부럽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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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선교사 | 1995년 GMS 선교사로 태국에 파송된 뒤, 현지 신학교에서 학생과 목회자를위한 교수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이곳에서 소수부족인 카렌족교회가 주민족인 타이족을 위한 선교적 교회를 세우는데 관심을 갖고 이들을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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