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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칼럼] 스물 아홉 살인데 아이가 다섯 명입니다

사진: 오영철 제공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사회적 인식과 다른 모습을 보면 특별함을 느낀다. 오늘 그런 젊은 엄마를 만났다. 올해 스물 아홉인 그녀의 아이가 다섯 명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다산이 일반적인 곳에 살지 않는다. 2000년 2명이었던 출산율이 2020년에 1.6명으로 낮아진 미국에 살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했다. 그녀의 이름은 ‘해무라쏘’이다. 이런 그녀와의 만남은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2023년 9월 9일 위스콘신주 밀워키(Milwaukee)에 있는 카렌 기독교 공동체의 결혼식에 초대를 받고 참석했다. 결혼 예식을 마치고 하객들과 인사하는데, 어린 티가 여전한 한 엄마가 밝은 모습으로 찾아왔다.

“선교사님! 안녕하세요, 여전하시네요!”

기억이 가물 가물거려 과거를 더듬는데, 자신에 대하여 설명을 한다.

“저는 사이몬 목사님의 조카인데, 오 선교사님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설명을 들으니 어렴풋이 기억에 떠오른다. 카렌 난민촌인 ‘매라’캠프 신학교 옆에 살던 가정의 어린 아이였었을 때 봤던 것 같다. 그녀의 주위에 아이들이 제법 많이 보여서 아이가 몇 명인지 물었다.

“저는 스물 아홉인데 아이가 다섯 명입니다.”

같이 있었던 다섯 명 모두가 그녀의 아이였다. 쑥스러워 하지만 너무 생기 있는 대답을 들으니 그녀의 가정이 궁금해졌다.

이틀이 지나고 떠나는 날 일부러 그녀의 집을 방문했다. 연락을 하지 않고 찾아 갔지만 반갑게 맞았다. 그녀는 1993년에 미얀마 카렌주 5여단 지역에서 태어났다. 1997년 4살이 되었을 때 전투가 확대되어 고향에서 더 이상 살 수 없었다.

삼촌 가족이 있는 ‘매라’ 난민캠프로 피신했다. 내가 1996년 1월에 처음으로 매라 캠프를 방문하였으니 그녀는 나보다 늦게 매라 캠프에 도착한 셈이다. 그녀는 그곳에서 2013년까지 16년을 살았다. 그곳은 기회도, 자유도, 소망도 이동의 자유도 없는 곳이었다.

“허락없이 나가면 체포되니 태국군인들과 경찰들이 무서워 나갈 수 없었습니다.”

“그때 한국 의료팀과 주일학교 팀 등이 와서 함께 놀아줄 때가 너무 즐겁고 고마웠습니다.”

갇혀 있었던 시절에 그들을 방문하고 함께 해준 한국팀을 이야기할 때 자연스러운 미소가 나온다. 제법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큰 격려와 즐거움을 준 그 사람들을 잊지 않았던 것이다. 그 때 자주 방문했던 나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다 2013년은 그녀의 인생 환경을 완전히 바꾼 해가 되었다. 미국정부가 그녀에게 난민자격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극적으로 그녀는 매라 난민촌에서 이곳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 도착했다. 19살에 새롭게 시작한 미국에서의 삶은 미리 온 언니와 오빠의 도움으로 빠르게 정착했다. 직업학교와 영어공부를 하면서 정착하는 중 현재의 남편을 만났다.

그리고 2015년 1월 스물한살에 결혼을 했다. 그리고 아이들을 낳기 시작했다. 2016년에 첫째가 태어나고 이어서 2018년, 2019년, 2021년 그리고 지난달인 2023년 8월에 다섯째가 태어났다. 스물 한 살에 엄마가 된 후 8년째 쉼 없이 양육을 계속하고 있다.

한 명의 아이 돌봄도 쉽지 않은데 다섯명을 돌보는 것이 얼마나 힘들까 싶어서 질문하니 예상치 않은 답을 한다.

“힘들기는 하지만 오히려 건강은 더 좋아졌습니다. 당뇨가 있었는데, 둘째 낳은 후 정상이 되었거든요.”

“첫째부터 셋째는 학교와 유치원을 가고 둘만 키우니 괜찮습니다.”

“하나님의 도우심과 남편의 도움으로 최선을 다해 돌보고 있습니다.”

무책임하게 아이들을 낳은 것이 아니었다. 하나님의 선물로 알고 최선을 다해 돌보고 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녀가 얼마나 건강한 가정을 이루고 있는가를 알 수 있었다.

사실 그녀의 가정은 미국에서 경제적으로 저소득층이다. 남편이 오후 3시부터 밤 11시까지 차량부품가게의 점원으로 일하며 얻는 수입이 전부다. 6년째 그 일을 하는데 하루에 8시간 일하면 한 달에 약 3000불을 받는다. 그 수입 규모로 미국에서 5명의 자녀를 둔 가정 살림살이가 만만치 않다.

2017년에 10만불의 현재 집을 30년 모기지로 구입했다. 그 집의 이자와 원금을 갚기 위해 매달 1090불을 지불하고 있다. 필수적으로 필요한 두대의 차량 유지와 다섯명의 아이들을 돌보는 것만 해도 여간 빠듯하지 않다. 통장에 저금할 여유는 없다. 자녀들을 위한 학원비과 좋은 학군은 생각할 수도 없다. 가족이 여유롭게 여행을 떠날 시간도 재정도 없다.

“이번 주 수입으로 다음 주 생활을 해야 됩니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의료지원(Medicare)과 푸드 스탬프(음식구입지원비)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있다고 한다. 중상류층이 보면 “하루하루 먹고사는 하루 살이 인생”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녀의 삶의 태도를 보면 경제적 조건을 넘어선 섬김과 자족함이 흐르고 있었다.

“십일조 300불은 매라 난민촌과 카렌 마을, 그리고 이곳 교회에 나누어 하고 있습니다.”

여유 없는 상황에서도 한 성도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있었다. 갑자기 방문한 나와 담임목사에게도 특별 헌금을 한다. 풍성한 나눔을 풍족하지 않은 형편 속에서 실천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난민촌은 두려웠고 기회도 없었고 이동도 못하였고 신분증도 없었는데, 이곳은 기회도, 자유로운 이동과 시민권도 있습니다. 이곳 생활이 너무 감사하고 좋습니다.”

2013년 9월에 도착한 이후 10년동안의 삶은 자족함과 은혜의 삶이었다. 그녀의 삶은 감사와 자족함을 넘어선 선교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아이들이 크면 하나님의 일을 하고 싶습니다. 카렌 3여단 지역의 고향은 전통 지역인데 그곳에 가서 복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녀의 미래 소망이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아이들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싶습니다.”

네 살에 떠나온 고향에 대한 동족에 대한 선교적 책임감을 여전히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로부터 미국에 대한 예기치 않은 고백을 들을 수 있었다.

“이곳에 와 보니 미국 사회에 어둠이 많고 교회 교인들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우리 카렌은 아이들도 많고 하니 그들에게 빛이 되어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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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오영철 제공

난민으로 그녀를 받아준 미국이 마냥 좋은 면만 있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도움이 필요한 사회의 하류층이지만 그녀는 오히려 미국을 걱정하고 있었다. 가만히 생각하니 선교적인 그녀의 삶의 범위가 그 민족을 넘어서고 있었다. 언어적 한계와 자녀 양육 집중 상황, 그리고 경제적인 한계 등으로 주위 미국인들에게 직접 도움을 줄 수 없다.

그렇지만 그녀에게는 남에게 해처럼 비출 수 있는 밝고 소중한 요소들이 많다. 하나님 중심의 삶과 태도, 자족함을 넘어서 남을 돌보는 섬김과 미국에 대한 감사와 염려의 마음이다. 그리고 스물아홉 살에 다섯명의 아이를 잘 돌보는 그녀는 화목하고 건실한 가정됨을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이 남들이 부러워하는 수입과 적지 않은 통장잔고에도 부족함을 느끼고 아쉬워하며 더 갈망한다. 그녀는 진정한 인생의 가치와 자족함이 소유에 있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녀와 이야기할 때 나도 왠지 안정감, 기대감, 감사, 채워짐을 느낀다. 그녀 안에 있는 내적 감사함과 풍성함이 나에게 흘러오는 것이다. 그녀는 미국 사회에서 저소득층 난민이지만 그들의 이웃을 위한 선교적 삶을 이미 살고 있었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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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선교사 | 1995년 GMS 선교사로 태국에 파송된 뒤, 현지 신학교에서 학생과 목회자를위한 교수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이곳에서 소수부족인 카렌족교회가 주민족인 타이족을 위한 선교적 교회를 세우는데 관심을 갖고 이들을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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