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주군 출신 탈북민 4명 참석…주최측 “공개 증언은 처음”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이 있는 길주군 출신 탈북민들이 20일 핵실험에 따른 방사성 물질 누출 피해를 공개 증언했다.
제20회 ‘북한자유주간’ 행사의 일환으로 이날 서울 광화문 센터포인트빌딩에서 열린 북한 핵실험 피해 증언 기자회견에는 김순복(이하 가명), 이영란, 남경훈, 김정금 등 길주군 출신 탈북민 4명이 증언자로 참석했다.
2011년 한국에 입국한 김순복 씨는 길주군 거주 당시 북한의 핵실험장이 있는 풍계리에서 흘러 내려오는 남대천의 물을 식수로 이용했다고 한다.
그는 “핵실험장이 건설되고 군인들이 차단봉을 설치하고 이동을 통제하기 전까지는 물 좋고 경치 좋은 시골 마을이었던 풍계리는 이제는 더는 찾을 길이 없다”면서 “언제부터인가 류머티즘 관절염을 앓는 환자가 늘어나고 결핵 환자, 피부염 환자도 늘었다”고 증언했다.
이어 “사람들은 이 밖에도 진단이 명확하지 않은 채 시름시름 앓는 사람들을 가리켜 귀신병에 걸렸다고 했고, 무당을 찾아가 부적을 써야 한다는 소문도 돌았다”고 전했다.
북한의 3차 핵실험(2013년) 때도 길주군에 거주한 이영란 씨는 탈북 후 한국에 입국하고 나서야 핵실험이 인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그는 “길주군 주민은 풍계리에서 내려오는 물을 식수로 이용했기 때문에 대부분 피폭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핵실험 후) 하나둘씩 병원에서 결핵 진단을 받았고, 병에 걸린 지 4년을 넘기지 못하고 죽었다”고 증언했다.
길주군에 남았던 김영란 씨의 아들도 결핵 진단을 받고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는 아들이 평양의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게 하려고 중국을 통해 아들에게 돈을 보냈는데 ‘길주군 환자는 평양에 한발짝도 들일 수 없다’는 북한 당국의 방침 때문에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했다며 증언했다.
기자회견을 주최한 북한자유주간 준비위원회에 따르면 길주군 출신 탈북민의 북한 핵실험 피해 공개 증언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북한인권단체인 ‘전환기 정의 워킹그룹'(TJWG)은 지난 2월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방사성 물질의 지하수 오염 위험과 영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핵실험장에서 유출된 방사성 물질이 지하수를 통해 확산할 수 있다면서 핵실험장 인근 주민 수십만명이 영향권에 있다고 주장했다.
통일부는 올해 들어 북한 핵실험장 인근 지역 출신 탈북민을 대상으로 피폭 전수 조사에 착수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과 로켓 발사만 주목받고 있지만, 이 문제들만큼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이슈가 세상 어디에도 유례가 없는 북한의 개탄스러운 인권 상황”이라며 “특히, 풍계리 핵실험장에서의 방사성 물질 유출과 길주군 일대 주민들의 건강 위험은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수잰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는 “1999년 처음 미국에서 탈북민 증언을 들었을 때 정치범 수용소에 있었던 탈북민의 증언에 많은 사람이 놀랐다”며 탈북민의 증언으로 북한 인권 상황을 전 세계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숄티 대표는 길주군 출신 탈북민의 증언으로 북한 핵실험에 따른 북한 주민 건강 피해도 전 세계가 알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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