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송의 비밀>은 전 세계 30개국 15만 명의 신도를 자랑하는 힐송 교회의 문제를 낱낱이 파헤친 FX 다큐멘터리 시리즈이다. 방송에 따르면 힐송 교회를 무너지게 한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먼저,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삼지 않고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들을 머리로 삼았다. 최고 수준의 음악으로 노래를 만들어 교회 음악 비지니스를 키우는 데 성공했지만, 이를 위해 많은 성도가 착취당했다.
목사는 청중을 압도하는 설교 기술이 있는 것처럼 소개되었지만, 성경을 가르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더 정확하게는 청중이 듣고 싶은 말)만 쏟아내는 것을 설교라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말씀의 부재는 설교 시간 외에도 교회의 모든 운영에 심각한 문제를 가져왔다. 더 많은 사람과 더 많은 돈을 모으려는 노골적인 아젠다를 가지고 있었고, 교회 내부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성경적으로 다루지 않고 은폐하거나 덮어버렸다.
필자는 마지막 문제, 곧 죄가 드러났을 때 성경적으로 다루지 않고 넘어가는 것의 문제에 주목하기를 원한다. 교회는 완벽한 성화를 이룬 사람들이 모인 곳이 아니다. 성도는 의롭다 함을 얻었지만(과거) 점점 더 거룩함에 이르고 있다(현재). 언제든 죄를 범할 수 있고 그에 따른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미쁘시고 의로우신 하나님은 우리 죄를 사하시고 우리를 모든 불의에서 깨끗하게 하실 것이라고 약속하셨다.
하지만 그 전제는 “우리가 우리 죄를 자백”하는 것이다(요일 1:9). 죄로 인하여 하나님과 우리 사이에 벌어진 간극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에게 보장된 무한한 용서와 자비로 인해 충분히 메꿔질 수 있다. 하지만 하나님의 풍성한 긍휼과 은혜를 얻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이 바로 자백이다. 죄에 대한 상한 심령을 갖는 것.
참된 힐링, 진정한 회복의 비밀을 여는 열쇠는 자백이다.
안타깝게도 <힐송의 비밀>에서 자백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여러 신도의 자녀를 성추행한 프랭크 휴스턴 목사는 끝까지 자기 죄를 시인하지 않고 피해자의 호소를 묵살했다(참고로 그는 힐송의 모체가 되는 교회의 설립자다). 그의 아들이자 힐송 교회를 설립한 브라이언 휴스턴 목사도 각종 추문과 함께 아버지의 죄를 은폐한 확실한 정황이 있었지만(현재 재판 중이다), 공식적인 사과 없이 뻔뻔하게 억울하다는 말만 계속하고 있다. 힐송 대학을 통해 브라이언 목사의 눈에 띈 칼 렌츠 목사는 힐송 뉴욕 교회에서 담임 목사로 활동하다가 불륜을 저질러 교회에서 해고됐다.
흥미롭게도 렌츠 목사는 직접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힐송 교회의 문제를 지적한다. 종종 그는 ‘내가 한 것은 분명 나의 잘못이다’라고 인정하듯 말한다. 하지만 어린 시절 당한 학대를 언급하며 그것이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일으킨 주범이고 자신은 어떤 면에서 과거에 남이 저지른 죄로 인해 실수할 수밖에 없었던 희생자라고 말한다. 렌츠 목사 부부의 스캔들이 터지자, 교회는 교묘한 방식으로 그들에게 사임을 종용했고, 목사 부부는 교회의 방식에 깊은 상처를 받았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들이 리더십에 있었을 때도 교회 내부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문제를 그런 식으로 처리하지 않았던가.
참된 회개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상한 심령을 가지고 자백하지 않는 문제는 비단 힐송 교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모두는 범죄한 후에 수치심을 느낀다. 그 불편한 감정을 어떻게든 가볍게 떨쳐 버리려 한다. 죄책을 온전히 인정하고 감당하기보다는 다른 곳에 책임을 전가하려 한다. ‘미안한 건 사실이지만, 내가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이라고 핑계 대기 좋아한다. 자기 죄에 관하여 온전히 통회하는 마음을 갖지 않고 다른 사람의 죄를 찾아 책임을 나누려 한다. ‘나도 잘못했지만, 너도 이만큼은 원인 제공을 했어…’라고 말하는 것이다. 수평적인 관계에서 자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는 사실 수직적인 관계에도 같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내가 주께만 범죄하여 주의 목전에 악을 행하였사오니”(시 51:4)라고 고백한 다윗처럼 우리의 모든 죄는 하나님의 눈앞에서 조금의 숨김도 없이 그분을 직접 대항하여 저질러진 것이란 사실을 반드시 인정해야 한다. 다윗의 자백이 보여주는 분명한 특징은 자기 죄를 감추지 않고 모두 하나님 앞에 드러냈다는 것(하나님은 모두 아신다) 그리고 자기 죄가 하나님을 직접 겨냥한 관계적인 죄(하나님께 피해를 끼치고 그분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죄)라는 사실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사실을 축소 및 과장하거나 왜곡하지 않는다. 자기 책임을 전가하거나 핑계 대지도 않는다.
자백을 통해 올바른 회개를 했을 때, 수직적인 관계에서 참된 힐링, 내적 치유와 용서를 맛볼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수평적인 관계에서 진정한 회복을 추구할 수 있다. 하나님 앞에 가져간 그 상한 심령과 통회하는 마음으로 내가 잘못한 대상을 찾아가 자백하고 용서를 구할 수 있는 것이다. 용서하고 관계를 회복할 의무는 상대방에게 있지만, 자백하고 회개함으로 관계를 회복하기를 원한다고 간청할 의무는 나에게 있다. 힐링은 바로 그렇게 이루어진다. 죄인의 참된 회개 그리고 상대방의 용서. 둘 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요구하신 명령이고 둘 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먼저 베푸신 무한한 은혜와 용서를 기반으로 한다.
우리는 누구나 죄를 범할 수 있다. 또 우리는 누구나 죄로 인해 피해를 당할 수 있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가 쉽게 용서하지 않으려 할 뿐만 아니라 너무 쉽게 용서받으려 한다는 것이다. 가벼운 죄는 없다. 모든 죄는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의 가치만큼 무겁다. 그만큼 상하고 뉘우치는 마음이 반드시 요구된다.
힐송 교회가 죄를 어떻게 다루어왔는지 분명히 알 수 있는 대목이 있다. <힐송의 비밀>에서 교회의 문제로 지적된 두 가지 항목이 있는데, 하나는 유색인종이 평등한 대우를 받지 않았다는 것, 또 하나는 동성애자가 교회에서 환영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교회는 마땅히 모든 인종, 성별(성 정체성)을 존중하고 그들이 원하는 대로 받아줘야 한다는 세속적 전제를 가지고 비판한 내용이었다. 비판자들은 세상이 말하는 평등과 사랑을 원했지, 성경이 말하는 것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셔야 했던 그들의 죄는 그대로 놔두고 예수님이 베푸신 사랑과 용서는 자기 권리처럼 요구한 것이다. 그들은 자백 없이 힐링만 받으려 했다. 자기가 받은 상처와 힘든 삶에만 집중하고, 하나님이 받으신 상처와 수치심엔 관심이 없었다.
슬프게도 그들은 교회를 떠나 개인적인 신앙을 찾거나 기독교에 완전히 등을 돌렸다.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하고 같이 아파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지 모르지만, 분명한 건 그들이 유일하신 참 하나님의 힐링을 맛보기 원한다면 결국 참된 회개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있는 모습 그대로 하나님께 나올 수 있지만, 그 모습 그대로 살도록 내버려 두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그것은 참된 회개가 아닐뿐더러 예수님이 그들을 위해 자기 목숨을 내어주신 목적에서도 완전히 벗어난다.
참된 회심은 힐링 곧 내적 치유와 용서를 가져오는 비밀이다. 그리고 참된 회심은 하나님의 선물이기도 하다. 어떤 면에서 내가 하나님 앞에 상한 심령을 가지고 자백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죄로 인해 굳어진 양심을 가지고 여전히 하나님을 대항하고 있다는 말이다. 자기 죄의 심각성을 모른다. 하나님이 죄를 얼마나 미워하시는지, 하지만 나를 얼마나 사랑하시고 우리 관계를 회복하기를 원하시는지 모르는 것이다.
회개하지 않는 것은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제대로 회개하지 않는 것은 그 관계를 제대로 회복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성도는 하나님의 용서를 이미 맛본 자들, 그래서 힐링 되어 친밀한 사랑과 생명의 관계에 이미 들어간 자들로서, 이 영원한 사귐이 깨어지는 것을 절대로 원하지 않을 것이다. 죄는 우리 사귐을 소원하게 만들지만, 자백은 우리 사귐을 다시 회복시킨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계속해서 참된 회개를 회피하고 적당한 타협을 보며 대충 넘어갈 것인가 아니면 통회하는 마음으로 죄를 완전히 뉘우치고 하나님이 주시는 온전한 용서의 은혜를 받을 것인가의 선택이다. [복음기도신문]
조정의 | 그레이스투코리아 칼럼니스트
GTK칼럼은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성경의 말씀에서 답을 찾고자 하는 미국 그레이스커뮤니티교회의 존 맥아더 목사와 GTK 협력 목회자와 성도들이 기고하는 커뮤니티인 Grace to Korea(gracetokorea.org)의 콘텐츠로, 본지와 협약을 맺어 게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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