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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칼럼] 카렌족 티써래 공동체에 임한 특별한 까마귀

사진: 오영철 선교사 제공

예상치 않은 도움을 표현할 때 ‘까마귀를 통한 공급’이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열왕기상 17장 6절에 ‘까마귀들이 아침에도 떡과 고기를, 저녁에도 떡과 고기를 가져왔고 그가 시냇물을 마셨으니’가 근거이다. 하나님이 사용하시는 까마귀의 모습은 때로 상상을 뛰어 넘는다. 오늘은 그런 까마귀 가운데 매우 독특한 까마귀를 만났다. 그는 카렌 스님이었다.

‘띠써래 공동체’는 미얀마 내전으로 인하여 고향을 떠나야만 했다. 전투시에 피할 수 없는 어린 아이들 중심으로 피신하였다. 130여명의 연약한 난민 공동체이다. 그들에게 식량은 생존을 위하여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고향을 떠나 국경을 넘어선 순간 이들은 스스로 해결할 대책이 없다. 그런데 하나님의 공급하심은 신기하다. 그 공동체를 책임지는 무무애 목회자의 고백을 통하여 알 수 있다.

“작년 12월부터 한 스님이 우리를 돕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도움을 요청한 것이 아닌데 직접 찾아왔습니다.”
“한 주에 두 세번 우리들에게 필요한 야채, 과일, 옷가지 등을 가져옵니다.”

참 신기한 일이다. 스님이 직접 찾아와서 돕고 간다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 그 소식을 듣고서 한번 만나고 싶었다. 그런데 이번에 방문 할 때 마침 그 스님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우리가 찾아간다고 하니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타원 끼띠야로’이다. 그와 처음 만났지만 어색하지 않았다. 태국의 일반 스님을 만나는 것과 다른 분위기였다. 일반적으로 태국에서 스님을 만나면 스님이 항상 위에 있어야 한다. 나는 목사이지만 승려가 아니기에 세속인으로 여겨진다. 스님보다 높은 자리에 앉아서는 안된다. 스님과 동행한 태국인은 옆에서 서서 카렌 스님의 시중을 들고 있다. 그런데 나와의 대화에서는 그런 거리감이 사라졌다. 두 가지 때문인 것 같다.

첫째는 대화의 언어였다. 그와 대화는 카렌어를 사용했다. 비록 내가 한국인이지만 그의 모어로 이야기한다는 것이 큰 동질감을 느끼게 한 것 같다. 둘째는 이곳 티써래 공동체에 대한 동일한 마음 때문인 것 같다. 그들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다. 그의 대화에서 잘 드러낸다.

“어려움을 당한 사람들은 도와야 합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종교 지도자로서 선량한 의도로 돕고자 하는 마음을 느낀다. 그런데 정기적으로 돕는 그의 또 다른 원인이 있었다. 어쩌면 그게 더 큰 원인인 듯하다.

첫번째 원인은 그의 가정의 경험과 관련이 있었다. 그는 두 자녀를 둔 가장이었다. 그런데 그의 부인이 자녀를 버리고 떠나버렸다. 그는 인생에서 예기치 않은 일을 당하고 인생의 환멸을 느낀 것이다. 복잡한 속세를 떠나 승려가 되기로 결정했다. 6년 전 두 아이는 부모에게 맡기고 그는 아유타야라는 절에서 1년 속성 승려 과정을 마쳤다. 5년 전에 현재 절에 주지스님으로 오게 되었다. 전쟁으로 피난 온 아이들 중에는 고아들도 있었다. 나머지 아이들도 상황이 고아와 같은 형편이었다. 그는 자신의 아이들이 떠오른 것이다. 버림 받은 자식의 아픔이 있었기에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을 돕고 싶었던 것이다.

두번째 원인은 독특하다.

“제가 초등학교에 다닐 수 있었던 것은 교회에서 도와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교회에 대한 은혜를 갚고 있었다. 당시 학교를 다닐 형편이 못 되었다. 교회에서 그의 처지를 알고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초등학교라도 졸업할 수 있게 된 것은 교회 때문이었다. 이후에 통신 과정으로 중.고등학교를 졸업하였다. 교회에 대한 고마움을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에 그 도움의 은혜를 갚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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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원 끼따야로 스님이 가져온 바바나.

티써래 공동체가 다시 미얀마로 돌아갔지만 그 스님은 계속 돕고 있다. 오늘도 바나나와 수박 그리고 야채, 옷들을 가져왔다. 일부는 보시를 받은 것이지만 일부는 현금으로 구입해왔다고 한다. 국경에 있는 티써래 공동체에게 귀중한 양식이 될 것이다.

교회의 도움으로 학교를 다닐 때 그가 이런 도움을 주리라고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가 불교 승려가 되리라 생각한 사람도 많지는 않았을 것이다. 과거의 아픔과 도움 받은 경험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런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도 무무애 목회자의 하나님의 신뢰에 대한 신앙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너무 긴급한 상황의 연약한 공동체를 위하여 전혀 생각밖의 인물까지 동원하신 것이다.

무무애 목회자의 고백을 들으면 앞으로도 생각하지 않은 까마귀들 소식을 들을 것 같다. 생각지 않은 사람들의 도움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연약한 여인 속에 심겨진 단단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공급하심을 신뢰하고 전적으로 맡기는 그녀를 하나님은 그냥 놔두시지 않고 있다. 2800여 년 전 엘리야에게 까마귀를 보내신 하나님의 손길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카렌 스님은 그런 까마귀 중에 하나라는 것이다. 다음 까마귀의 이야기가 기대된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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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선교사 | 1995년 GMS 선교사로 태국에 파송된 뒤, 현지 신학교에서 학생과 목회자를위한 교수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이곳에서 소수부족인 카렌족교회가 주민족인 타이족을 위한 선교적 교회를 세우는데 관심을 갖고 이들을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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