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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GC 칼럼] 대영박물관에서 아브라함의 믿음을 배우다

사진: Lee Jeffs on Unsplash

“ ‘수풀에 걸려 있는 숫양’은 이스라엘의 조상이요 우리에게는 믿음의 조상인 아브라함이 그저 새집으로 이사한 것이 아니었음을 새삼 생각하게 한다 ”

2019년, 대영박물관에서 성경 속 사건들과 연관성이 있는 유물들을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렸다. 성경이 기록하고 있는 사건들과 관련 있는 물건들을 지켜보고 있자니 흑백 사진처럼 단조롭던 성경 이야기가 총천연색으로 생생하게 다가왔다. 예후 왕을 묘사하고 있는 6피트(1.8m)짜리 검은 오벨리스크와 느헤미야가 다루었을 수도 있는 대형 은그릇 같은 다양한 아이템을 모아놓은 컬렉션에 탄성이 터져 나왔다. 다양하고 풍부한 유물과 정보 속에서 특별히 내 눈을 사로잡은 전시물이 있었다. ‘수풀에 걸려 있는 숫양’이라는 이름이 붙은 호화로운 작품이었다. 이 작품을 보면서 나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하여 아브라함이 고향을 떠났을 때 얼마나 큰 희생을 치렀는지, 얼마나 큰 믿음이 있어야 그리할 수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수풀에 걸려 있는 숫양

The Ram in the Thicket 20220731
The Ram in the Thicket 
                    © The Trustees of the British Museum

이 소형 조각상은 우르(현 이라크) 발굴 현장에서 출토된 여러 쌍의 형상 중 하나이다. 학자들은 이 조각상이 제작된 시기를 기원전 2500년, 그러니까 아브라함 시대 이전으로 추정한다. 높이가 18인치(45.72cm)에 불과한 이 조각상은 뒷발로 선 채 작은 나무 꼭대기를 들여다보고 있는 뿔이 있는 염소를 묘사하고 있다. 탁자나 받침대를 지지하는 용도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물품이다.

고고학자 레너드 울리(Leonard Woolley)는 우르의 원주민이었던 아브라함이 이삭을 희생제물로 바치려 했던 이야기(창 22:1-9)를 바탕으로 이 조각상에 ‘수풀에 걸려 있는 숫양’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이 뿔 달린 동물이 묘사하고 있는 것이 창세기 22:13에 기술되어 있는 그 족장이나 그 숫양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는 분명치 않다.

설사 그렇더라도 나는 이 조각상의 복잡한 세부 묘사와 그 재료의 다양성에 매료되었다. 조그마한 받침대에는 자잘한 붉은 석회암과 조개껍데기로 된 모자이크 장식이 있다. 그 동물이 앞발을 올려놓고 있는 관목의 이파리와 염소의 얼굴과 다리는 순금으로 덮여 있다. 염소 몸통을 덮고 있는 털은 나무 뼈대에 조개껍데기를 붙여 표현했고, 귀는 구리 합금으로, 눈과 뿔, 어깨 털은 청금석으로 만들었다.

상상컨대, 훨씬 더 호사스러운 무언가를 받쳐두려고 만들었을 이 작은 조각에 길고 고된 수고의 시간이 들어갔을 것이다. 희귀한 재료와 세심한 요소들은 고대 우르 문명에서 가능했던 풍요와 장인 정신을 보여준다.

주께서 짐을 꾸려 떠나라고 하셨을 때 아브라함은 우르에 살았다. 낯선 땅을 향해 출발하면서 그는 익숙한 모든 것을 남겨두었다. 창세기의 설명을 너무 서둘러 읽다가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따르면서 포기한 것이 무엇인지 대충 넘겨버릴 때가 있다. “너는, 네가 살고 있는 땅과, 네가 난 곳과, 너의 아버지의 집을 떠나서, 내가 보여주는 땅으로 가거라”(창 12:1).

‘수풀에 걸려 있는 숫양’은 이스라엘의 조상이요 우리에게는 믿음의 조상인 아브라함이 그저 새집으로 이사한 것이 아니었음을 새삼 생각하게 한다. 그는 크나큰 희생을 치렀다. 아브라함의 본토는 원시적인 촌락이 아니었다. 우르는 숙련된 장인과 선진 시설을 갖추고 있던 빼어난 대도시였다. 아브라함은 선진 문명과 기술, 특권이 넘쳐나던 사회를 남겨두고 떠났다. 미지의 땅으로 떠나는 그의 행동은 정말 어리석어 보였다.

히브리서는 아브라함이 우르를 떠나 장막에 살았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이 족장은 자식과 손자에게 준 것이라고는 고작 나그네의 거처뿐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거류민의 삶을 살면서도 아브라함은 그 무엇보다도 안정된 삶을 고대했다.

믿음으로 아브라함은, 부르심을 받았을 때에 순종하고, 장차 자기 몫으로 받을 땅을 향해 나갔습니다. 그런데 그는 어디로 가는지를 알지 못했지만, 떠난 것입니다. 믿음으로 그는, 약속하신 땅에서 타국에 몸 붙여 사는 나그네처럼 거류하였으며, 같은 약속을 함께 물려받을 이삭과 야곱과 함께 장막에서 살았습니다. 그는 하나님께서 설계하시고 세우실 튼튼한 기초를 가진 도시를 바랐던 것입니다. 히브리서 11:8-10.

우르에는 숙련된 장인들이 있었지만, 아브라함은 더 위대한 설계자요 건축자이신 강력하고 미쁘신 하나님을 바라보았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을 신뢰했고, 순종으로 그의 믿음을 보여주었다. 그의 눈이 훨씬 더 안전한 곳을 바라보고 있었기에, 아브라함은 우르의 보물들을 포기했다. 그는 호사와 학식보다 더 큰 것을 보았다. 그는 하나님의 약속을 보았다.

우리가 교회에서 믿음을 토론할 때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우리의 믿음은 그 대상만큼만 가치가 있다. 우리의 믿음을 부와 기술과 학식과 재능에 두고 싶은 유혹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사회의 가치가 아니라 그리스도를 선택할 때, 우리의 그 결정은 아브라함의 결정처럼 어리석어 보일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약속을 지키셨고, 그것으로 아브라함의 믿음은 입증되었다. 우리의 순종하는 믿음 또한 그러할 것이다. 아브라함의 믿음의 대상은 그의 믿음을 귀하게 만들었고, 그래서 그는 히브리서 11장이 소개하는 성도의 모범에 들어갔다. 이 족장의 믿음이 히브리서 저자가 청중에게 바라는 바로 그 믿음, 곧 하나님의 약속에 굳건히 서고 행동하는 믿음, 이 세상의 덧없는 가치보다 미쁘신 우리 하나님이 주시는 약속을 귀하게 여기는 지혜로운 믿음이다. [복음기도신문]

“ 우리가 교회에서 믿음을 토론할 때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우리의 믿음은 그 대상만큼만 가치가 있다 ”

대니얼 K. 응(Daniel K. Eng) | 대니얼 K. 응(PhD, University of Cambridge; DMin, Talbot School of Theology)은 Western Seminary 신약학 부교수이며 The SOLA Network 편집위원이다. 또한 곧 출간될 New Testament in Color의 저자이다.

이 칼럼은 개혁주의적 신학과 복음중심적 신앙을 전파하기 위해 2005년 미국에서 설립된 The Gospel Coalition(복음연합)의 컨텐츠로, 본지와 협약에 따라 게재되고 있습니다. www.tgc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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