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복음 전도학교 개강 소식을 듣게 됐다. 전도에 대해 늘 부담감이 있었고 ‘그리스도인에게 ‘십자가 복음과 전도’는 너무 맞는 말’이라는 생각으로 등록을 했다. 학교를 시작하고 2, 3주쯤 되었을 때 일하다가 발목을 다쳤다. 2주면 낫는다고 했는데, 4월, 5월, 6월이 되어도 컨디션이 회복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낙심이 되고 마음껏 다니던 시절이 그리웠다.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말씀을 전파하라고 하신 주님, 전도는커녕 내 한 몸 운신하기도 힘든 크리스천은 어떻게 증인의 삶을 살 수 있을까요?’ ‘주님 왜 이렇게 안 낫는 건데요? 다시 잘 걷게 해주신다면 주님이 인도하시는 발걸음을 뗄 마음의 각오가 좀 되어 있는데요.’
주님은 내게 무슨 말씀을 하시고 싶으셨던 것일까? 지난주, 조별 나눔을 하는 시간에 조원 한 분이 바쁜 농촌의 일상을 이야기하시며 이런 말씀을 하셨다. “지금이 농촌에서는 작물을 거두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씨앗을 심는 시기이기도 해요.” 굉장한 울림이 되는 말이었다. 주님이 나를 불러주실 때 하셨던 말씀,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게 된다는 그 생생한 음성이 기억났기 때문이다.
나는 청력이 나쁜 노인분들을 만나는 일을 하고 있다. 만나는 어르신들에게 복음을 전하려고 늘 애를 써왔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한바탕 복음을 전하고 나오지만 늘 마음 한 켠에 어려움이 있었다. 복음을 듣지 않고 외면하는 심령에 대한 책임감과 복음에 빚진 자로서 이렇게나마 복음을 전했다는 약간의 성취감을 가진 나를 보는 괴로움, 그리고 이렇게 툭 던지듯 짧고 빈약한 내용으로 전도해도 되는지에 대한 자책감, 때때로 낯을 너무 가려 복음에 대해 입도 못 떼는 연약함이 늘 어려웠다.
그런데 학교가 진행될수록 부르신 주님의 의도를 짐작하게 된다. 주님은 전도에 대한 부담을 고취시켜 전도의 용사를 만들고 싶어 하시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전도에 대한 오해를 내려놓고 포도나무 되신 주님께 접붙임 받아 열매 맺는 존재임을 다시 인정하게 하셨다. 나의 말의 어떠함이 아니라 십자가 복음이 능력이고 선교의 주체는 하나님이시기에 주님이 하시는 것을 믿어야 했다. 결국 내 말로 정리한 복음이 필요한 사람은 나 자신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얼마나 이 복음을 더 알아야 제대로 살까? 배워도 끝이 없고, 알았다 싶다가도 여전히 모르고 비슷한 것 같은데 주님과 정반대편에 서 있는 나를 볼 때는 눈물이 난다. 그러나 내 존재를 새롭게 하신 주님의 말씀이 기준이 되는 것이 믿음의 싸움이라고 말씀해주신다. 스스로는 복음을 알 수도, 깨달을 수도 없이 죽었던 존재를 주님이 일으키시고 은혜로 여기까지 오게 하심에 감사드린다.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이 약속을 신실히 지키게 하실 주님을 사랑하고 기대한다. [복음기도신문]
오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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