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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GC 칼럼] C.S 루이스의 삶을 다룬 영화, 그리고 다큐 한 편

▲ 사진 : 유튜브채널 Craig Armstrong 캡처

기독교 변증법이 ‘이것은 사실인가’에 대항한 논리적 해명에만 몰두하는 것으로는 회의론자들에게 충분한 답을 줄 수 없을 것 같다. 이제 ‘이것이 옳은가’의 질문에 대해서도 기독교 윤리는 세상에 해 줄 말이 있어야 한다.

최근에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우리가 사는 이 세대의 회의론자들이 기독교에 대해 가지는 주된 쟁점은, 타당성의 문제가 아니라 비도덕성에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 시대에 득세하는 윤리 의식, 특히 성과 젠더에 관한 한은 성경의 가르침에서 계속 멀어지고 있기 때문에, 기독교 변증법이 ‘이것은 사실인가’에 대항한 논리적 해명에만 몰두하는 것으로는 회의론자들에게 충분한 답을 줄 수 없을 것 같다. 이제 ‘이것이 옳은가’의 질문에 대해서도 기독교 윤리는 세상에 해 줄 말이 있어야 한다.

변증에는 다양한 요소들이 있으며 각각의 요소에 다가서기 위해서는 그에 알맞은 맞춤형 접근법이 필요하다. 변증의 다양한 요소는 회의론의 양상이 그만큼 다양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회의론자들이 갖는 질문과 의심은 그들 각자의 삶의 경험에서 비롯한다. 그리스도인은 이들의 질문에 뛰어들어 그들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내야 한다. 이제 소개할 두 편의 영화는 이러한 점을 잘 포착한 영화다. 개인의 삶을 추적한 전기(biography)와 맞춤형 접근이 변증법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질문과 의심 속에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답을 주시기 위해 하나님께서 어떻게 다양한 방법으로 역사하시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먼저, ‘가장 반항적인 개종자’(The Most Reluctant Convert)는 C. S 루이스(C. S. Lewis)가 무신론자에서 기독교인으로 회심한 여정을 탁월하게 묘사한 원맨쇼(one-man show) 형식의 영화다. 두 번째 영화 ‘증거를 대라’(Send proof)는 “기적이 존재한다면 그 증거는 어디에 있는가?”라고 묻는 오늘날 많은 회의론자의 걸림돌이 되는 초자연적 현상을 그리고 있다. 두 편 모두 추천할 만하며 논의의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가장 반항적인 개종자(The Most Reluctant Convert)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C. S. 루이스의 삶을 다룬 ‘가장 반항적인 개종자’(The Most Reluctant Convert)는 미국에서 11월 초에 한정된 기간에 상영되었다. 이 영화는 앞서 같은 이름으로 무대에 올라 크게 흥행했던 연극을 각색한 것으로, 루이스의 자서전인 ‘예기치 못한 기쁨’(Surprised by Joy)을 토대로 한다. 영화의 초반에는 맥스 맥린(Max Mclean)이 등장하여 중년의 루이스를 연기하고 루이스가 기독교로 개종할 시기의 연기는 니콜라스 랠프(Nicholas Ralph, 영국의 유명 드라마 ‘All Creatures Great and Small’에 출현한 배우)가 맡았다.

영국의 기독교 영화 제작자인 노만 스톤(Norman Stone, 루이스의 삶을 그린 BBC 방송의 영화 ‘Shadowlands’의 연출을 맡음-역주)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영국의 옥스퍼드(Oxford) 지역에서 대부분 촬영했다. 영화 자체로도 대부분의 기독교 배경의 영화보다 확실히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지만 대체로 루이스의 기존 팬들과 성도들에게 큰 호응을 얻을 것이다.

80분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영화는 루이스가 어리고 젊은 시절에 겪은 트라우마부터(9살에 어머니를 여의고 14살에는 무신론자가 되었으며, 19살에 제1차 세계대전 참전한 바 있다.) 지적인 깨달음과 함께 하나님께 돌아가기까지의 영적 여정을 조밀하게 담고 있다. 한편, 루이스의 이러한 영적 여정에 지대하게 영향을 끼친 것이 있는데, 루이스는 조지 맥도날드(George MacDonald)의 소설 ‘판타스테스’(Phantastes)를 읽는 중에 자신의 상상력이 “세례”를 받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또한, 그에게는 믿음을 주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오언 바필드(Owen Barfield)와 같은 문학적 동지들이 있었으며, 특히 루이스는 J. R. R. 톨킨(J. R. R. Tolkien)과 막달렌(Magdalen) 대학교정을 산책하곤 했었는데, 이때 톨킨이 루이스에게 해준 “참된 신화”에 대한 이야기는 루이스의 회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나 같은 루이스 마니아들에게는 영화의 볼거리가 정말 많다. 교수 시절의 루이스로 분장한 마이클 와드(Michael Ward)의 카메오 연기는 기대 이상의 재미를 선사한다. 맥린(McLean)의 내레이션 또한 유쾌하고 재치가 넘치며 그의 뛰어난 전달력이 돋보인다. 그러나 이 영화의 최대 강점은 바로 영화의 대본이다. 영화가 루이스의 회심을 명료하고 이해하기 쉽게 풀어낼 수 있었던 데에는 루이스가 그간 했던 수 없이 많은 말들을 적확하게 인용한 것이 한몫을 했다.

예컨대, 영화의 한 장면에서 ‘순전한 기독교’(Mere Christianity)의 한 구절이 흘러나오는데(“온전한 만족을 이 세상에서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은 우리가 또 다른 세상을 위해 지어졌기 때문이다.”) 이어서 ‘영광의 무게’(The Weight of Glory)의 한 문장(“지금 우리는 세상의 바깥, 문 저편에 있다.”)이 뒤따라 나온다. 출처가 다른 두 인용구를 매우 매끄럽게 연결하고 있다. 기독교 영화가 으레 하는, 뭔가를 가르치고 설교하는 듯한 느낌은 전혀 받을 수 없었다.

영화는 좋은 의미에서 장황하다. 영화의 원작이 1인극임을 고려할 때 당연하겠지만 이는 개인적으로 아쉬운 지점이기도 하다. 보통 영화가 원작의 문구(예컨대 루이스가 기쁨을 진소호트(Sehnsucht)개념으로 표현한 것과 같은)를 영화화하면서 그려낸 이미지는 간혹 실망스러울 때가 있다. 루이스는 장난감 정원을 보며 처음으로 기쁨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는 ‘예기치 못한 기쁨’(Surprised by Joy)에서 자신이 처음으로 ‘기쁨’에 눈을 떴을 때 그때의 느낌을 “이제 막 멈췄다고 생각한 그리움에 다시 사로잡힌 것 같은”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영화는 비스킷 통으로 만든 장난감 정원으로 이를 이미지화했다. 영화의 연출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영화가 그려낸 이미지가 과연 루이스의 강렬한 메시지 전달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지 의문이다.

증거를 대라(Send Proof)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VOD 이용 가능) 최근 몇 년간 내가 가장 재미있게 본 기독교 다큐멘터리이다. 감독과 내레이션을 모두 맡은 엘리야 스티븐스(Elijah Stephens)는 기독교의 초자연적 요소, 그중에서도 기적적인 치유 사건을 다룸으로써 관객들을 흥미진진한 논쟁의 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감독은 영화를 위해 놀랄 정도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평론가들을 각지에서 불러 모았다. 기독교 변증학 쪽에서는 J.P. 모어랜드(Moreland), 윌리엄 레인 크레이그(William Lane Craig), 게리 하버마스(Gary Habermas), 크레이그 키너(Craig Keener) 와 같은 신학자들과 교수들이 대거 등장한다. 한편 마이클 셔머(Michael Shermer)와 존 로프터스(John Loftus, ‘The Case Of Miracles’의 저자)같은 회의론적 무신론자들의 출연도 눈에 띈다. 스티븐스 감독은 치유를 주장하는 사례를 조사하는 의학 연구계, 실제로 치유를 경험한 사람들, 또한 벧엘교회(Bethel)의 빌 존슨(Bill Johnson)을 비롯한 치유 사역의 지도자들과도 인터뷰를 진행했다.

스티븐슨 감독은 이러한 견해와 목소리들이 그저 스스로 말하도록 둔다. 기적적인 치유를 믿을 것인지 의심해 봐야 할 것인지의 판단은 관객에게 넘긴다. 기독교 배경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오늘날의 다큐멘터리들 사이에서 이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다큐멘터리는 대부분이 자료에 기반한 복잡한 논쟁을 공정하게 보이기보다는 답을 정해 놓고서 보는 사람들의 생각을 정해진 답 쪽으로 조종하려는 경향이 있다.

감독은 기독교인이고 영화가 다루는 문제에 관해 확실한 자신의 견해가 있지만, 그는 영화를 보는 이들이 스스로 결론을 내리도록 함으로써 관객들에 대한 존중을 표한다. 이 영화는 무신론자는 결국 패배하고 멸절해 버린다는 식의 선동을 하지 않는다. 모든 견해가 다 타당하다는 듯이 어깨를 한 번 으쓱하는 식으로 문제를 가볍게 다루지도 않는다. 단도직입적으로 ‘기적의 증거가 있는가?’라고 묻고 서로 다른 의견이 공정하게 겨루도록 한다.

이 영화는 개혁 지속주의의 관점을 견지하면서도 카리스마의 폐해는 강하게 비판한다. 우리는 기독교인으로서 기적이 가능하다고 믿지만, 기적의 간증에 대해서는 여전히 조심스럽고 논리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증거를 대라’(Send Proof)는 카리스마 있는 기독교인들에게 과학적인 단서(evidence)와 확실한 증거(proof)는 적이 아니라, 동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같다.

‘가장 반항적인 개종자’(The Most Reluctant Convert)와 ‘증거를 대라’(Send Proof)가 엄청난 걸작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히 관람할 가치가 있는 영화이다. 특별히 믿지 않는 친구들 가운데 이 영화들을 받아들일 만한 친구가 있다면 함께 보고 토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두 영화가 회의론자들을 완전히 설득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의심 많은 회의론자가 설복되어 신앙인이 되기까지의 여정은 멀고 험하다. 수많은 생각과 주변의 조언들이 그 길을 따라 나서기 마련이다. (루이스의 이야기가 보여 주듯이) 하나님께서 이 영화들을 사용하셔서 이 영화를 보는 이들이 믿음의 길로 돌아서는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도한다. [복음기도신문]

변증에는 다양한 요소들이 있으며 각각의 요소에 다가서기 위해서는 그에 알맞은 맞춤형 접근법이 필요하다.

브랫 맥크레켄 (Brett Mccracken) | 미국 TGC의 편집장으로 Southlands Church에서 장로로 섬기고 있으며, ‘Hipster Christianity: When Church and Cool Collide’를 비롯하여 여러 권의 책을 저술

이 칼럼은 개혁주의적 신학과 복음중심적 신앙을 전파하기 위해 2005년 미국에서 설립된 The Gospel Coalition(복음연합)의 컨텐츠로, 본지와 협약에 따라 게재되고 있습니다. www.tgc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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