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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국 칼럼] ‘친구를 사귀라’

사진: Keagan Henman on unsplash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불의한 재물로 너희를 위해 친구를 사귀라. 그래서 재물이 다 없어질 때 그들이 너희를 영원한 장막으로 환영하게 하라. 누구든지 적은 일에 충성하는 사람은 많은 일에도 충성할 것이요, 누구든지 적은 일에 불의한 사람은 많은 일에도 불의할 것이다. (눅16:9-10, 우리말성경)

우리는 의류와 악세사리 제품을 수입할 뿐만 아니라 의류를 제작하기도 한다. 매 시즌마다 꼭 필요한 아이템을 선별해서 봉제공장에 하청을 준다. 하지만 제작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먼저는 원하는 디자인의 샘플작업이 필요하고 샘플을 만든 후에 다시 버려지는 아이템과 진행해야할 아이템이 결정되기까지 과정이 쉽지않다. 진행하고자 하는 아이템을 결정하기까지 계절에 맞는, 그리고 유행에 맞는 디자인과 원단, 그리고 부자재들을 선별하는 작업들이 있으며, 많은 시간과 애정이 들어간다. 원단 한가지를 얻기 위해서 하루종일 그 큰 원단시장을 돌아야 한다. 마음에 딱 맞는 것을 구하지 못할때는 다음날 또 다음날까지 원단을 찾아야 한다. 원단이 결정되면 거기서 다시 단추나 지퍼같은 부자재를 맞추어야 하는데 좋은 원단을 찾고 부자재를 잘못 사용하면 좋은 옷을 버리기 때문에 부자재 선택도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일이다. 뭐하나 쉬운 일이 없다.

이렇게 외부 원단, 내부 마감재, 부자재가 결정되면 샘플 작업이 진행되고, 샘플이 나오면 진행여부를 결정하게 되는데, 이 작업이 참 많은 시간과 애정이 쏟아지게 된다. 이때 사장되는 샘플이 있지만, 우리에게는 마땅히 드려져야 하는 작업이다. 결과적으로 샘플작업이 없이는 우리가 원하는, 그리고 소비자가 원하는 질 좋은 제품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생산된 제품은 만든이에게 있어서는 ‘감격’이다. 머리안에 있는 제품이 실제로 손에 쥐어지기 때문인데, 그것은 소비자들은 모르는 ‘만든이 만’의 기쁨이며 감격이다. 우리는 이렇게 세계 그 어떤 유명 브랜드와 비교할 수없는 ‘애정과 마음’을 담은 제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물론 전 아이템을 다 제작 할 수 없지만, 허락하시는 제작상품에 있어서는 진정 마음을 다하여 만들어 내고 있다.

그러나 항상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끔씩 ‘하청 공장’에서 발생하는 문제 때문이다. 지금 중소기업이나 대기업들안에서 기계화 되어진 공장들은 대개 베트남이나 중국, 그리고 동남아시아에서 만들어 진다. 한국에 남겨진 큰 공장들도 있지만 경쟁력 약화로 인하여 대부분은 동남아로 이전하였거나 문을 닫은 상태이다. 그러다보니 여전히 우리같은 업체들이나 개인들은 자연히 한국에 남겨진 소규모 하청공장의 문을 두드리게 된다. 그러나 한국에 남겨진 하청공장의 상황은 많이 열악하다. 두세 사람 내지는 서너명의 봉제사들이 일하고 있다. 그마저도 젊은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재단, 패턴, 봉제 이런 일들에 젊은이들은 관심이 없다. 3D업종이 되어버린지 오래다보니 좋은 기술을 가진 ‘장인’들이 사라지고 나면 대를이어갈 다음세대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러한 훌륭한 기술이 기계화되고 무관심으로 사장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젊은 세대 안에서 직업이라는 영역의 세계가 ‘넓혀지기’를 기도하고 있다.

이렇게 하청공장의 상황이 열악하다 보니 사고가 나는 것이 다반사이다. 지난 가을 한 공장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맨투맨 티셔츠를 제작하기 위해 우리는 원하는 샘플을 공장에 넘기고 공장은 패턴에 맞추어 원하는 디자인으로 잘 만들었다. 매년 만드는 맨투맨 티셔츠였기에 크게 문제가 될 일이 없다고 생각했고 공장에서도 실수 없이 작업이 완료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봉제공장이 아닌 다음 작업 ‘나염공장’에서 일어났다. 봉제를 마친 맨투맨 티셔츠는 인쇄를 위하여 ‘나염공장’으로 넘어갔는데 나염 공장 역시 열악한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그렇잖아도 매 번 실수 하지 않도록 티셔츠 하나 인쇄하는데만도 수 차례 통화를 하고 몇번씩 찾아가서 설명하고 이해시켜 드려야만 했다. 봉제공장이나 나염공장 사장님들이 나이가 좀 있으시다보니 다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장님’이 원하는 데로 봉제를 하거나 인쇄를 하셔서 사고가 종종 난다. 우리와 함께 하시는 나염공장은 부부 두 분이 사업을 하시고 있다. 인쇄 전 통화도 더 자주하고 설명도 더 디테일하게 한다.

올해 맨투맨 제작은 지난해 보다 좀더 여유 수량을 많이 하게 되었다. 제작 이후에도 찾는 분들이 있어서 미리 좀더 제작을 하게 된 것이다. 인쇄를 마친 맨투맨 티셔츠를 감사하게 납품하게 되었는데 얼마지나지 않아서 담당 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히브리어’가 거꾸로 인쇄가 되었다는 것이다. 먼저는 인쇄 후 확인하지 못한 우리 회사의 실수였다. 둘째는 보통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상형문자’인 히브리어를 나염 사장님께서 실수 하지 않도록 재차 인식시켜드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다.

나는 잠시 후회가 되었다. 왜 더 만들었을까? 그냥 입으라고 하면 안될까? 조금만 더 신경을 썼으면 이런 손실이 없었을텐데, 다시 재 작업하기에는 재정도 만만치 않은데, 나염 사장님께 손실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하나? 하며 내 안에 갈등과 후회가 일어났다. 이럴때 보통은 회사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면 담당자는 물론 회사에 손실이 있기 때문에 회사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또 영세한 공장들이다보니 계속 일을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공장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원청(갑)의 요구에 순복하게 되는게 실상이다. 그럼에도 실제로 나염공장에서도 실수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배상의 책임이 나염 사장님에도 있다. 왜냐하면 인쇄 전 분명하게 인쇄 위치와 크기 글자의 모양을 설명하고 진행했기 때문이다. 어디를 보나 이번 건은 나염공장에서 배상의 책임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떠 넘길 수 가 없었다. 말로 우기고 윽박지르고 욕을 해가며 싸워서 손실을 막을 수는 있지만 그분에 대해 우리의 마음은, 하나님 아버지의 ‘한 영혼’에 대한 마음이었다. 부인할 수 없는 이 마음 때문에 우리는 배상의 책임을 나염공장 사장님께 넘기지 않는 순종을 드렸다. 전화를 통해 ‘사장님 글자가 꺼꾸로 찍혔네요…다시 작업 해 주세요’라고 통화하며 서로 멋적은 웃음을 지으면서 이번 케이스를 마무리 하게 되었다. 재작업 인쇄 비용은 사장님 스스로 ‘무상’입니다라고 해주셨다. 손해를 보는 것에도 기쁨이 있다.

물론 매번 다 이렇게 나이스하게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상황마다 다르긴 하지만 우리가 사업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목적이 있다. 우리는 그분들과 사업의 관계를 통하여 ‘친구’가 되는 것이다. 지난 시간 속에서 다 친구가 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그렇게 친구가 된 분들에게는 ‘우리의 삶의 주인되신 주님’을 나누기도하고, ‘나의 복음’을 나누기도 했다. 다 좋아하지는 않으셨지만 우리가 갖고 있는 최종의 목표는 내게 허락된 것으로 ‘친구를 삼아’ 영원한 기쁨인 ‘복음’을 나누고자 하는 것뿐이다. 우린 그렇게 한 사람의 친구가 되기 원하는 마음을 가지고 사업에 임하고 있다.

사업을 잘해서 이익을 많이 내는 기쁨도 감사하다. 그러나 가끔은 손해를 본다 하더라도 아버지의 마음을 위해 기꺼이 손해보기를 기뻐하는 순종의 삶이 욕심 많은 나의 인생 가운데 멀어지지 않기를 주께 간절히 기도한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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