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의 울음소리 이어 출현
어느 날 밤 천지를 가르는듯한 굉음소리가 선교센터에 울려 퍼졌다. 밤 하늘을 가르는 사자의 포효. 순간적으로 우리를 공포감에 빠뜨릴만큼 위협적인 소리였다. 그러나 그 소리는 며칠 후부터 나타날 재앙의 시작에 불과했다.
며칠 뒤, 센터는 갑작스런 쥐며느리의 출현으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쥐며느리는 새끼손톱 절반만한 짙은 쥐색의 지네처럼 발이 많이 달려 있다. 위기를 느끼면 몸을 공처럼 말아버려, 어린 시절 우리는 공벌레라고도 부르기도 했다.
성체 길이가 1cm 정도인 쥐며느리가 1㎡ 면적에 빼곡하게 앉아있으면 어림잡아 3000마리 정도 앉아 있을 수 있겠다. 이런 쥐며느리 수명은 하루 정도. 센터에 진입한 이들은 방이며, 정자, 마당, 교회, 부엌 등 모든 곳에 달라붙는다. 빗자루로 쓸고 또 쓸어도 사라지지 않는 쥐며느리의 공격이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만 마리가 죽어나갔다. 그러기를 몇 주째. 센터 곳곳에는 이들이 남긴 역한 냄새가 진동한다. 온갖 최강력 살충제를 마구 마구 뿌렸다. 식사 때며, 잠을 잘 때도 어느 새 바닥을 새까맣게 물들인다. 덕분에 우리가 무서워하던 개미떼들만 죽어나갔다.
출애굽 직전 개구리떼, 이재앙, 파리떼, 독충, 메뚜기떼, 떡반죽에도 밥상에도 바로의 궁궐에도 이집트를 뒤덮었던 그들! 그러나 그것은 하루 길어야 2-3일 아니던가! 쥐며느리 떼들은 벌써 3주째 우리를 덮치고 있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새 한 마리, 들풀 하나도 하나님의 허락없이 움직이는 것이 없다는데 수십 km 떨어진 움나지니 마을에서부터 한 두달 전 시작된 이 공포의 대행진. 여기까지 오는데 한 두 달 걸렸겠지. 이집트를 강타한 벌레와 독충 떼들도 비행기 타고 온 것이 아니라면 그렇게 기어들어왔겠지.
지난 14년간의 아프리카 케냐 생활 중 이런 변고는 처음이다. 함께 사역하는 패트릭, 부야 등도 난생 처음 겪는 일이라 하였다. 이제 우리는 애굽의 열 가지 재앙을 머리로 아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알게 되었다. 이런 와중에서도 뒤로 물러나지 않고 자신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해 가는 우리 동료들이 참으로 자랑스럽다. 우리는 물러날 수 없다. 우리는 반드시 전진할 것이다.
기도 | 사랑하는 주님. 참새 한 마리도 주님의 허락 없이는 떨어질 수 없는 주님의 역사를 신뢰합니다. 이 땅에 펼쳐진 자연의 반응을 주님의 허락하심으로 알고 우리를 겸손케 하시는 주님을 찬양합니다. 미물의 반응에도 낙망할 수 있는 우리의 연약한 심령을 붙드시고 우리에게 맡겨진 사명을 성취하는데 부족함 없도록 새 힘을 주시옵소서. [GNPNEWS]
안정규 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