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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칼럼] 최찬영 선교사님, 그립습니다

ⓒ 오영철 선교사

존경하는 최찬영 선교사님께서 10월 19일 오후 6시 50분에 주님품으로 가셨습니다. 지난 5년여 동안 한달에 몇 번 인사를 드리면서 많은 배움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선교사인 저에게 큰 특권이었습니다. 그분과 대화를 하고 난 뒤 배운 점들이 많아서 그 느낌을 적어보곤 하였습니다. 지난 1월초에 대화를 나눈 뒤 다음의 글을 쓰고 보내 드렸더니 당신이 살아 계시는 동안에는 올리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혹 자신의 이름이 하나님의 이름보다 더 높여질까 두렵다고 하시면서요. 이제 주님 품으로 가신 최찬영선교사님의 아름다운 헌신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94세 노년의 선교 헌금〉

“올해는 선교사 두 분을 정해서 후원하기로 작정하였습니다.”
“작년 말에 편지를 받은 후 성령께서 저의 마음에 감동을 주셨고 그 결정은 저에게도 너무 감사한 일입니다”

잘나가는 기업을 운영하는 사업가의 이야기가 아니다. 안정된 회사에 다니는 여유 있는 직장인의 나눔이 아니다. 요양원에서 마지막 여생을 보내고 있는 한 노인의 결단이다.

그는 올해 만 95세가 되는 최찬영 선교사님이시다. 그는 해방 후 첫 선교사이다. 1955년 4월에 파송 예배를 드렸고, 1956년 6월에 태국에 도착하였다. 37년 동안 선교사로 섬기다가 1992년 65세의 나이에 은퇴하였다. 은퇴 이후에도 선교를 위한 그의 삶은 끝나지 않았다. 플러 신학교에서의 교수사역과 선교단체 섬김이 이어졌다. 그리고 이제 거의 30년이 되었다. 그는 한국선교의 큰 나무로 일생을 살아왔다.

지난 2021년 1월 2일, 그의 선교후원 작정에 대한 고백을 들으면서 그가 여전히 선교의 큰 나무임을 느낀다. 최찬영 선교사님에게는 한 달에 두 번 정도 카톡으로 문안 인사를 드린다. 이렇게 안부를 묻고 대화를 한지가 몇 년 되었다. 통화를 하면 주제가 다양한 편이다. 주변 소식을 들려주신다. 최근의 상황과 건강에 대한 상태에서 가족 이야기 등이다. 태국에서의 선교경험과 성서공회 충무로서의 사역들도 나누어 주신다. 그리고 격려와 칭찬을 잊지 않으신다.

나의 글에 대한 격려도 잊지 않으신다. 선교지에서 경험하고 느낀 것을 적어서 보내 드리는데, 꼼꼼히 읽으셨음을 알 수 있다. 그 내용에 대한 느낌과 의견을 말씀하신다. 보내준 글을 모아서 책으로 출판하였으면 좋겠다고 여러 번 말씀해 주셨다. 부족하지만 내가 책(카렌! 그들을 통해 배우다)을 쓰게 된 이유 중에 하나도 최찬영 선교사님의 격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 그분의 선교 헌금에 대한 결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아름다운지를 보여주셨다. 중년 이후 대부분은 노후를 걱정하며 준비한다. 잘 준비된 노후의 기준이 있다. 한국에서는 적정 노후 부부 생활비가 월 250만원이라고 한다. 그것을 위해서 한국인들은 일생 대부분을 그렇게 열심히 사는 것 같다. 그런 수입이 없는 사람들은 불행한 노후를 지낼 것처럼 이야기한다. 나도 이제 50대 중반이 되면서 이런 현실이 잘 다가온다. 선교사들 대부분은 은퇴 후 수입이 그것의 반도 안될 것이다. 그런 수입이 없으면 그 인생은 정말 불행한가? 최찬영 선교사님의 노년의 삶은 노후의 삶이 다른 방식으로 얼마나 멋지게 살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작년 말 성탄절 인사를 하면서 나눈 이야기가 선명히 남아 있다.

“나는 죽음이 두렵지 않습니다.”
“선교사로 나는 참 복되고 감사한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가 여유 있는 노후자금이 충분히 준비되었기 때문이 아니다. 지금도 건강하기 때문이 아니다. 영원한 나라에 대한 준비가 확실히 되었기 때문이다. 선교사로서 삶은 너무나 복된 삶이라고 고백하였기 때문이다. 이것만해도 부러운 노후의 고백이다.

충분한 노후자금으로 누릴 수 없는 것들이 많다. 감사와 자족함이다. 무엇보다도 죽음을 넘어서 영원한 나라는 노후자금으로 꿈도 못 꾼다. 선교사들도 주어진 상황 속에서 노후를 준비하여야 한다. 무책임한 행동으로 본인과 가족이 감당하여야 할 어려움은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더 큰 사실과 영원한 나라에 대한 확신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최찬영 선교사님은 그 확신과 감사가 기둥이 된 노후를 살고 계신다.

그리고 이번에 선교사후원을 위한 헌신은 그가 얼마나 아름다운 노후를 보내고 있는지 보여준다. 그가 헌신할 수 있었던 내용을 보니 더욱 감동이다. 사실 그가 여유 돈을 준비한 것은 아니다. 전혀 생각치 않았던 수입이 있어서 가능하였다고 한다. 6.25때 군목으로 근무하였기에 받고 있는‘참전명예수당’이다. 십여 년 전에 군에서 같이 근무하였던 분에게 연락이 왔다. ‘참전명예수당’을 받고 있느냐는 것이다. 들어보지도 못하였다고 하자 신청을 해보라고 하였다. 육군본부에 연락을 하니 이름과 군번과 생년월일을 요청하였다. 군번은 잊어버려서 생년월일을 말하니 일치되는 사람이 없다고 하였다. 6.25 전쟁 때 11사단에서 근무를 하였는데, 그 때 근무하였던 사진을 보냈더니 확인이 되었다고 한다. 참전명예수당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하여 지원하는데 2000년 최초 월 6만 5000원을 지원하다가 이후 인상되어 2020년에는 매월 32만원을 지원한다.

“이번 작정은 어쩌면 올해가 마지막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내 목숨이 허락할 때까지 받을 터이니 그 때까지는 보내려고 합니다.”

건강이 이전과 같지 않음을 느끼는 그의 고백이 귀에 맴돈다. 안타까움이 아니라 너무나 당차고 확신이 있는 신앙의 증언이기 때문이다. 참전명예수당은 전시에 그의 땀과 헌신과 피의 결과이다. 자신이나 가족을 위하여 사용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런데 그는 일반적이지 않은 곳에 드린다. 하나님 나라를 위하여 싸운 용사에게 주기로 한 것이다. 믿음의 용사가 또 다른 믿음의 용사에게 보내는 것이다. 주님 나라 갈 때까지 이 땅에서 자신의 목숨이 다하는 순간까지 드리기로 하였다. 노후에 대접받고 누리는 것을 포기한 세상과 다른 삶이다. 그런데 참 부럽고 아름답다.

그는 동반자였던 최광명 선교사님을 2017년 9월 16일 먼저 주님 나라에 보냈다. 이제 3년여가 지났다. 그렇지만 그가 외롭고 쓸쓸한 인생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주위에 그와 여전히 동행하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더 큰 이유가 있다. 그는 여전히 하나님 나라를 소망하며 선교의 길을 걷고 계신다. 노후에 안정을 추구하는 삶과는 거리가 있다. 여전히 대화의 중심주제는 선교이다. 선교의 이야기를 하시면 여전히 가슴이 뛴다. 그리고 이번에 선교 헌금에 대한 작정을 하면서도 얼마나 흥분되는지를 여러 번 말씀하셨다.


최찬영 선교사님은 이후에도 카렌신학교에서 공부하는 순교자의 딸 소식을 듣고 적지 않은 헌금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까지 영상 통화로 그녀를 격려하시다가 주님 품으로 가셨습니다. 위대한 분의 흔적을 세심한 부분까지 남기시고 가셨습니다.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그리고 그립습니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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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선교사 | 1995년 GMS 선교사로 태국에 파송된 뒤, 현지 신학교에서 학생과 목회자를위한 교수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이곳에서 소수부족인 카렌족교회가 주민족인 타이족을 위한 선교적 교회를 세우는데 관심을 갖고 이들을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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