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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GC 칼럼] 성도에게는 세상과 천사까지 심판할 권세가 있다

ⓒ unsplash

“ 하나님의 구속 계획의 일부는 이 마귀 왕국을 전복시키고 그것을 신자들이 공동 상속자로서 다스리는 그의 아들의 왕국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

사도 바울은 고린도 교회에 보내는 첫 번째 서신서에서 신자들을 향해 몇 가지 신랄한 책망을 던진다. 아마 그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것은 고린도전서 6장 2-3절에 적힌 내용일 것이다. 거기에서 우리가 알게 되는 사실은 분열과 세속적 성향에 물든 고린도 사람들이 세상 법정에서 서로 소송을 제기하여 이기적인 이익을 추구함으로써 기독교인의 정체성을 손상시켰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불어 그런 고린도 교인들의 행실은 이웃 이교도들과 다를 바 하나 없는 가치관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에, 그들의 부조리한 삶을 폭로함으로써 그리스도 안에 있는 그들의 궁극적인 운명을 일깨워주기 위해서 바울이 이 서신서를 썼다는 것이다.

성도가 세상을 판단할 것을 너희가 알지 못하느냐 세상도 너희에게 판단을 받겠거든 지극히 작은 일 판단하기를 감당하지 못하겠느냐 우리가 천사를 판단할 것을 너희가 알지 못하느냐 그러하거든 하물며 세상 일이랴(고전 6:2–3).

바울은 큰 것에서 작은 것으로 나아가는 논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니까 언젠가 세상과 천사들을 심판하게 될 교인이라면 고작 자기네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그러니까 상대적으로 작은 분쟁 정도는 세상 법정을 의지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 바울의 주장이다.

이 구절이 그토록 놀라운 이유는 바울이 최후의 심판에서 고린도 교인들이 맡을 역할을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는 두 번이나 수사학적 질문을 던진다. “못하느냐?” 그러나 바로 이 구절이 없었다면, 오늘날 바울이 말하는 이 진리를 알고 있을 기독교인이 과연 몇이나 될까? 우리가 세상과 천사들을 심판할 것이라는 것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에 대해 성경은 또 무엇이라고 말하는가? 그리고 이것이 오늘날 우리에게 실질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수 세기 동안 주석가들은 성도들이 맡은 이 심판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을 제시했다. 이 해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으며, 네 번째 해석은 사실상 세 번째 해석의 확장이다.

1. 모범을 통한 심판

이 해석은 요한네스 크리소스토무스(John Chrysostom)와 같은 초기 교부들과 볼프강 무스쿨루스(Wolfgang Musculus)와 같은 초기 개혁주의 주석가에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해석의 핵심은 신자들이 적극적으로 심판을 행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에 있다. 왜냐하면 심판은 그리스도의 특권이라고 믿기 때문이다(요 5:22 참조). 오히려 불신자를 정죄하는 방식은 그들이 보여주는 믿음의 본보기를 통해서라는 것이다. 예수께서도 그 시대에 회개와 지혜로 응답한 니느웨 사람들과 스바 여왕이 심판 때에 일어나 그의 동시대 세대의 사악함을 정죄할 것이라고 선언하실 때 그와 비슷한 의미의 내용을 언급한 적이 있다(마 12:41-42).

그러나 이런 해석이 바울이 이해하고 있는 내용의 일부일 수는 있겠지만 결코 전체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니느웨 사람들과 스바 여왕의 이야기를 마지막 심판에 적용해서 볼 때 그들의 역할은 재판관이 아니라 악인에 대해 증언하는 증인에 불과하다. 반면에 바울이 최후의 심판에서 신자들의 역할과 관련해서 말하는 내용은 증인보다는 훨씬 더 권위 있는 역할이다. 따라서 바울의 주장은 그들이 앞으로 언젠가는 우주의 문제까지 다룰 책임을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에 지금 만나는 일상적인 문제 정도는 좀 더 쉽게 다루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2. 대리(Proxy)를 통한 심판

앤서니 티슬턴(Anthony Thiselton)과 같은 몇몇 현대 주석가가 선호하는 이 해석은 신자와 그리스도의 연합에 대한 바울의 가르침을 강조한다. 우리가 그의 죽음에 참여하는 것 같이 우리는 그의 부활의 능력과 권위에도 참여한다는 것이다(롬 6:3-11, 고전 15:49). 따라서 그리스도께서 세상을 심판하러 오실 때 그분을 신뢰하는 우리가 얼마든지 그분의 심판에도 참여한다고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파생적 의미에서 예수님은 우리를 대신하여 행동하는 우리의 머리이기 때문에, 그의 모든 구원 행위에 우리는 영적으로 참여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 해석이 아마도 첫 번째 해석보다는 진실에 더 가까울 것이다. 그러나 이 해석 또한 바울이 전달하려는 의미의 충만함을 전부 다 포착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만일 바울이 이런 식으로 미래의 대리 심판만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면, 우리가 지금 스스로를 놓고 심판하는 현재의 책임에 더 충실해야 한다는 그의 가르침이 가지는 정당성은 자연스럽게 약해질 수밖에 없다.

3. 위임된 권한에 의한 심판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바울은 신자에게 능동적이고 위임된 역할이 최후의 심판에서 주어진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 이 해석은 교회 역사에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우리가 성경 본문에 주의를 기울인다면 가장 성경적인 해석임을 알게 될 것이다.

마지막 심판에서 신자의 역할에 대한 가장 명확한 구약성서 중 하나는 인자에 대한 다니엘의 환상에서 찾을 수 있다(단 7:22). “옛적부터 항상 계신 이가 와서 지극히 높으신 이의 성도들을 위하여 원한을 풀어 주셨고 때가 이르매 성도들이 나라를 얻었더라.” 신약에서 예수께서는 이스라엘을 심판하는 제자들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신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세상이 새롭게 되어 인자가 자기 영광의 보좌에 앉을 때에 나를 따르는 너희도 열두 보좌에 앉아 이스라엘 열두 지파를 심판하리라”(마 19:28). 더 나아가, 예수께서는 달란트의 비유에서 종말에 신자들에게 부여된 권위의 정도를 언급하신다. “그 주인이 이르되 잘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적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을 네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여할지어다 하고”(마 25:21).

확실히, 이 구절들 중 그 어느 것도 신자들이 천사를 심판하는 것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타락한 천사에 대한 미래의 정죄에 관한 많은 구절이 있다(사 24:21, 마 25:41, 벧후 2:4). 물론 이 구절들은 일반적으로 하나님을 심판자로 묘사하지만 적어도 믿는 자들에게 위임된 역할이 그 속에 암시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

4. 뒤바뀐 왕국?

세 번째 가능성을 기반으로 한 네 번째 가능성이 있다. 오스카 쿨만(Oscar Cullmann)이 제안한 이 해석은 최근 ‘보이지 않는 세계(Unseen Realm)’의 저자인 마이클 하이저(Michael Heiser)의 옹호를 받았다. 이 관점에 따르면, 구약에서 “하나님의 아들들”로 알려진 지배 계급의 천사들에게 하나님이 이교 국가들의 관할권을 일시적으로 할당하셨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신명기 32장 8절의 지지를 받는다. “지극히 높으신 자가 민족들에게 기업을 주실 때에, 인종을 나누실 때에 이스라엘 자손의 수효대로 백성들의 경계를 정하셨도다.”(단 10:13,20 참조) 그런 다음에 하나님께서는 불공정한 통치 때문에 이 천사들을 향한 정죄를 선언하셨다. “내가 말하기를 너희는 신들이며 다 지존자의 아들들이라 하였으나 그러나 너희는 사람처럼 죽으며 고관의 하나 같이 넘어지리로다”(시 82:6-7).

하나님의 구속 계획의 일부는 이 마귀 왕국을 전복시키고 그것을 신자들이 공동 상속자로서 다스리는 그의 아들의 왕국으로 대체하는 것이다(딤후 2:13; 계 2:25-28).

하이저는 이렇게 말한다. “일단 열방이 복음을 통해 여호와께 회복되면 신자들은 현재 열방을 지배하고 있는 신성한 존재를 대체하고 여호와의 자녀와 공동 통치자로서 그들의 자리를 다스릴 것이다.”

현재의 문제를 이런 관점에서 바라보기

만약에 이것이 바울이 염두에 두었던 것이라면 고린도 교인들의 행실에서 비극적인 아이러니를 볼 수 있다. 그들이 누구인가? 때가 되면, 땅의 통치자들을 뒤에서 다스리는 하늘의 권세들을 심판할 이들이다. 그런데 그런 그들이 고작 땅의 통치자들에게 자신들의 일을 판단해달라고 호소하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리스도인이 결코 세상 법원에 상소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때때로 심각한 범죄에 대해서는 신자라고 공언하는 사람에게까지도 책임을 물을 것을 공적 정의는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료 신자들과 일상적인 논쟁을 할 때, 우리는 그리스도와 공동 상속자이자 공동 통치자라는 궁극적인 정체성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결코 세상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세상적인 방법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모든 일에 관해서 하나님의 말씀으로 다스리고, 세상이 볼 때 하나님의 영으로 능력을 입은 구별된 사람으로 보여야만 한다.

“ 때가 되면 땅의 통치자들을 뒤에서 다스리는 하늘의 권세들을 심판할 이들이다. 그런데 그런 그들이 고작 땅의 통치자들에게 자신들의 일을 판단해달라고 호소하고 있으니 말이다 ”

Kyle Dillon | 카일 딜런(MDiv, Covenant Theological Seminary)은 테네시 주에 있는 리버옥스 개혁 교회의 부목사이며, 멤피스에 있는 Westminster Academy에서 신학을 가르치고 있다.

이 칼럼은 개혁주의적 신학과 복음중심적 신앙을 전파하기 위해 2005년 미국에서 설립된 The Gospel Coalition(복음연합)의 컨텐츠로, 본지와 협약에 따라 게재되고 있습니다. www.tgc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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