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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식 칼럼] “커피 포트 하나 구해주세요”

프레이포유 제공

<‘신뢰’ 이야기 하나>

2013년 몹시도 추웠던 겨울 지하도 돌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도를 닦는 듯 보이는 도인이 있었습니다. 

50대 중후반의 단정한 모습에 멋있는 턱수염과 깨끗한 도복을 입고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지하도 구석에 앉아 지그시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 영락없는 도인이었습니다. 

간식을 드려도 받지 않으시고 매주 고맙다는 표시로 합장을 하며 인사를 하셨습니다. 그렇게 두 해가 더 지나자 성했던 이가 대부분 빠지고 초췌한 모습으로 누워 계신 도인을 뵙게 되었습니다. 

혹시나 싶어 간식을 한 번 드려보자 감사를 표하며 받으셨고 손을 잡고 간절히 기도를 드렸습니다. 지난 주 월요일 오랜만에 뵙고는 반가운 마음에 한마디 건넸습니다.

“필요한게 있으세요?” 그러자 상상도 못한 한마디를 건넸습니다.

“물을 끓일 수 있는 커피 포트를 구해주세요.”

전 그 분 입에서 나온 말씀을 듣고 뒤로 넘어갈뻔 했습니다. 왜냐하면 지난 6년간 저와 한 마디 대화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간식을 드리면 제게 감사의 의미로 합장하는 것 외에 한 마디 말씀도 하질 않으셨던 분입니다. 

그런 분이 제게 한 첫 마디가 “커피 포트 구해주세요.”였으니 제가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마음으로 깊이 반가웠고 또 기뻤습니다. 프레이포유에게 부탁하면 들어준다는 신뢰가 생겼다는 증거이기에 그렇습니다. 만난 지 6년 만에 우리 사이에 신뢰란 것이 생긴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 깊은 신뢰를 주었고 또 그 신뢰를 받고 있다는 느낌에 정말 행복합니다. 

<‘신뢰’ 이야기 둘>

영등포 쪽방촌 사역을 시작한 지 6개월이 지나갈 때인 2018년 2월의 기억입니다.

처음에는 영등포역에 내린 뒤 영등포 쪽방촌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삼 주가 지난 뒤 쪽방촌을 겨우 찾아서 사역할 때에도 쪽방의 시작과 끝이 어딘지도 모른채 이리저리 골목을 헤매고 다녔습니다. 

하지만 쪽방촌 사역을 하며 가장 힘든 것은 매주 영등포 쪽방촌에 오지만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600명 이상 거주한다는 쪽방촌에서 지난 주에 만났던 사람을 다시 만나는 것도 힘들고 또 몇 주 만에 봤다고 먼저 다가와 인사하는 것도 아니고, 또 화요일은 영등포가 아닌 청량리나 용산으로도 사역을 나갈 수 있기에 그러합니다.

그렇게 두세 달이 지난 어느 날 아는 사람이 한두 분 생기기 시작했고 저희를 기다리는 사람도 한두 분 생겼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 영등포 쪽방촌에서 40년 가량 거주하신 어머님을 뵙고 인사 나눴습니다. 그분은 지난 6개월 간 프레이포유 사역 옆에서 바라보며 어느 정도 마음에 들었나봅니다. 저와 문 목사님에게 젊고 잘 생긴 청년이라 부르며 어떻게 젊은데 이런 사역을 하냐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또 쪽방촌 사역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의자에 앉아계신 어머님 한 분이 말을 건넸습니다.

“왜 우리는 도와주지 않아요. 왜 쪽방촌 안에만 도와줘요. 여기도 힘들고 어렵게 사는 분이 열 분 이상이 계신데…” 길을 가던 제게 갑자기 말씀하셨습니다. 깜짝 놀라서 제가 되물었습니다.

“아니 어떻게 저를 아시고 그렇게 말씀하셔요?” 그러나 어머님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키 크고 젊고 잘 생긴 청년이 오는 것 이미 잘 알고 있어요.”

글의 방향이 조금 이상해졌지만 아무튼 제 마음 속으로는 ‘신뢰’라는 단어가 또 한 번 떠올랐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분들을 돕고 함께 하는 자로 그분들께 믿음을 주고 받고 있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매주 종로 을지로 영등포 청량리 용산에서 힘들고 어려운 분들을 돕고 함께 하는 사역에 열두 분의 사역자가 동역하는데 이 글을 보는 동역자 여러분도 간절한 중보 기도로 사역의 자리에 함께 있기를 요청합니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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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식 목사 | 2013년 말부터 서울 시내의 노숙자와 홀로 사는 어르신을 돕고 기도하는 프레이포유 사역으로 이 땅을 섬기고 있다. 이 칼럼은 손은식 목사와 프레이포유 사역을 섬기는 사역자들의 사역일기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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