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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식 칼럼] 하나님이 하실 수 있는 만큼 힘껏 안아주옵소서

노숙인들과 함께 기도하고 있는 프레이포유 사역자. 사진: 프레이포유 제공

거리에서 만난 두 사람의 삶을 나누고 싶다. 유년시절 가정해체로 홀로 되어 거친 세파에 내몰려야했던 어린이. 평생 주민등록증 하나 가질 수 없었던 그가 겪어야 했던 삶은 어떤 시간이었을까. 또 지금은 거리에서 노숙인으로 살지만 허락하는만큼 도움을 받은 세상에 은혜를 갚고자 했던 사람. 그 두 사람의 이야기다.

평생 집 한 칸 가져본 적 없었다”

서풍길 아버님은 1953년생으로 출생지는 대구 범어동이다. 국민학교를 졸업할 때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동생 두 명을 데리고 집을 나가셔서 그 때부터 홀로서기가 시작되었다. 동네 식당을 전전하며 주방 보조로 한 평생을 사셨다. 예상하기로 식당 주인들이 제대로 사람 대접을 하지 않은 듯 했다. 평생 집 한 칸 가져본 적도 없고 주민등록증을 가진지도 얼마 되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에 올라와 쪽방 생활을 하며 리어카로 파지를 주우며 최근 수년간을 지내다 어느 날 거동이 힘들어 병원에 가니 당뇨임을 알게 되었다. 그 때부터 리어카를 끌힘도 없어 노숙 생활을 시작하셨다. 사흘 전 을지로입구역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살림공동체에 모셔와 이틀간 박순봉 형제의 인도로 병원 진료를 받고 오늘 중화동 주민센터에서 살림공동체로 전입신고를 하고 수급신청을 하고 서울의료원에 입원하셨다. 현재는 잘 걷지를 못하고 기억력이 안 좋으시다.

“하나님! 서풍길 아버님을 만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서풍길 아버님께서 병원에서 잘 치료받게 하시고 살림공동체를 통해 예수님을 깊이 만나게 해주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남대문의 천사로 기억되던 사람

나해기(사진.70대 초반) 아버님을 만난지 6개월이 넘었다. 본명은 아니고 나해기라고 불러주기를 원하셨다.

남대문 지하도에서 노숙하며 낮에는 남대문시장에서 나오는 쓰레기 집하장에서 12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무임금으로 일을 하십니다. 제가 옆에서 몇 번 봐도 임금을 받고 일하는 정직원 세 분보다 더 열심히 일하신다. 그래서 어느 날 물었다.

“왜 돈을 받지 않고 일을 하세요?”
“남대문 지하도에서 잠을 자는 노숙인 형제들이 집하장의 박스를 눈치 보지 않고 가져다 쓸 수 있고 가끔 시장 주민들이 아버님께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주면 함께 나눠쓸 수 있기에 이것만으로도 족하고 감사하지요.”

아버님이 감사하다니 제가 어쩔 수 없었다. 오늘은 아버님께서 시민청에 오시지 않아 간식을 전하기 위해 직접 남대문 시장으로 향했다. 일하는 장소에도 아버님이 계시질 않아서 걱정스러운 마음에 함께 일하는 분들께 여쭤보았다.

“혹시 나해기 아버님이 어디 계신지 아세요?”
“나해기가 누구예요? 여기 그런 사람 없는데요.”
“아니 여기 일하는 분 중에 나이 많은 할아버님이 계시잖아요?”
“아, 지하도에서 노숙하는 사람”
“아, 네”
“그런데 아버님 성함이 나해기라는 것은 모르셨어요? 그러면 아버님을 어떻게 부르세요?”, “그냥 형씨, 아저씨라 부르지요.”
혼자 중얼거렸다. ‘그렇구나. 나해기 아버님은 그렇게 열심히 그들의 일을 대신 해주고 계셔도 이름도 모르고 알려고 하지 않는 노숙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셨구나.’

그분들과 대화를 나누는데 마음이 너무나 힘들었다. 조금 더 기다리니 나해기 아버님께서 일터 앞 양말가게 아주머니의 심부름을 대신 해주시고 끌차를 끌고 쓰레기 집하장으로 오셨다. 간식을 전해드리고 대화를 나누자 나해기 아버님은 반가운 마음에 함께 거리에서 지내는 노숙자 형제들의 고충을 이야기하며 안전화, 운동화, 침낭, 옷들을 가져다 줄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정말 마음이 아프고 또 안타깝고 가슴으로 눈물이 흘렀다. 그래서 이렇게 기도했다.

“하나님! 나해기 아버님을 하나님이 하실 수 있는 만큼 힘껏 안아주옵소서. 주님의 이름으로 나해기 아버님을 도울 자들을 보내주옵소서. 거리에 계신 하나님, 하나님의 실존을 아버님께 보여주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그렇게 천사같던 나해기 아버님은 올해초 별세했다. 항상 남대문에서 본인보다 더 힘든 분들을 돕고, 남대문 지하도에 지내는분들의 기억에 ‘좋은 아버지’로 기억되는 그분은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복음기도신문]

손은식 목사 | 2013년 말부터 서울 시내의 노숙자와 홀로 사는 어르신을 돕고 기도하는 프레이포유 사역으로 이 땅을 섬기고 있다. 이 칼럼은 손은식 목사와 프레이포유 사역을 섬기는 사역자들의 사역일기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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