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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칼럼] 수양산 아래 첫마을, 나의 살던 고향은 (2)

사진: 필자 제공

공기 해장국

수 년전 큰아버지께서 돌아가신 후로 그 큰 집에 큰어머니 홀로 기거하고 계신다. 추석을 맞이하여 오랫만에 일가친척들이 모여 그동안 각자의 삶과 문중일 등 밤이 늦게까지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다 잠이 들었다.

추석 다음날 이른 아침 나는 아내와 함께 아직 안개가 자욱한 마을을 한 바퀴 돌았다. 전날 향수에 취해 저녁 늦게야 잠들었던 우리들에게 수양산 꼭대기를 흘러 내려오는 이 신선한 공기는 우리의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는 칼칼한 ‘해장국'(?)과도 같았다.

우리는 하나님 말씀을 묵상하며 과거 무속의 영향이 아주 강했던 이 마을을 돌며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이 임하시기를 기도하였다. 그리고 나는 마을을 돌며 아내에게 과거 어머니께서 간혹 내게 말해주셨던 태몽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내가 니를 뱃속에 임신혔을 때 태몽을 꿨어. 저기 ‘바징이’ 논 들판에 하늘에서 비양기 한 대가 쏵~허고 내려왔어. 그라고 비양기 문이 열리더니 글씨 한 흰 옷 입은 군인 장교가 나한테 걸어와가꼬 딱 나를 쳐다보고 경례를 허드랑께. 참 요상한 꿈도 다 있다 혔어”

보다시피 도체 동네에 젊은 사람이 없당께요

아내는 신랑 손에 이끌려 자신의 신랑이 어린 시절 놀았던 동산의 정자와 시냇가와 마을어귀 주막집터 언덕배기 바위 위를 따라갔다. 또한 신랑으로부터 전해 들은 살아생전 만나보지 못했던 시어머니의 태몽 이야기에서 나오는 바로 그 ‘바징이’의 넓은 황금들판까지 이르렀다.

아직 나락을 베려면 조금 이르다. 안타깝게도 나락 옆에 가까이 가보니 적지않은 나락들이 지난번 태풍 ‘링링’에 의해 쓰러져 있다. 우리는 지나가는 한 동네 노인 어르신에게 인사를 건냈다. 내가 마을을 떠난지 오래되어 나를 기억하지 못하셨다. 아버지와 형들의 이름을 대니 그제서야 나를 겨우 알아보고 반가와 하셨다. 나는 나락이 쓰러져 안타깝다 했더니 이렇게 이야기 하셨다.

“긍게 말이요. 어찌야 쓸까~ 이번 태풍으로 나락들이 다 요로끄름 쓰러져부렀당께요. 일켜 세워가꼬 묶어줘야 헌디 당체 일할 사람이 있어야제~ 보다시피 도체 동네에 젊은 사람이 없당께요. 참말로~ 어쩔수 있는가요. 인자는 그냥 하늘에 맡길 수 밖에… 썽썽헌 놈이라도 잘 거둬야 쓸텐디말이요…”

어린 시절 사람이 많이 살 때는 약 150여 가구에 수백 명이 살기까지 한 산골 마을이다. 한데 지금은 마을에 고작 20여 명 거주하고 어린아이는 한 명도 없으며 거의 대부분이 연로하신 어르신들이라 한다. 이러다 보니 옆 마을에는 동네 노총각들이 베트남과 태국에서 각시를 데려와 산다고 한다.

요한복음 4:35
“너희가 넉달이 지나야 추수할 때가 이르겠다 하지 아니하느냐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눈을 들어 밭을 보라 희어져 추수하게 되었도다.”

어찌 예수님은 인자사 우리헌테 오셨다냐

“시째야~웨메 참말로 어찌 예수님은 인자사 우리헌테 오셨다냐? 우리가 진작에 예수님을 믿었으면 좋았을 것인디 말여. 예수님 믿응께 요로크럼 좋은디말여~”

나는 방황하던 사춘기 고등학교 시절 우리 집에서는 처음으로 집 근처 교회를 나가 예수님을 믿게 되었다. 나는 누구보다도 이 기쁨의 소식을 어머니에게 전하고 싶었다. 어머니는 한마디도 주저하지 않고 내 손을 잡고 교회로 나오셨다.

그후로 어머니는 나와 함께 예수님을 믿고 열심히 집 근처의 그 교회에 같이 다녔다. 시장에서 채소 장사하고 피곤한 중에도 나보다 더 열심히 교회에 다니셨다. 주중에 성경 공부와 구역예배도 나가셨고 아침저녁으로 기도하며 기도 노트와 목사님 설교를 메모하는 습관이 있으셨다. 생활이 어려운 중에도 밥하기 전에 한 숫갈씩 꼭 성미를 모아 한 자루씩 모아지면 교회에 가지고가서 드렸다.

갈전(칡밭)’교회

수양산 바로 아래 첩첩산중에 위치한 우리 마을 뒷산엔 유독 빨치산들이 많아 수 년 동안 국군들과의 반복된 격렬한 전투으로 마을이 거의 파괴되었다. 6.25 이후 이 지역에 고아와 과부가 많아 이곳 ‘갈전(칡밭)’에 교회도 세우고 학교도 세웠다.

작년 가을, 1961년도에 한국에 치과의료선교사로 오셔서 20년이 넘게 사역하셨던 ‘닥터 뉴스마’ 선생님께서 소천하셨다. 나는 이때 비자신청을 위해 잠시 한국에 나왔다가 추모예배에 참석하게 되었다. 이때 전시된 사진들을 관람하다 오래된 흑백 사진 한 장이 내 시선을 끌었다. 바로 ‘갈전(칡밭)교회’였다.

당시 광주 기독병원 치과 팀들과 함께 우리 마을에서 치과의료 봉사를 할 때의 사진이었다. 당시에는 초가지붕의 낡은 교회였다. 사진의 교회 앞에는 낯익은 강기봉 선생님의 당시 수련의 시절의 모습이 있었다. 뉴스마 선생님께서는 한국 치과의사들을 가르치시고, 천국 복음을 전파하시며, 의료팀들과 함께 무의촌을 돌아다니며 무료진료를 해주었다.

하나님께서는 아직 주님을 모르는 우리에게 당신의 종들을 계속해서 보내주고 계셨던 것이다. 한번도 쉬지 않으시고… 지금도…

내가 혹시라도 의사가 된다면…”

나는 어린 시절 우리 마을에 의료 봉사 팀들이 왔었던 것을 기억한다. ‘나는 혹시라도 의사가 된다면’ 이렇게 다른 사람들을 섬기는 의사가 되는 꿈을 꾸어본 적이 있었다. 6.25 이후여서 당시 우리의 가정형편은 국민학교를 다니기도 힘든 어려운 환경이었다. 더군다나 중학교를 간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처지여서 대학을 졸업하고 의사가 된다는 것은 꿈도 꿀수 없었다.

나보다 훨씬 머리가 좋고 재능이 뛰어난 손 위의 두 형들은 이런 가정 형편상 국민학교도 나오지 못하고 가족들과 떨어져 남의 집살이를 하며 연명을 해야 했다. 세째인 나는 부모님과 두 형들의 도움으로 공부를 하여 치과의사가 되었다. 사실 나는 두 형들에게 배부른(?) 투정을 부리곤 했다.

“왜 나를 공부시켜 이렇게 세상을 어렵게(?) 살아가게 했느냐?”고. 나도 국민학교 정도만 나와 형들처럼 같이 기술 배우며 시장에서 채소장사하고 살아가면 좋았을 것을 하고…

치과대학에서 ‘오상윤’, ‘송선명’등 예수님을 잘 믿으며 열심히 교회에 다니는 좋은 친구들을 만났다. 또한 ‘닥터 뉴스마’의 제자인 ‘계기성’, ‘강기봉’ 교수님 등으로부터 배우며 나의 어린 시절 생각이 많이 났다.

“내가 혹시 의사가 된다면 어린 시절 나와 같이 어려운 환경 가운데 있는 도움이 필요한 곳에 가서 섬기는 일을 하고 싶다.” 고 한 생각이 더욱 마음에 자리를 잡아가게 되었다.

결혼하여 아내와 함께 20여년을 국제 봉사단체를 통해 치과의료가 필요한 지역들을 돌며 지역사회 구강보건 및 치과 프로젝트 사역을 하다 얼마 전 잠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마치 전반전을 뛰고 후반전을 위해 잠시 휴식 시간을 갖는 것처럼. 세계 곳곳에는 아직도 우리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많은 곳들이 있다. 한국에 온지 얼마 안되는데도 한국에도 또한 우리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들이 많음을 본다. 외로운 시골 마을에 그리고 한국에 들어와 있는 250만의 다문화 외국인들 가운데…

작은형 부부는 20여 년 외국에서 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동생 부부를 반갑게 맞이한다. 부엌 아궁이에는 가재 대신 불고기가 노릿노릿 익어가고 있었다.

마태복음 9장 35절~38절:
“예수께서 모든 성과 촌에 두루 다니사 저희 회당에서 가르치시며
천국복음을 전파하시며
모든 병과 모든 약한 것을 고치시니라.

무리를 보시고 민망히 여기시니
이는 저희가 목자없는 양과 같이 고생하며 유리함이라.

이에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추수할 것은 많되 일꾼은 적으니
그러므로 추수하는 주인에게 청하여 추수할 일꾼들을 보내어 주소서
하라 하시니라.” [복음기도신문]

안도현 | 아시아권 의료사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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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산 아래 첫마을 나의 살던 고향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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