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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 통신] 나그네의 삶, 생존을 위해 언어능력자 되다

사진: 필자 제공

그는 네가지 언어를 할 수 있다고 한다. 버마어, 카렌어, 중국어 그리고 태국어이다. 학교에서 학점을 위해서 배운 것이 아니다. 연구를 위한 학자로서 언어를 배운 것은 더욱 아니다. 그 언어를 배우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한 상황이 있었다.

그는 이들 언어와 전혀 다른 4개의 문화권에서 생활을 해왔다. 그의 언어구사력은 그의 삶이 다양한 방랑 속에서 살아왔음을 보여준다. 그는 도이수텝 뒤편 몽족 마을 도이뿌이에 살고 있는 64세의 카렌족 남성 ‘바리윈’이다.

그의 인생 방랑은 어머님의 죽음에서 시작되었다. 미얀마 파안에서 5학년을 다니던 중에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그의 아버지는 충격으로 승려가 되어 버렸고 그의 3형제는 졸지에 고아가 되었다. 미얀마에서 정착을 제대로 못한 그는 19살 때 태국으로 넘어왔다. 태국에 와서도 안정된 삶을 살지 못했다. ‘매라맏’이라는 곳에 잠시 있다가 ‘팡’이라는 지역에서 2년을 중국인 집에서 일했다. 그곳은 중국 마을이어서 중국어를 생활속에서 배웠다. 이후에 카렌 지역인 ‘옴꼬이’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5년을 지나다가 ‘매수아이’라는 곳에서 5년을 지냈다. 그곳에서 현재 부인을 만났다. ‘팡’에서 알게 된 중국인이 ‘도이뿌이’라는 곳에 밭을 돌보아 달라고 하여 이곳에 왔다. 이곳은 몽족 마을인데 벌써 30여년이 지났다.

그를 방문하게 된 것은 에드윈이라는 미얀마 카렌 형제 때문이다. 그는 기독NGO에 근무하는데 작년에 이곳 도이뿌이에 촬영 차 갔다가 눈에 띄는 한 여성을 만났다. 카렌족임을 알아본 것이다. 작년에 알게 된 이후 그들의 만남은 성탄절 방문으로 이어졌다. 그는 불교도였지만 부인은 기독교인이어서 성탄축하 예배를 부탁했다. 도이뿌이는 200여 가구의 몽족 마을인데 카렌족이 두 가족 있다. 바리윈도 미얀마 출신이어서 이심전심통한 것 같다. 이번 3번째 방문인데 같이 가자고 해서 참여하였다.

열 시경 도착하니 기쁨으로 우리를 맞았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개구리를 보러 가자고 한다. 돌보는 경작지는 산등성이들이다. 자연스럽게 산에서 내려온 물이 모인 물웅덩이에서 개구리들이 모여든 것이다. 자연산 개구리로 맛난 반찬을 준비했다. 풍성한 음식으로 대접을 받은 뒤 예배를 드린다. 그리고 설교를 부탁받았다.

필자는 같이 사는 몽족 출신의 둘째 며느리를 배려해 태국어와 카렌어로 설교를 했다. 이전에는 예배 중에는 일부분만 참석하였는데, 오늘은 처음부터 참석하였다. 예수를 믿지 않은 그이지만 참석은 자연스럽다. 설교형식 보다는 그에게 질문과 대답을 하는 방식으로 나누었다.

예배를 드리고 난 뒤 그와 후속 이야기가 이어진다. 자녀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의 방랑기가 닮아가는 듯했다. 자녀 모두는 타민족과 결혼하였다. 큰 아들은 태국여성과 결혼하여 차청사우라는 중부 태국지방에 살고 있다. 같이 사는 둘째는 몽족 마을에 사니 그 마을에 있는 여성과 결혼하였다. 막내는 관광객이 많은 푸켓에서 서양남자와 살고 있다. 그의 손자손녀들은 물론이고 사위나 며느리 가운데 카렌어를 할 수 있는 식구는 없다.

그가 에드윈과 하는 이야기를 들으니 가끔 버마어를 사용한다. 초등학교를 버마어로 공부해서 그런지 버마어가 편한 것 같다. 태어난 나라이지만 대부분의 인생을 미얀마 밖에서 지냈지만.

그는 몇 년 전 45년만에 가족을 만나기 위해 미얀마를 갔다. 동생을 만났는데, 서로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3형제 중 큰형이 먼저 세상을 떠나 유일하게 남은 가족이지만 가족이 누리는 애틋함과는 거리가 있었던 것이다.

그에게 방랑은 운명처럼 되었다. 언어도, 살아온 지역도, 자녀들의 결혼도 안정됨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제 나이가 들어 성인병으로 건강에 주의를 해야 한다. 밭을 일구고 돌 볼만한 기력도 많이 떨어졌다.

느지막한 나이에 새로운 길을 찾는 것 같다. 신앙의 길이다. 아직 확실하지는 않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여정 가운데 가장 희미한 경험인 듯싶다. 예수를 믿는 아내와 30년 이상 살았지만 관심이 없었던 영역이다. 미얀마에서 온 카렌족의 관심과 돌봄으로 예배를 경험하고 있다. 미얀마에서 온 카렌이라는 공통의 분모가 묘한 끌림이 되었던 것 같다. 오늘 처음으로 예배를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진지하게 참여함은 단지 동향인에 대한 배려만은 아닌 것 같다. 새로운 신앙의 길을 본격적으로 갈 사람처럼 느껴진다.

선교사도 어쩌면 방랑자이다. ‘바리윈’과 차이점은 선교사는 자원함으로 고향을 떠난다. 놀라운 역설은 방랑자인 선교사가 영원한 본향을 소개한다는 것이다. 오늘 자원함으로 떠난 자와 어쩔 수 없이 떠난 자가 만나서 영원한 본향을 나누고 있다. 천국에 가면 모든 언어와 민족이 주님을 노래한다고 했다. 더 이상 방랑도 없다. 그가 사용하였던 언어들도 그곳에서 노래의 도구들이 될 것이다.

앞으로 이곳을 자주 방문할 것 같다. 그와 나눌 본향에 대한 이야기가 아직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가만히 보니 둘 사이에 공통점도 있었다. 그도 나도 네 개의 언어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생존을 위해 나는 사역을 위해 배워야만 했다. 사역이든 생존이든 결국 본향을 향해야 한다. 이제 그는 육체의 기력도 자녀들에 대한 소망도 희미하다. 재미난 일들이 앞으로 많지 않은 듯하다. 그런데 인생은 반전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영원한 본향을 경험하면 말이다. 영원한 본향은 방랑자인 우리들에게 예기치 않은 새 소망을 준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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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선교사 | 1995년 GMS 선교사로 태국에 파송된 뒤, 현지 신학교에서 학생과 목회자를위한 교수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이곳에서 소수부족인 카렌족교회가 주민족인 타이족을 위한 선교적 교회를 세우는데 관심을 갖고 이들을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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