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높이라 Prize Wisdom 잠 4:8

[손은식 칼럼] “하나님 만나러 가는 길이 이렇게 멀고 슬프고 안타까울까?”

▲ 쪽방촌에서 만난 고 이복순 어머니. 사진: 프레이포유 제공

소풍가듯 하늘나라로 떠난 이복순 어머니 (1)

종로쪽방촌에서 간식을 드리다 할머니 한 분이 간식을 원하시는지 달라는 말씀은 안 하시던데 가만히 지속적으로 간식을 보고 계셨다.

“어머니, 간식 하나 드릴까요?”
“주면 좋지요.”

그리고 간식을 받으시고 기도를 드리려 하자 쪽방의 좁은 통로 끝방으로 가자고 하신다. 기도는 조용한 곳에서 받기를 원하셨다. 어머님 방 앞에서 기도를 드리고 방을 훑어보자 교회 달력이 걸려있었고 기도 중에 아멘이 힘 있게 나오는 걸 보고 “예수님 믿으세요?” 라고 질문했다. 마침 기다렸던 질문인 듯 마구 말씀을 쏟아내신다.

“한경직 목사님께 안수를 받고 권사가 되었어요.”
“그리고 올해 90이예요.”

보기보다 연세가 많으셔서 깜짝 놀랐고 한경직 목사님을 개인적으로 아신다기에 깜짝 놀랐다.
“영락교회에 아직 권사로 기록되어 있을거예요.”

말씀마다 존대를 해주시니 어머님의 삶이 더욱 궁금해졌다. 이런저런 말씀을 하시다 어느 순간 내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2남 2녀를 두었고 장남은 지금 대기업 이사예요. 둘째, 셋째, 막내 모두 내노라하는 전문직을 가지고 있어요.”

남편을 여의고 딸네집에서 살다 눈치가 보여 이곳저곳을 전전하다 결국 쪽방에까지 오시게 되었다는 것이다. 오늘 별세하신 이순재 어머님도 그렇고, 종로 쪽방촌에서 사는 다른 어머님도 마찬가지고 마지막 하나님 만나러 가는 길이 이토록 멀고 안타깝고 슬프고 또 괘씸하단 말인가!

그리고 얼마 뒤. 그날 종로쪽방촌 사역이 마무리될 즈음 김옥순 어머님댁에서 프레이포유 형제 자매님과 김옥순, 김만복 어머님과 함께 예배를 드렸다. 예배를 마치고 이복순 어머님댁을 방문한 장인호 형제가 어머님 방이 비워져 있다고 말했다. 언뜻 몸이 많이 편찮으셔서 병원에 장기입원하셨을까 생각하고 이복순 어머님댁을 직접 방문했다. 정말 깨끗하게 비워진 방이 눈앞에 나타났다. 약간은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바로 이복순 어머님께 전화를 걸었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연결음을 계속 듣고 있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 낯선 남자 음성이 들렸다. 아들이라는 분을 통해 이복순 어머님이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전화를 끊고도 머리에서 정리가 되질 않았다. 어머님께서 별세하셨다는 것도 아직 믿기질 않았다. 이복순 어머님의 막내 아들이라는 분과 통화를 했는데도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쪽방 골목을 걷다 평소 잘 아는 쪽방 관리인 어머님을 만나 이복순 어머님에 대해 여쭈었다. 그리고 골목 끝에서 이복순 어머님의 앞 방에 사는 쪽방 주인 어머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어머님, 앞 방에 사는 이복순 어머님께서 돌아가셨나요?”
“네, 상담소 직원이 어느날 어머님 댁에 노크를 해도 아무런 반응이 없어서 방문을 뜯어보니 편안히 누워 숨을 거두셨더라구요. 잠을 자며 돌아가신거 같아요. 그리고 간혹 연락하던 막내 아들에게 알렸고 국립의료원에서 차가 와서 시신을 수습해서 갔어요.”

이복순 어머님이 평소 자신과 자신의 가족에 관한 나눴던 이야기들이 생각났다.

영락교회 한경직 목사님께 직접 안수를 받고 권사가 되었다. 남편은 평생 교직에서 헌신했고 시부모님을 40년 이상 모시며 자녀들을 키웠다. 본인에게 두 아들과 두 딸이 있는데 모두 사회에서 성공하여 하나님의 복을 많이 받았다. 큰 아들은 서울대를 나와 이병철 회장이 스카웃해서 삼성에 입사하여 현재는 삼성전자의 이사로 있다. 손자인 박OO도 서울대 공대를 나와 박사가 되어 대전의 한 연구소 연구원으로 있다. 다른 자녀들도 모두 잘 되어 잘 살고 있다.

그런 말씀을 하실 때에도 어머님의 믿음이고 감사의 제목이고 살아온 세월이기에 함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들으려 노력했다. 그런데 오늘 막내 아들과의 통화 후 지금 어머님의 납골당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는 말에 참 슬픔을 감출 길이 없었다.

“하나님! 이복순 어머님을 하나님께서는 옆에서 보호하고 계시지요? 오늘도 내일도 이제부터 영원까지 하나님의 따뜻한 사랑 안에 지켜주옵소서.” <계속>[복음기도신문]

손은식 목사 | 2013년 말부터 서울 시내의 노숙자와 홀로 사는 어르신을 돕고 기도하는 프레이포유 사역으로 이 땅을 섬기고 있다. 이 칼럼은 손은식 목사와 프레이포유 사역을 섬기는 사역자들의 사역일기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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