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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 통신] 부모님처럼 개척자가 되고 싶어요

▲ 조이 자매. 사진: 무익종 통신원 제공

그녀의 카렌 이름은 ‘아무’이다. 큰 기쁨이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그녀의 20년 삶은 그의 이름과 대조적인 삶을 살아왔다. 기쁨과 편안함보다는 고통과 결핍이 더 많은 삶이었다. 그녀의 아버지의 죽음 때문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가 6살 때 세상을 떠났다. 길도 제대로 없는 미얀마의 산골에서 전도를 하다가 순교하셨다. 같은 카렌족 군인이 그를 버마의 첩자로 오해하여 죽인 것이다. 당시 그녀 아버지의 나이는 38세였다. 8세, 6세, 3세 아이를 남겨두고 간 아버지의 빈 자리는 너무 컸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녀의 어머니는 아버지와의 황망한 이별임에도 목회자의 길을 갔다.

이후 그녀의 가족은 편안함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부부가 열심히 노력하여 살아도 만만치 않은 삶이었다. 이제 여성 혼자서 처리하기에 너무 힘겨운 일들이 남았다. 교회를 돌보고, 전도처를 관리하였다. 교인들을 격려하고 기숙사를 시작하였다. 카렌족 학교가 세워지면서 학교 일도 챙겨야 했다. 밭에 옥수수를 심고 환자들을 돌보았다. 법적으로 보호받는 삶이 아니었다. 그곳 국경에는 3개의 군 세력들은 서로 대치하고 있었다. 전쟁의 위험은 상존하였고 시민들은 두려워 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이었으면 순교자이신 아버지는 한국 교회 전체에게 알려졌을 법하다. 그의 뜻을 기리기 위한 다양한 사업도 하였을 것이다.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위원회가 구성되었을 것은 물론이다. 그런 상황에서 목회자의 길을 가는 어머니에게 특별한 지원과 생활대책이 마련되었을 법하다. 그 가정은 여러 사람들에게 칭송을 받고 격려를 받았을 것이 자명하다.

그런데 그의 아버지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소수이다. 2008년 5월 15일 아버지가 순교한 날이다. 그날에 순교자이신 아버지를 기억하며 예배를 드린다. 그렇지만 그곳에 참석하는 사람은 가족과 교인들과 몇 명의 지도자들이 전부다. 그들은 무명인들이고 미약한 주변인들이다. 세상에서 보면 억울한 죽음을 한탄하는 연약한 공동체라고 할 수 있겠다. 아무는 그런 아슬아슬한 상황 속에서 자라왔다.

그런데 그녀가 신학교에 입학했다. 궁금하여 왜 신학교에 왔는지 질문했다.

“네. 저도 부모님처럼 개척자(선교사)의 삶을 살고 싶습니다.”

예상과 전혀 다른 그녀의 답이었다. 만약 내가 그녀의 인생을 옆에서 지켜보았다면 몇 번은 울었을 것이다. 그녀가 너무 안쓰럽고 안타까운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녀의 대답은 세상의 이해와 관점과 다른 것이었다. 부모님의 길을 따라 간다고 했다.

6살에 아버지를 잃은 ‘아무’는 힘겹게 살아가는 어머니와 분리될 수 없었다. 어머니의 슬픔과 눈물과 수고는 자연스럽게 ‘아무’의 삶의 한 기둥이 되었다. 개척자로서의 삶의 무게가 얼마나 무겁고 힘겹다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것은 이 세상의 영광과 풍요와는 거리가 먼 길이다. 대개 그런 길을 지켜보면 피하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인간적인 슬픔을 넘어 영원한 하나님 나라의 능력을 이미 체험하고 있었다.

“예배 드리면 좋고 아이들이 너무 좋습니다. 그들 대부분은 불교가정의 아이들입니다. 그들을 돌보면 너무 행복합니다. 저도 부모님처럼 개척자가 되고 싶습니다”

그녀는 아버지의 황망한 죽음과 어머님의 힘겨운 삶들을 지켜보았다. 일반적으로는 그런 삶을 원치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그 길을 준비하고 있다. 개척자가 되고 싶다고 두 번이나 강조하였다.

그녀의 짧은 20년의 인생에는 두 개의 큰 강이 흐르고 있다. 하나는 슬픔과 고통의 강이다. 아버지의 순교로 인한 결핍과 아픔 때문에 생긴 강이다. 너무나 생생한 경험이고 평생 잊을 수 없는 사건이다. 또 하나는 소망과 믿음과 헌신의 강이다. 이것은 인간의 눈으로 희미하고 잘 보이지 않는다. 놀라운 것은 이 희미한 소망과 믿음의 강이 생생한 슬픔과 고통의 강을 덮어 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5월 15일은 순교자의 날로 아버지를 기념한다. 그 때 어머니가 자주하는 말이 있다고 한다.

“아버지를 위해서는 잘 되었다. 지금 아버지는 죽음도 아픔도 슬픔도 없는 하나님 품에 계시기 때문이란다.”

그녀는 천국에 대한 교리적인 사실을 고백하는 것이 아니다. 죽음과 슬픔과 회한을 넘어선 영원한 나라의 소망의 능력이 이미 그녀에게 흐르고 있다. 그 하나님 나라의 능력은 그녀에게만 흐르는 것이 아니다. 그녀의 딸 ‘아무’에게도 동일하게 흐리고 있다.

‘아무’는 개척자의 험한 삶을 책으로 보거나 이야기로 들은 것이 아니다. 옆에서 지켜 보았고 경험하였고 어린 나이에 체득하였다. 아버지의 황망한 죽음과 어머님의 힘겨운 삶들은 ‘아무’속에도 남아 있다. 그런데 그녀의 가족 이야기는 슬픔과 아픔으로만 끝나지 않았다. 기적적인 사건이나 예상치 못한 후원이 있어서가 아니다. 하나님 나라가 슬픔과 아픔 속에서도 누룩처럼 번져 나간 것이다. 개척자로의 헌신에 대한 그녀의 고백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아버지의 죽음이 허망하지 않음을 어머니를 통하여 보았고 그녀도 체험한 것이다.

세상적으로 ‘아무’ 가족의 배경은 기쁨과 거리가 있다. 그런데 그 가족에게는 하늘의 기쁨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렇게 보니 ‘큰 기쁨’이라는 그녀의 카렌 이름이 잘 어울린다. 하나님 나라의 생명 역사는 이렇게 신기하고 질기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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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선교사 | 1995년 GMS 선교사로 태국에 파송된 뒤, 현지 신학교에서 학생과 목회자를위한 교수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이곳에서 소수부족인 카렌족교회가 주민족인 타이족을 위한 선교적 교회를 세우는데 관심을 갖고 이들을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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