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시작되고서 오래도록 얼굴을 보기 힘든 가정이 있었습니다. 코로나 전에는 저의 가치관이나 설교에 대해서 평행선을 긋는 듯한 모습이 있어서 많이 기도했던 가정이었습니다. 얼마 전 그 가정에서 교회를 옮기겠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교회에 처음 부임했을 때 누구보다 교회를 지키시겠다고 했던 집사님의 말씀이 너무나 선명했기에 집사님과 더 기도해보자고 설득하고 새벽마다 기도했습니다. 하지만 집사님은 기도는 해보겠지만 뜻이 돌이켜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옮기시겠다는 이유는 그누구 때문도 아닌 개인 사정때문이라고 했지만 이유를 알것 같았습니다.
어제 주일 예배시작 10분 전쯤, 그 가정이 결국 교회 멤버쉽 카톡방을 나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사람 마음이라는게 환경에 지배를 받지 않겠노라고 다짐해도 상한 마음이 쉽게 정돈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주님 저 잘 가고 있는 것 맞나요?’라는 물음이 제 가슴을 때리는 것 같았습니다. 하마터면 사단에게 마음을 내주는 상황이 될 뻔했습니다.
마음이 무너지려는 찰나에 상황이 역전되었습니다.
아내가 현관 앞에서 안내를 하다가 갑자기 눈이 휘둥그레졌는데 지하 계단을 내려오는 발걸음 소리가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건장하고(?) 아름다운 청년 넷이 들어왔습니다. 예고도 없이 교회를 찾은 청년들은 토요일에 함께 차별금지법 반대를 위해 기도하는 분들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제 마음에 침울할 틈도 주지 않으셨습니다. 예배는 뜨거웠고 마음에 소망이 넘쳤습니다. 예배 내내 크게 ‘아멘’하며 기도하는 이 분들로 인해 예배 속에서 열정과 은혜가 넘쳐났습니다. 함께 예배하는 우리 교우들도 얼굴에 기쁨이 넘치는 것 같아 마음에 곧 행복감이 넘쳐났습니다.
여기에 또 다른 써프라이즈가 있었습니다.
예배 중에 한 분이 더 교회에 들어오셨는데 이분은 평소에도 보기 드문 흑인 남성분이었습니다. 성도분들도, 오늘 함께 예배하는 청년들도 처음 뵙는 분이었고, 들어오자마자 앞자리에 앉으셔서 열심히 말씀을 들으시는데 가끔씩 내뱉는 ‘아멘’ 소리가 지극히 한국적이어서 한국말을 잘 하시는 것을 짐작했습니다. 말씀 후에는 찬송가도 힘 있게 부르시고 기도도 한국말로 열정을 다해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이게 어찌된 일인지 신기하고 감사했습니다.
주일을 지내며 알게된 것은 단순했습니다. 목회는 내가 하는게 아니라 주님이 하시는 것이라는 사실. 떠나려는 가정 때문에 절망하는 것도, 함께 예배한 청년들로 들떠있는 것도, 흑인 남성분을 통해 특별한 사인(?)으로 여기는 것도 아닌 그저 주님 살아계시고 그분은 교회를 누구보다 주목하고 계시며 사랑하신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돌아보면 모두 주님이 하셨고 앞으로도 주님이 하실 것이 너무도 당연합니다. 그래서 목회가 즐거운 것 같습니다. [복음기도신문]
김동진 | 일산하나교회 담임. 복음이면 충분한 목회를 소망하고 있다. 기독교 세계관으로 페이스북, 유튜브(목동TV)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각 영역의 성경적 가치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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