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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GC칼럼] 사랑하기 힘겨운 사람을 어떻게 사랑할까

▲ 사진 : Pixabay

“하나님이 우리와 화목하려고 자기 아들을 내주셨다는 사실을 믿는다면, 어떻게 누군가를 사랑하기 어렵다고 포기할 수 있겠는가?”

우리 모두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사랑하기 어려운 존재다. 죄가 우리 각자를 가만두지 않기 때문이다. 성숙한 사람도 예외가 아니다. 죄는 사랑을 좌절시키고 엉망진창으로 만들려 한다. 그래서 친구 관계나 결혼 생활 또는 자녀 양육이나 교회 사역처럼, 그 사랑이 더욱 깊고 꾸준히 자리해야 하는 상황일수록 죄에 따른 결과도 더욱 깊고 고통스럽게 찾아온다.

우리가 지나온 세월만 잠시 돌아봐도, 자신의 마음이나 소중한 관계 속에서 무엇이 바뀌지 않았고 또 무엇이 발전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는지 평소보다 더 깊이 알 수 있다. 그래서 끈질기게 지속되는 죄의 패턴이나 내면에서 끝나지 않은 투쟁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늘 그렇듯 자신의 약점은 마냥 약하게만 느껴질 수 있고 회복되지 않은 상처 또한 그대로 볼 수가 있다. 그리하여 실망이나 좌절을 느끼게 되면, 또다시 낙천적인 생각을 품고 새로운 결심을 하면서 마음을 달랠 수 있지만, 삶이 이내 무너지고 다시금 상처를 받는 순간 그 효과는 사라지고 만다.

이처럼 우리는 사랑하기 어려운 존재로 살아간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우리 자신과 마찬가지로 사랑하기 어려운 다른 누군가를 사랑해야 하는 사명을 안고 살아간다. 그런데 이 사랑의 씨름이 쉽게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우리 스스로는 당황할지 몰라도 하나님은 그렇지 않다. 그분의 능력도 우리의 씨름 가운데 소멸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분은 가장 힘겨운 관계를 통해 우리 안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행하실 때가 많다.

다루기 어려운 관계를 푸는 비결

바울은 신자들 사이에도 다루기 어려운 관계가 있으며 그 관계에서 골치 아프고 복잡한 문제들이 야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예를 들어 로마서 14-15장에서 그는 믿음이 약한 자를 사랑하는 게 어렵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믿음이 강한 자를 향해 약한 자를 사랑하라고 교훈한다. 또 믿음이 약한 자가 강한 자를 사랑하는 게 어렵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믿음이 약한 자를 향해서도 강한 자를 사랑하라고 권고한다.

세워진 지 얼마 안 되는 로마의 그 교회에서는, 그리스도인이 무엇을 먹고 또 무엇을 먹지 말아야 하는지와 같은 민감한 이슈로 인해 성도 간에 긴장감이 돌고 있었다. 그리스도를 경외하여 특정한 음식을 먹지 않는 이들이 있었는가 하면, 그리스도를 경외하여 자유롭게 그 음식을 먹는 이들도 있었다(롬 14:6). 그러나 양자 모두, 서로를 사랑으로 용납하기는 힘들어했다. 오히려 서로를 업신여기며(롬 14:3) 비판하려고 했다(롬 14:13). 그래서 바울은 이렇게 도전했다. “그러므로 우리가 화평의 일과 서로 덕을 세우는 일을 힘쓰[자]”(롬 14:19). 그는 부차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서로를 칭찬해 주고, 중대한 일을 두고는 서로 간에 더 깊고 커다란 화평을 열심히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특별히 관심을 둬야 하는 문제는 ‘어떻게’ 그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가이다. 바꿔 말하면, 어떻게 그리스도인이 교회 안에서 경험하는 그 어렵고 민감한 관계 속에서 인내할 수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바울은 여러 번에 걸쳐 그에 대한 답변으로 ‘소망’을 언급한다(롬 15:4, 12, 13). 그러면서 그리스도를 따르는 자는 그분을 따르지 않는 자와 달리 어려운 관계 속에서도 인내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왜 그런가? 그리스도를 따르는 자에게는 소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울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다음과 같은 메시지로 단락을 마무리한다. “소망의 하나님이 모든 기쁨과 평강을 믿음 안에서 너희에게 충만하게 하사 성령의 능력으로 소망이 넘치게 하시기를 원하노라”(롬 15:13). 바로 그 하나님 안에 있는 참된 소망이 사랑하기 어려운 사람을 사랑하는 데 필요한 능력을 제공한다.

소망이 가져다주는 변화

그렇다면 소망은 어려운 관계 속에서 어떠한 변화를 일으키는가? 바울은 편지의 전반부에서 화평과 즐거움과 믿음을 다름 아닌 소망과 연결시키며, 그 각각의 관계가 어떠한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리가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았으니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과 화평을 누리자 또한 그로 말미암아 우리가 믿음으로 서 있는 이 은혜에 들어감을 얻었으며 하나님의 영광을 바라고 즐거워하느니라”(롬 5:1-2).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써 의롭고 전능하신 만유의 하나님과 화평할 수 있게 되었다. 바로 이 화평은 소망을 가져다주는데, 그 소망이 진짜라면 우리는 누구보다도 즐거워하고 누구보다도 사랑하며 인내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우리가 진정으로 믿는 바가 무엇인지는 우리가 죽었을 때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믿음은 현재부터 그날에 이르는 세월 가운데 특별히 고통스럽고 감당하기 쉽지 않은 시간 속에서 진가를 드러내게 된다. 만일 하나님의 영광이 실제로 나타나 죄가 발붙일 수 없는 세상이 수십 년 안에 도래하리라고 믿는다면, 어떻게 마음속에 쓴 뿌리를 두고 몇 주 혹은 몇 달 동안이나 키워 갈 수 있겠는가? 또 하나님이 우리와 화목하려고 자기 아들을 내주셨다는 사실을 믿는다면, 어떻게 누군가를 사랑하기 어렵다고 포기할 수 있겠는가? 나아가 하나님을 적대하며 우리 안에 품었던 죄악된 동기를 그분이 용서하셨다는 사실을 믿는다면, 어떻게 자기 연민과 타인에 대한 분노로 속을 끓일 수 있겠는가? 우리가 사랑 가운데 인내하는 일을 어렵다고 느낄 수 있는 만큼이나, 실은 우리 각자가 사랑받기 어려운 존재였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오히려 버림받기 쉬운 존재였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런 우리를 사랑하셨다(지금도 물론 사랑하신다). 그래서 우리에겐 어마어마한 소망이 있다. 사랑받기 어려웠던 우리의 상태는 하나님의 사랑을 가로막기는커녕, 그 깊이와 한계를 알 수 없는 사랑을 더욱 분명히 드러내는 배경이 되어 주었다(롬 5:8).

소망이 없는 사람은 인생의 항해를 전진시키는 돛과 풍파에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 주는 밸러스트, 그리고 항로를 주장하는 키와 마침내는 항구에 정박할 수 있게끔 붙들어 주는 닻을 모두 상실한 배와 같다. 그래서 인간관계에서 실망과 갈등과 자기 연민 따위로 폭풍우를 맞게 되면, 그저 휘청거리고 만다. 그러나 우리는 하나님께 소망을 둔다. 그리고 그 소망이 진짜라면, 사랑으로 씨름하는 관계 속에 쌓인 죄악의 담벼락은 서서히 침식되다 못해 결국에는 무너진다.

시련이 이루어 내는 소망

그렇다면 바울은 어떻게 말을 이어가는가? “다만 이뿐 아니라 우리가 환난 중에도 즐거워하[노라]”(롬 5:3). 이 환난에는 당연히 우리가 겪는 어려운 관계, 망가진 관계, 다투는 관계가 다 포함된다. 여기서 우리는 환난을 제공하는 상황이나 상대를 그저 참고 견디는 게 아니라 그 환난 가운데 도리어 즐거워한다. 왜 그런가?

“이는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로다 소망이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아니함은 우리에게 주신 성령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 마음에 부은 바 됨이니”(롬 5:3-5).

그리스도 안에서 받는 환난은 인내를 이루어 낸다. 여기서 인내는 신실한 자세로 환난을 견딜 수 있게 해 주는 능력을 말한다. 하나님의 은혜로 솟아나는 능력을 말한다. 열심히 운동할 때 찾아오는 고통을 통해 육체의 인내력이 자라듯, 사랑하기 어려운 사람을 사랑할 때 찾아오는 고통을 통해 영혼의 인내력이 자란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다른 데 비할 수 없는 유익을 가져다준다(딤전 4:8). 바로 이 인내의 과정을 통해 하나님은 우리로 하여금 그 아들의 형상을 서서히 본받게 하신다. 그리하여 우리의 마음은 더욱 친밀하고도 광범위하게 그분의 마음을 닮아가게 된다. 또한 그분 안에 있는 우리의 소망이 자라갈수록,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위대하고 영광스러운 현실에 대한 우리의 확신도 깊어진다(롬 8:18).

따라서 어려운 인간관계는 우리를 그리스도와 같이 변화시킬 뿐 아니라 그러한 변화를 통해 우리의 믿음도 증진시킨다. 다시 말해 우리는 그분의 백성이며 그분과 같이 영원히 살게 되리라는 믿음을 끌어올려 준다. 이런 식으로 어려운 관계는 우리의 신앙이 진짜라는 사실을 드러내게 된다. 그렇기에 우리의 인생에서 만나는 사랑하기 어려운 사람을 생각하며 불평하고 싶은 마음이 들수록, 하나님은 그 사람을 우리에게서 거두지 않으신다. 오히려 우리 믿음의 진정성을 마음속 깊이 확인할 수 있도록 그 사람을 사용하신다. 이처럼 타인을 사랑할 때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스트레스와 마찰은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더욱 여실히 드러내며 그분을 향한 우리의 사랑도 더욱 뜨겁게 만들어 준다.

소망의 샘을 충전하라

어쩌면 우리 중에는 인간관계에서 이미 탈진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소망의 샘이 말라 누군가를 사랑하기엔 지쳐 버린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바울이 우리를 위해 남긴 기도와 격려를 그에게 전달해 주고 싶다.

“소망의 하나님이 모든 기쁨과 평강을 믿음 안에서 너희에게 충만하게 하사 성령의 능력으로 소망이 넘치게 하시기를 원하노라”(롬 15:13).

바로 이 소망의 하나님께 우리의 진정한 소망이 있다. 그분이 없는 어떠한 미래도 우리는 원하지 않고 바라지도 않는다. 우리가 그분 안에 있는 소망을 품을 수 있는 이유는 그분이 우리 속에 계시기 때문이다. 바로 이 하나님이 주시는 소망은 모든 상황에서 우리에게 만족을 주고 화평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우리에게 평강을 준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속적으로 소망의 하나님께 간구해야 한다. 우리 안에 있는 소망이 흘러넘칠 때까지 그 샘을 채워 달라고 말이다. 그리하면 즐거움과 화평이 솟아나고 생명력이 가득한 사랑을 공급받게 된다.

물론 우리 모두 다 사랑하다가 지칠 때가 있다. 인간관계의 갈등이 가파른 언덕처럼 눈앞을 가로막을 때면, 그 언덕을 오르다 숨이 차기도 한다. 정곡을 찌르는 비난이라도 들으면, 그 불시의 습격으로 쓰러지기도 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미안하다’고 말해야 할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이처럼 먼 미래가 아닌, 바로 이 순간의 사랑을 위해 힘겹게 싸워야 하는 게 우리의 인생이다. 그러니 사랑하기 힘겨운 사람을 사랑할 때, 우리 곁에 있는 소망을, 아니 우리 곁에 계신 그분을 붙들도록 하자.

“이처럼 먼 미래가 아닌, 바로 이 순간의 사랑을 위해 힘겹게 싸워야 하는 게 우리의 인생이다”

마샬 시걸 Marshall Segal | 작가이자 desiringGod.org의 책임 편집자 Bethlehem College & Seminary 졸업, 한국어로 번역된 ‘아직 결혼하지 않은 당신에게’의 저자

이 칼럼은 개혁주의적 신학과 복음중심적 신앙을 전파하기 위해 2005년 미국에서 설립된 The Gospel Coalition(복음연합)의 컨텐츠로, 본지와 협약에 따라 게재되고 있습니다. www.tgc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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