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과 함께 사는 이야기(6)
“라마단 까림!”
집을 나서서 건물 1층에 앉아 있는 경비 아저씨를 보고 인사를 건네고 길로 나오면, 집 앞 골목에는 늘 보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그들 앞을 지나면서 인사를 한다.
‘라마단 까림!’ 이 말은 우리가 성탄절에 “메리 크리스마스!”하고 인사하는 것처럼 라마단에 하는 인사이다. 무슬림 친구들에게 SNS로 라마단 카드를 보낸다. 이 영혼들에게 “라마단 까림!” 이라고 인사를 할 때마다, 참 하나님을 만나는 진정한 축복의 달, 은혜의 달 “라마단 까림”이 되기를 기도한다.
몇 해 전, 라마단이 한 창 지나고 있을 때 한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오늘 금식 마치고 이프따르(금식을 마치고 먹는 처음 음식, 아침)를 해 줄 수 있을까?”
갑작스런 질문이었지만, 물론 흔쾌히 해 주겠다고 했다. 우리 집에 자주 오던 친구이기는 하지만, 라마단 기간에 우리 집에 오겠다는 말에 좀 놀랐다. 라마단 한 달 동안은 만나던 친구들의 연락이 뜸하다. 낮에는 금식하고 밤에는 가족들과 친척들과 음식을 먹고 대화하며, 영화를 보면서 지내기에 약속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무슬림 친구들이 우리를 이프따르에 초대하면 우리는 방문할 때 후식을 사 가곤 해도 라마단에 우리 집으로 온다는 친구는 거의 없었다.
라마단에는 우리 집안에서 만나더라도 무슬림 친구와 대화를 할 때는 우리도 물을 마시지 않는다. 라마단이 한여름에 있으면, 안 보이는 곳에서 목을 살짝 축이기도 한다. 라마단 한 달 동안은 외식도 하지 않는다. 집에서 음식을 해도 같은 건물의 금식하는 무슬림들에게 냄새로 방해하지 않으려고 조심한다. 점심은 되도록 냄새가 나지 않은 음식을 해서 먹는다. 그러나 무슬림들이 음식을 준비하는 오후 시간부터는 우리도 마음껏 냄새를 풍기면서 저녁를 준비한다.
그날 우리 집에 이프따르를 먹으러 온 친구의 음식을 준비하면서, 현지에 적응하며 언어도 제대로 안 되어 밥만 하던 지난날들이 생각났다. 우리 집에는 늘 오전부터 밤중까지 현지 친구들이 끊이지 않았다. 특별한 날이나 초대해서 온 친구도 있지만, 그냥 일상으로 밥을 함께 먹는 경우가 많았다. 이때 될 수 있으면 한국 음식을 먹게 했다. 하지만, 재료를 구할 수 없을 경우에는 국적 없는 퓨전 음식을 만들었다. 그 친구들을 위해 음식을 하는 동안 기도를 했다.
‘제가 한 밥을 먹는 사람들은 모두 우리의 밥이 되게 해주세요.’
여호수아와 갈렙은 가나안 정탐을 마치고 두려워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향해 “오직 여호와를 거역하지 말라. 또 그 땅 백성을 두려워하지 말라. 그들은 우리의 밥이라. 그들의 보호자는 그들에게서 떠났고 여호와는 우리와 함께 하시느니라. 그들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외쳤다.
종교심이 많은 무슬림들과 즐비하게 세워져 있는 거대한 모스크를 보면 우리가 너무 작아 보일 때도 있다. 그러나 나를 보지 않고 우리와 함께 하시는 살아계신 여호와 하나님께 눈을 돌리면, 여호수아와 갈렙과 함께 하셨던 하나님께서 지금도 동일하게 우리와 함께 하심을 믿기에, 담대하게 그들과 교제하며 영육의 밥을 나눌 수 있었다.
라마단 금식 기간이기 때문이었을까? 그날 그 친구는 라마단 금식에 대해, 무함마드에 대해 계속 이야기를 했다. 마치 나에게 이슬람 전도를 위해 작정하고 온 것 같았다. 먼저 이야기를 꺼내 주니 진짜 하나님에 대해 나눌 수 있는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금식 마칠 시간이 가까워지자 친구가 대추야자 열매를 찾았다. 식탁 위에 있던 대추야자를 주었더니 “무함마드가 금식을 마치고 대추야자를 먹었기 때문에 지금도 무슬림들은 금식을 마치자마자 대추야자를 먹는 것”이라고 설명을 자세히 해주었다. 친구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뒤,
“네가 물도 마시지 않고 금식을 했는데, 이렇게 진한 대추야자를 먹으면 위가 어떻게 되겠니? 너는 똑똑하니까 내 말을 잘 이해할 거야. 내가 너를 위해 한국의 숭늉을 준비했어. 그것을 먹으면 속이 편안할거야.”
그리고 누룽지를 끓여주었다. 그 친구는 대추야자를 손에 들고 만지작거리다가 끓인 누룽지를 먹었다.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 친구는 이프따르를 맛있게 먹으면서 또다시 라마단 금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라마단에는 기도의 효과가 배가 되기 때문에 사탄이 활동을 잘 할 수 없어.”
매우 확신감 있는 표정으로 말했다. 마주보고 있던 나는 그 친구의 믿음이 진심으로 느껴졌다.
“아. 그렇구나… 라마단에만? 그런데 우리는 아무 때나 금식할 수 있는 자유가 있고,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사탄을 언제든지 꼼짝 못하게 할 수 있는데….”
나의 말을 듣고 있던 친구는 밥 먹던 것을 잠깐 멈추면서, 고개는 들지 않은 채 힘없이 대답했다.
“아. 그래? 그리스도인들은…?”
그날 우리의 대화는 조용하게 웃으며 이어나갔지만, 비진리와 진리가 싸우는 영적 전쟁터였다.
기도 | 사랑이신 우리 아버지 손에 사랑하는 무슬림 친구들을 올려드립니다. 하나님을 경외하기 원하고, 하나님을 기쁘게 하기 원하고, 하나님께 순종하기 위해, 오늘도 금식하며 라마단 기간을 보내고 있는 무슬림들을 불쌍히 여겨주시기 원합니다. 그들은 무함마드가 말한 알라가 하나님인 줄 알고 있습니다. 거짓된 하나님을 만들어 참 하나님 자리에 놓고, 그 말들이 진리인 것처럼 믿게 강요하고 있습니다. 생각도 질문도 하지 못하게 하는 종교가 있을 수 있는지? 그들이 이 라마단 금식에 집중할 때에 생각하는 지혜를 주시기 원합니다. 낮에 금식하고 해가 진 다음에 먹는, 밤과 낮을 거꾸로 사는 이것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금식인지 질문하게 해 주십시오. 참 하나님께 가까이 가는 라마단 금식이 되게 하시고, 하나님을 만나기를 간절히 찾는 사람들에게 참 하나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빛을 비추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라마단에 주님께로 돌아오는 사람들이 가장 많다고 들었습니다. 주님, 이번 라마단에도 주님의 열심으로 주님의 방법으로 그들을 만나주시기를 간구합니다. 참 하나님을 만나는 진정한 라마단 까림이 되기를 온 땅의 구세주이신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계속> [복음기도신문]
김믿음(북아프리카 사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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