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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 통신] 모두 하나님께서 하셨습니다

▲ 해방후 한국에서 처음 선교지로 파송된 최찬영 선교사. 사진: 오영철 선교사

스승이 없는 사회는 불행하다. 한국 사회가 불행하다는 것은 풍요로움이 없어서가 아니라 참된 스승을 찾기가 어려워서일 것이다. 선교사인 나에게 큰 행복은 큰 산과 같은 스승이 있다는 것이다. 그분의 선교 사역은 물론이고 그의 고백과 삶의 자세가 나에게 큰 스승이다. 그는 올해 만 95세가 되는 최찬영 선교사님이다. 그는 해방 후 첫 선교사이다. 1955년 4월에 파송예배를 드렸고, 1956년 6월에 태국에 도착하였다. 37년 동안 선교사로 섬기다가 1992년 65세의 나이에 은퇴하였다. 은퇴 이후에도 선교를 위한 그의 삶은 끝나지 않았다. 그는 한국선교의 큰 나무로 일생을 살아왔다.

최찬영 선교사님께 한 달에 두 번 정도 카톡으로 문안 인사를 드린다. 이렇게 안부를 묻고 소식을 나눈 지가 몇 년이 되었으니 제법 오래되었다. 통화를 하면 주제가 다양한 편이다. 주변 소식을 들려주신다. 태국에서의 선교경험과 성서공회총무로서의 사역들도 나누어 주신다. 그리고 나의 글과 사역에 대한 격려와 관심 그리고 칭찬을 잊지 않으신다. 부족하지만 내가 책(카렌! 그들을 통해 배우다)을 쓰게 된 이유 중에 하나도 최찬영 선교사님의 제안과 격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분의 말씀 중에 뇌리에 깊이 남아 있는 고백이 있다.

“저는 준비가 안되었지만 임마누엘의 하나님께서 하셨습니다.”

그의 나눔 속에서 가장 많이 반복되는 고백이다. 선교사역의 모든 시간마다 하나님께서 함께 하셨고 이루셨다고 하신다. ‘임마누엘 하나님’의 고백은 상투적인 표현이 아니다. 선교사가 되는 과정에서 은퇴 이후의 삶까지 이어지고 관통하는 단어이다. 그의 전체 37년의 선교사역 중 30년을 성서공회에서 섬겼다. 이는 그의 선교사 생애 대부분을 성서공회에서 일을 하였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이것을 더욱 분명하게 깨달았다.

그가 태국 라오스 성서공회의 총무로 섬기게 된 것은 전적인 하나님의 인도하심이었다. 1962년 미국에서 유학을 마칠 즈음에 미국성서교회에서 연락이 왔다. 약속을 하고 당시 총무인 홈 그렌과 펜실베니아의 한 유명한 호텔에서 만났다. 태국과 라오스의 성서공회가 이제 서양 선교사가 하던 시대를 정리할 때가 왔다고 하였다. 그리고 아시아인이 섬겨야 할 때인데, 적당한 사람을 추천하라고 하였다. 그는 프린스턴신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고스케 고야마 교수와 필리핀 출신으로 미디어 선교를 하는 솔리스 선교사를 추천하였다. 홈 그렌 총무는 그들은 지금 적당한 자리에 일하고 있으니 최찬영 선교사에게 총무를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하였다.

“저는 전도를 위해서 태국에 왔지 그 일에 관심도 없고 맞지도 않은 사람입니다.”

사실 성서공회 총무라는 자리는 태국 전체에 큰 영향력이 있는 자리였다. 이 자리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이라면 사양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일이 있은 뒤 한 달여 만에 그를 파송한 한경직 목사에게 편지가 왔다. 성서공회 총무가 전략적으로 중요한 자리이니 수락하라고 하였다. 그래서 받아들였다. 총무 준비를 위한 오리엔테이션 도중 성경과 전도에 관한 책을 보면서 성경배포가 전도와 깊은 관계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준비가 안 된 사람이지만 하나님께서 인도하셨다. 하나님께서 하신 것이다.

1978년 그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총무로의 섬김도 하나님께서 하셨다고 고백한다. 그때는 태국 라오스 성서공회 총무를 잘 마무리 하고 미국에서 일을 하다가 필리핀에서 반포책임자로 있을 때였다. 성서공회 세계 이사회에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 총무로 최찬영 선교사를 결정하였다고 하면서 연락이 왔다. 그의 대답은 일반적이지 않았다.

“저는 그런 큰일에 필요한 행정이나 커뮤니케이션에서 준비가 안되었습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세계 인구의 55%를 차지하는 방대한 지역이다. 행정업무처리와 커뮤니케이션 등에서 너무 부담이 될 것 같았다. 이런 대답 이후 3주 동안 수락한다는 답이 없자 세계성서공회 본부에서는 다시 연락이 왔다. 한번 뉴욕의 성서공회 본부에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자고 하였다. 그 일 때문에 미국으로 갈 때까지도 그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오전 관계자와 만남을 할 때에도 동일한 마음이었다. 자격이 안되니 다른 사람을 알아보았으면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점심 이후에 마음속에서 특별한 소리가 들렸다. 하나님께서 여러 사람들을 통하여 지금 하나님의 뜻을 전해주고 계신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내가 부족해도 순종해야 해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소리다. 그래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 총무의 일이 시작되었다. 하나님께서 인도하셨다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자격이 없는 저를 밀어 넣으셨습니다.”

나의 마음에 울림을 주는 고백이다. 그의 섬김을 통하여 놀라운 성경보급이 이루어졌다. 그가 섬겼던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광범위한 지역이다. 그가 성서공회에 몸을 담을 1962년에는 모두 1100만 권의 성경이 이 지역에 보급되었다. 그런데 그가 은퇴할 1992년에는 세계에서 보급되는 성경과 성경관련 인쇄물 30억 권의 반 이상을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배포되었다. 하나님께서 하신 것이다.

그가 총무로 섬기는 동안 기적 같은 일이 중국에서 일어났다. 외부에서 성경 반입이 불법인 공산국가 중국의 남경에 세계 최대의 성경공장이 세워진 것이다. 1987년 12월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 공장을 통하여 2019년까지 2억 권의 성경이 인쇄되었다. 9000만 권은 중국인을 위하여 나머지 1억 1000만 권은 다른 지역을 위하여 배포되었다. 기적이라고밖에는 할 수 없다. 처음 만났을 때 중국정부는 성서공회를 우호적으로 대하지 않았다. 1985년 1월 만날 때까지만 해도 성경인쇄공장은 전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중국교회 담당자들은 미국 NCC가 약속한 중고 옵셋 5만 불에 대한 답이 없어서 답답한 상황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그는 중고 옵셋이 아니라 더 필요한 성경인쇄 공장을 지을 것을 제안하였다. 도저히 그럴 상황도 그럴 입장도 아니었다. 돈도 없었다. 중국에 인쇄공장을 세울 것에 대한 의논을 성서공회에서 해 본적도 없었다. 중국교회 지도자들은 그런 제안에 대하여 신뢰는 물론이고 관심도 표하지 않았다. 다음날 그들은 대신 당장 급한 것을 요청하였다. 중국공산당 정책이 변하여 30여 년만에 처음으로 10만 권의 성경인쇄를 허락하였다. 이를 위하여 3월 15일까지 그에 필요한 고급종이를 남경부두에 보내달라는 것이다. 아무런 준비도 없었던 성서공회는 기적적으로 성경 10만 권을 위한 종이를 정한 날짜에 준비하여 보냈다. 이 과정을 보면서 신뢰가 생기고 의논이 시작되었다. 성경인쇄공장 제안에서부터 이루어지는 과정은 기적의 연속이었다. 하나님께서 하신 것이다.

그의 선교사역을 돌아보면 하나님의 인도하심의 연속이고 그것을 진실되어 고백한다. 그가 큰일을 하고자 하였던 것도 그것을 광고하면서 요청하지 아니었다. 하나님께서는 그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도 말하게 하시고 인도하셨다. 선교사인 나에게 큰 도전이다. 선교사들의 사역과 삶의 나눔을 생각한다. 선교 현장의 이야기나 은혜 나눔 들을 SNS 나 선교편지를 통하여 알린다. 소소한 내용이라도 솔직한 내용들은 공감이 가고 은혜가 있다. 그런데 어떤 경우에는 본인의 일이 선교지에 꼭 필요하고 중요한 사역이라고 소개 한다. 자신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를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그가 하는 일이 그가 표현한 것처럼 정말 중요한 의미가 있는지 확신이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나 자신을 돌아본다. 사실 내 자신 안에도 이런 모습이 어디 한 둘인가? 아무것도 아닌 것을 은근히 자랑 하고 있지 않은가? 남들이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은 예민하지만 하나님의 뜻에 대한 관심은 너무 무디어 있지 않은가? 선교사로 살 수 있는 것이 하나님의 큰 은혜이다. 부족하고 연약함에도 불구하고 과분한 자리를 주셨다. 내가 혹 무슨 일을 하였다고 한다면 그저 주님의 긍휼하심이다. 평생 끊임없이 해야 할 고백이 있다. ‘하나님께서 하셨습니다’이다. 스승은 본인이 스스로 스승이라고 해서 참된 스승이 되는 것이 아니다. 본인은 자격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의 삶과 고백이 일치가 되면 스승의 길을 걷고 있다. 그 고백을 진실되이 반복하시는 최찬영 선교사님은 정말 참된 스승이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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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선교사 | 1995년 GMS 선교사로 태국에 파송된 뒤, 현지 신학교에서 학생과 목회자를위한 교수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이곳에서 소수부족인 카렌족교회가 주민족인 타이족을 위한 선교적 교회를 세우는데 관심을 갖고 이들을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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