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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 칼럼]나는 서희와 떡볶이를 맛있게 먹는 그 날을 기다린다

▲ 조선국적의 재일교포는 현재 재일 대한민국 영사관에서 이 증명서를 발급받아 출국하고 있다. 사진: 고정희 선교사 제공.

‘치즈 떡볶이가 먹고 싶어요’

한참 동안 만나지 못하고 종종 SNS로 연락을 했던 서희를 만난다. 서희는 조선적을 가진, 곧 있으면 성년(만20세)이 되는 청년이다. 조선적은 1945년 해방 이후 일본에 거주하는 동포로 남한, 북한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그렇다고 일본으로 귀화 하지도 않은 이들에게 부여된 국적이다. 사실은 무국적자이다. 우리는 조선족하고 많이 혼동하고 있다.

서희 가족은 할머니부터 모두가 조선적을 가지고 5세대까지 이 땅에 살고 있다. 몇 년 전 서희 막내 동생을 우리(조선)학교에 가서 만나고, 그 학교 주방에서 급식을 만들다가 서희 엄마를 만났다. 그리고 서희 엄마 보자기 공예전에 초대 받아서 갔다가, 거기서 까만 치마저고리를 입고 있는 서희를 만나게 되었다.

하나님은 한 사람이 중요하고 한 사람이 필요하다. 한 사람 아브라함을 통하여 하나님의 큰 구원 계획이 완성되어 왔다. 한 사람 마리아의 순결한 순종으로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셨다. 물고기 두 마리와 떡 다섯 개를 아낌없이 예수님께 가져온 한 아이의 도시락으로 기적이 만들어졌다.

그런 한 사람 ‘서희’를 만난다. 뭐가 먹고 싶냐고 물었더니 역시나 떡볶이란다. 마침 자가격리 기간에 조선시장에서 일하는 지인이 떡볶이 떡을 보내 왔었다. 아껴두길 잘 했다. 한국에서 어느 집사님이 보내온 고추장도 넉넉하다. 작은 정성들이 모아져서 한 걸음씩 하나님 나라가 완성되어 가고 있다. 기다리는 요 며칠이 행복할 것 같다. 오늘 이 기다림이 소망이 되는 것은 하나님이 일하실 그 때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가나안 혼인잔치에 가셔서 포도주가 떨어진 줄 알지만 기다리셨다. 아직 주님의 때가 되지 않았기에 기다리신다. 그 옆에서 하인들이 함께 기다리고 있다. 때가 되었을 때 ‘이제는 떠서 갖다 주어라’ 고 말씀하신다. 주님이 말씀하실 때 즉각 순종할 수 있는 하인이 있어 다행이다. 이제는 더 맛있는 포도주를 마시고 흠뻑 취하라고 하신다.

주님이 주시는 복음은 이처럼 맛있다. 주님이 주시는 은혜는 이처럼 기쁘다. 맛있는 좋은 포도주가 왜 이제서야 나왔는지 모두들 궁금해 하지만 이 비밀을 주님 옆에서 기다리고 있던 하인들은 알았다. 복음의 비밀은 하인들의 것이었다. 주님은 잔치 자리가 하나님 나라가 되는 때를 기다리셨다.

나는 얼마 전 행복한 기다림을 보냈다. 한국에 있는 자녀들에게 깜짝 선물을 해 주고 싶었다. 조금 있으면 딸의 생일이라서 그 때에 맞춰서 준비하게 되었다. 큰 상자 하나를 구해놓고 딸이 좋아하는 것으로 채우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학생시절을 보낸 딸과 아들은 생소한 일본음식과 먹는 문화를 좋아했다. 어려운 시기를 잘 견뎌주어서 참 고맙다. 엄마, 아빠가 보고 싶을 텐데 잘 참아주어서 참 고맙다.

‘너희는 이 일을 너희 자녀에게 고하고 너희 자녀는 자기 자녀에게 고하고 그 자녀는 후시대에 고할 것이니라(요엘1:3)

딸이 좋아하는 ‘나고양 만주’(지역 특산물)를 사기 위해 큰 마트 여러 곳을 찾아 다녔다. 나고야(토요타)에 살 때 좋아했던 만주인데 오사카 와서도 종종 마트에서 보면 좋아했다. 일본 카레, 오코노미야끼 소스, 가츠오부시, 츠유, 컵라면, 일본과자, 곤약젤리….

이런 것들 요사이는 한국에서도 다 구입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깜짝 상자를 받고 기뻐할 딸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려 내 마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언젠가 일본에서 생일 선물로 받은 노랑 잠바가 그립다고 했던 것이 생각이 나서 그것도 찾아 상자에 넣었다. 요사이는 코로나로 국제 택배가 한국까지 일주일이 걸린다.(그전에는 2~3일이면 도착)

일주일을 기다리는 이 어미의 기쁨을 알까? 택배가 도착한 날, ‘엄마~~~~’ 딸의 기쁜 함성이 메아리친다.

오늘 우리의 기다림은 무엇인가?
……
어제 나의 기다림은 깜짝 상자를 받고 기뻐할 자녀를 보는 것이었다. 오늘 나의 기다림은 서희와 떡볶이를 맛있게 먹는 그 날을 기다리는 것이다. 하나님의 나라이다. 하인들처럼 예수님 옆에서 하나님 나라를 기다리는 자로 서있길 소망한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니 저가 내 안에, 내가 저 안에 있으면 사람은 과실을 맺나니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이라(요15:5)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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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 선교사 | 2011년 4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가족이 일본으로 떠나 2014년 일본 속에 있는 재일 조선인 다음세대를 양육하는 우리학교 아이들을 처음 만나, 이들을 섬기고 있다. 저서로 재일 조선인 선교 간증인 ‘주님이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고 싶었다'(도서출판 나침반, 2020)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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