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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선 칼럼] 기억 속에 살아 있는 순간들

ⓒ 안호성

“아니요. 긴장되지 않아요.”

긴장 되냐? 고 묻는 나의 말에 작은 아들이 대답했다. 그러나 말과는 다르게 아들은 밤에 화장실을 두 번이나 다녀왔다. 아침을 먹는 것도 시원치 않았고 점심 역시 제대로 먹지 못했다.

논산 훈련소로 가는 길에 작은 아들은 차멀미를 하기도 했다.

긴장하면서도 남자라고 그렇지 않은 척 하는지도 모르겠다. 혹은 생각은 긴장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몸은 긴장하여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 모르겠다.

내 작은 아들의 국방부 시간은 어제 2020년 12월 21일 오후 2시부터, 아니다. 14시부터 여하튼 흐르기 시작했다. 1년 반의 시간이 흐르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기를 기도할 뿐이다.

작은 아들을 논산 훈련소에 들여보내고 나는 부안 의상봉으로 향했다. 30년 만에 가보는 곳! 그곳은 내가 처음으로 공군 목사로서 사역하던 곳이다. 이곳은 단지 군인만이 아니라 주변의 민간인들도 와서 함께 예배를 드렸다. 그 이유는 주변에 민간인 교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군인 목사였지만 민간인 목사처럼 목회할 수 있었다.

길은 새만금 방조제 때문에 아주 넓어졌다. 6차선 도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길이 바뀌어서 그런지 처음에는 잘 찾지를 못했다. 그러나 멀리 의상봉 레이더 부대의 윤곽이 보이고 또 익숙한 마을 지형이 나오면서 나의 마음은 30년 전으로 돌아갔다.

27세의 젊고 풋풋한 목사 나는 지금 웃으며 그 때 그 시절로 돌아간다. 지금은 방조제 때문에 물이 들어오지 않지만 그때는 마을 앞까지 바닷물이 들어왔고 썰물 때는 들어가 바지락과 백합 조개를 캤다. 의상봉 부대에서 석양이 질 때에 변산 바다 쪽을 바라보면 붉은 노을에 하늘과 바다의 경계는 사라지고 섬들은 두둥실 허공에 떠있다. 그 묘한 색채 있는 동양화의 풍경에 기러기들이 날면 마치 그림이 살아있는 듯 하고 신선의 세계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들었다.

마을 이름 하나를 정정한다. 나는 비득지, 소광, 대광 마을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가보니 ‘비득지’가 아니고 ‘비득치’였다. 당시 예배드리러 군인 교회에 오시던 마을의 신자 분들은 살아 계실지…

내 기억 속에는 여전히 살아계신데. 아, 모두 뵙고 싶다. 그리고 돌아가고 싶다. 나의 젊은 시절, 가장 풋풋하고 예뻤던 그.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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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선 선교사 | GMS(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선교회) 소속으로 중국에서 사역 중 추방된 이후 인터넷을 활용한 중국 선교를 계속 감당하고 있으며 세계선교신학원에서 신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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