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교사로 일할 때 나에겐 큰 갈증이 있었다. 그것은 마치 타는 목마름 같은 것이었다. 교실로 들어설 때, 교실에서 나올 때, 매순간 ‘나는 왜 교사인가’를 고민했다. 교사로서 내가 맡은 교과목 말고, 아이들에게 반드시 전해야 할 가치를 전하지 못한다는 자책감이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한 선생님을 만나 고민을 털어놓았는데 나의 오랜 갈증이 해소되는 걸 느꼈다. 그날 일기장에 단숨에 정리한 대화 내용은 오늘 다시 읽어도 가슴이 뛴다.
말씀을 기초에 까는 것으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말씀은 기독교 대안학교 교과과정의 구색 맞추기가 아니다. 학교는 학교다워야 한다는 것, 이 틀을 넘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나는 존 듀이가 만든 공립학교 시스템 안에서 자랐고 그 인식이 여전히 나를 지배하고 있다.
나는 어려서부터 기독교 가정에서 자랐고, 선교단체의 훈련을 통해 지성사회 복음화와 신앙과 학문의 통합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성장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보는 현실은 세상을 변혁시킬 힘이 없는 기독교의 현주소다. 어느 쪽에 속하든 완전히 속해야 그게 전 존재가 될 수 있고, 그 전 존재가 세상으로 들어가야 변혁을 가져올 수 있다. 튕겨 들어가든, 튕겨 나오든 둘 중 하나다. 세상과 균형을 갖춘다는 이유로 양다리 걸치고 타협하면 어느 쪽에서도 변혁시키는 주체로 설 수 없다.
나는 하나님 말씀에 문자 그대로 순종하고 있는가? 어떤 일이든 말씀에 완전히 순종할 때 역사가 이루어지는데 나는 신명기 6장과 디모데후서 3장에 순종하는 교사일까? 아니다. 가까스로 구색 맞추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이젠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주와 종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부분을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판을 새로 짜야만 한다.
기독교 대안학교에서 복음은 국영수보다 중요하지 않다. 말씀이 주가 아니다. 시간표를 살펴보면 성경수업은 다른 수업에 비해 명목만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말씀을 배우지 않은 학생들이 어떻게 말씀대로 살 수 있는가. 말씀을 가르치지 않고서 아이들에게 어떻게 세상에 나가 빛을 발하라 말할 수 있는가. 마치 주일에 30분 예배하고 일주일 내내 TV 앞에 살면서 그리스도인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이야기가 아닌가. 나는 학생들이 밖에 나가서 이런 답을 내놓기를 원한다.
“너는 기독교학교에서 뭘 배우니?” 라고 물을 때 “나? 말씀 배워. 복음을 배우고 기도를 배워.”
복음으로 수학을, 복음으로 국어와 과학, 체육과 미술을 배울 수 있어야 한다. 이게 바뀌지 않으면 신앙과 학문의 통합은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그리고 여전히 아이들은 세상 학문에 열등감을 갖고 살아갈 것이다. 복음 안에 모든 것이 있다는 것이 실제가 되어야 한다.
“이게 과연 가능할까? 우리가 가르치는 학과목에 이런 적용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해야한다. 그리고 각 과목에 패러다임을 입혀서 이렇게 교육하면 될 것 같다는 수업을 시연해야한다. 치열한 고민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
우리가 선택한 것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 더 좋은 것이 되길 바라는 마음과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포기하고 시작해야 한다. 기독교 대안학교라는 부르심에 합당한 교육, 십자가를 전하는 교육을 하려면 세상이 말하는 더 좋은 것, 베스트가 되도록 가르치려는 욕구를 끊어내야 한다. 믿음의 다음세대, 남은 자를 키워내는 바른 교육을 결정할 때 하나님은 우리로 하여금 다음 진도를 나가게 하실 것이다.
목표를 알고 간다면, 그리고 우리 마음이 확정되고 확정된다면 아직 시작도 못했지만 반드시 끝으로 나가는 문이 보일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로 주춧돌을 세우면 하나님은 분명 과정 가운데서 보여 주실 것이다. 우리가 가야할 방향과 목표지점을.
학생들이 자기소개서를 훌륭하게 쓰고, 플랜을 잘 짜고, 비전을 말하기 전에 삶의 현장에서 믿음을 쓰는 게 뭔지 배우고 나가면 좋겠다.
“너의 신앙은 무엇이니? 너의 행동은 믿음에 근거한 것임을 확신하니?”라고 물을 때 당당하게 대답하는 사람으로 성장하면 좋겠다.
진리가 실제가 되기까지 박이 터지고 깨지더라도 복음으로 사는 게 무언지 우리 자녀들이 배우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렇게만 가르칠 수 있다면, 그런 교육 현장에 설 수 있다면 교사로서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다.
내가 맡은 교과목 말고 교실에 들어갈 때마다 생명 걸고 가르쳐야할 내용은 디모데후서에 나와 있었다. 그것은 모든 성경, 즉 하나님의 말씀이었다. 내가 왜 교사인가를 명확히 알려주는 말씀이었다.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으로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니 이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온전하게 하며 모든 선한 일을 행할 능력을 갖추게 하려 함이라” (딤후3:16,17) [복음기도신문]
지소영 | 방송작가로 오랫동안 활동하다 2013년부터 서산에 위치한 꿈의학교 교사로 재직했다. 현재는 학교와 교회를 중심으로 가정예배와 성경적 성교육 강의를 하고 있다. 결혼한 이후 25년간 가족과 함께 드려온 가정예배 이야기를 담은 ‘153가정예배’를 최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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