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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통신] 가난하지만 부요한 삶

▲ 카렌족 형제 자매들이 교회에서 예배를 인도하는 모습(오영철 선교사 제공)

‘알아서 쓰세요’
한 마디 속에 함축된 의미가 너무 강렬하여 오랫동안 그 의미를 몇 번이나 되새길 때가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포천에 있는 손찓 형제를 방문하였다. 한국에 있는 태국인 노동자사역을 위하여 자비량 선교사로 파송한 형제이다. 떠나기 전에 가방에서 뭔가를 꺼낸다. 돈이 든 봉투였다. 그러면서 한 말을 오랫동안 되새긴다.

“저에게는 태국 돈이 필요 없습니다. 오 선교사님이 알아서 쓰세요”

집에 와서 확인해 보니 9870밧(Baht)이었다. 한국 원화로 약 35만 원이다. 태국에서는 일반 노동자의 한 달 월급에 해당된다. 태국에서는 물론 한국에서도 적지 않은 액수이다. 겸연쩍게 웃으면서 전하는 그의 마음과 의도를 생각한다. 사실 그에게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돈이 필요하였기 때문에 한국에 왔다. 그는 부족한 나를 향한 존경과 사랑의 마음을 최선을 다하여 전하고 싶어했다.

사실 그의 헌신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에 신학교 교수 사택 공사 마무리 과정에서 예상치 않았던 추가비용이 발생하였다. 이 비용에 대하여 현지 신학교담당자의 부탁을 받고 손찓 형제에게 연락을 했다.

“네, 제가 부탁한 내용을 돕겠습니다.”

그의 대답은 고민이나 주저함이 없었다. 다음날 바로 송금을 해 주었다. 그러면서 문자가 왔다.

“만약 더 필요한 것이 있으면 다시 말씀하여 주세요.”

그가 여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드림’을 인색함 없이 실천하는 것이다. 그가 자비량 선교사로 파송하기 전에 1년 이상 관계를 맺고 선교사로서 준비를 하였다. 한국어를 배우는 과정에서부터 WEC국제선교회에서 주관하는 2개월의 훈련, ACTS29 과정도 안내하여 주고 준비하였다. 그리고 여러 번 교회 방문을 같이 하면서 선교사로서의 삶과 사역자로서의 역할에 대하여 나누었다. 태국 신학교를 졸업한 형제이어서 필요한 자료들을 태국어로 번역할 때 많이 도와주었다.

한국에 온 이후에도 출석할 교회를 연결해 주고, 초기 정착에서 필요들을 지인들을 통하여 챙겨주었다. 소개하여 포천타이안디옥교회에서 찬양리더로서 잘 섬기고 있다. 그는 이런 과정들을 통하여 나에 대한 특별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것을 표현할 방법을 찾고 있었는데, 그를 방문할 때 준비한 돈을 담은 봉투를 내밀었다. 태국돈이 필요 없다고 하면서 주는 것은 내가 덜 부담을 갖도록 나름 배려하는 것이다.

집에 오니 손찓 형제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선교사님 방문이 예수님의 방문과 같고, 선교사님께 드리는 헌금은 마치 예수님께 드리는 것 같습니다.”

그의 메시지를 읽으면서 나를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거린다. 나의 방문을 예수님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당치가 않기 때문이다. 두 가지 성경 말씀이 떠오른다. 첫 번째 말씀은 예수님이 선생 된 자들에게 지적한 말씀이다.

“시장에서 문안 받는 것과 사람에게 랍비라 칭함을 받는 것을 좋아하느니라(마: 23장 7절)”

내 안에 꿈틀거리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말씀으로 나에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또 한 말씀은 가난한 자들에 대한 말씀이다.

“가난한 자 같으나 많은 사람을 부요 하게 하고……(고후: 6장 10절)”

손찓 형제가 누구인가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말씀처럼 다가온다. 왜냐하면 그의 삶은 가난하지만 여러 사람들을 부요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아서 쓰세요”라는 그의 고백과 헌신과 순수한 마음은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 방향을 선명히 보여준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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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선교사 | 태국을 중심으로 국경에 흩어져 거주하는 소수부족 카렌족을 섬기고 있다. 현지 카렌신학교에서 변화하는 카렌족과 타이민족 선교를 위한 지도자를 양성하는 한편 이곳 카렌교회의 아름다운 신앙적 토양을 한국 등 해외에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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