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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흔적을 가진 사람들

강정구 선교사 (순회선교단 중앙아시아지부)

[215호 / 2019 다시복음앞에 – 지상중계(1)]

한국 사회의 타락과 교회의 세속화로 위기 상황을 맞고 있는 이때, 다시 복음 앞에 서기를 결단하는 2019 다시복음앞에 대회가 지난달 31일 선한목자교회에서 열렸다. 일일 금식기도성회로 열린 이번 대회는 ‘십자가 복음’을 주제로 다양한 강사와 강의 이후 기도회로 이어져 회개와 결단의 시간을 가졌다. 이날 선포된 믿음의 고백을 지상중계한다. 가나다 순. <편집자>

인간은 망각하는 존재라고 하지만 잊지 않고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주님이 우리에게 베푸신 은혜다. 개구리가 올챙이 적 생각을 못하는 것처럼 구원의 은혜를 잊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나님은 들에 버려질 곧 죽을 운명이었던 우리의 존재를 기억하라고 하신다. 그리고 주님의 은혜를 계속 잊는 우리에게 그분의 은혜, 곧 십자가의 흔적을 새겨주셨다.

“이 후로는 누구든지 나를 괴롭게 하지 말라 내가 내 몸에 예수의 흔적을 지니고 있노라”(갈 6:17)

로마 시대에는 가축이나 종에게 그 주인의 소유임을 나타내기 위해 결코 지워지지 않도록 인두자국을 냈다. 순간의 고통은 있지만 그 효력은 영원하다. 그런 일을 주님이 하셨다.

하나님은 내게도 예수님의 흔적을 새겨주셨다. 나는 내 자신에 대해 늘 자신감이 없었다. 모태신앙이 아니라 신앙의 기초도 없고 자존감도 낮고 적극적이지도 못하다는 것이 내 자아인식이었다. 이런 나에게 설명할 수 없는 은혜로 주님이 내 삶에 개입하셨다. 주님은 내가 선교단체에 들어가서 대학생활을 하게 하셨다.

주님은 용기도 없는 나에게 민족을 뛰어넘어 열방을 꿈꾸게 하셨다. 주님의 때가 되었을 때 나를 선교사로 부르셨다. 1991년에 소련으로 나갔다. 열심히 대학생 제자훈련, 성경공부, 공동체생활을 했다. 처음 몇 년 동안은 자비량 선교 한다고 양말도 팔고 신문도 돌리며 달려왔다. 현지인 사역한다고 한국인은 만나지 않고 오직 러시아 사람들과 러시아 음식을 먹고 살았지만 선교지는 광야였다. 변하지 않는 제자들을 보며 절망과 깊은 외로움과 고독감이 찾아왔다. 이런 탈출구가 없어지니 부끄럽지만 육체의 정욕, 음란을 즐기고 또 담배를 피웠다. 캄캄하고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 가운데서 주님은 나를 십자가 앞에 세워 주셨다. 주님은 십자가의 흔적을 선명하게 새겨주시기 위해 나를 완전한 파산으로 몰아가셨다. 다시 처음부터 내게 선명하게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새겨주셨다.

십자가의 흔적을 가진 자는 흔들리지 않는다

고질적인 문제는 수십 년간 쌓아놓은 나를 위장했던 외식이었다. 거룩한 척, 선생인 척 하는 몸에 베인 나의 실체를 주님께서 드러내셨다. 부끄러웠지만 주님은 계속 십자가의 자리를 떠나지 않게 하시면서 하나님 경외하는 것이 무엇인지, 마음 중심의 변화가 어떠한 것인지 가르쳐 주셨다. 부끄러워하고 자신감 없는 것은 나의 기질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존재의 문제라는 것을 주님이 말씀해 주시고 자유를 주셨다. 물론 나의 그 질그릇 같은 모습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이젠 이것이 감사하다. 완전히 변했다면 내가 원래 그런 사람인 줄 착각하고 살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주님의 은혜를 잊을 수 없는 것이다.

기독교 2000년 역사를 돌이켜보아도 타락한 시점을 가만히 보면 가장 축복의 때였다. 에덴동산에서도 뭐가 부족해서 하나님을 배반했겠는가. 개구리가 올챙이 시절 생각 못하는 것처럼 누가 과연 이 무서운 시험을 이겨낼 수 있을까. 누가 광야를 기억할까. 누가 애굽의 종 되었던 때를 기억할까.

어떠한 상황에서도 기억에 남는 예수님의 흔적을 가지고 있는가? 존 뉴턴이 고백했던 것처럼 다른 것은 다 잊어버려도 두 가지는 잊을 수 없다. 내가 얼마나 존재적 죄인인지와 나를 향한 주님의 은혜는 결코 잊을 수 없는 흔적이다. 그 흔적을 가지고 있는가. 결코 교만할 수 없고 잘못 가다가도 그것만 생각하면 주님의 은혜만 남는 그 흔적. 이 십자가 흔적을 가진 자는 흔들리지 않는다. [복음기도신문]

<저작권자 ⓒ 내 손 안의 하나님 나라, 진리로 세계를 열어주는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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