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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모할 정도로 헤프게 베푸는 탕부 하나님

팀 켈러 지음 | 윤종석 옮김 | 두란노서원 | 192p | 2016년

[202호 / 뷰즈인 북스]

영어단어 프러디걸(prodigal)은 ‘무모할 정도로 헤프게 베푸는, 남김없이 다 써 버리는’ 이라는 뜻이 있다. 누가복음 15장에 나오는 탕자에게 붙은 이 형용사를 저자는 하나님 아버지를 표현하는 단어로 사용했다. 책을 읽는 내내 잃어버린 두 아들을 향해 아낌없이 탕진하신 아버지의 사랑에 감격하며 마음이 녹아내리는 시간이었다.

아버지의 살림을 창녀들과 함께 삼켜 버린 둘째 아들을 위해 살진 송아지를 잡아 큰 잔치를 베푸신 하나님은 많이 듣고 자주 만나왔던 것 같다. 늘 문 밖에서 기다려 주시며 비참한 모습으로 돌아온 나를 먼저 발견하고 달려와 주셨던 그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오늘의 나는 있을 수 없었으니까.

그런데 문제는 큰아들이다. 매일 떠난 둘째를 기다리시는 아버지를 보면서도 자기 할 일만 하던 큰아들은 돌아온 동생을 향한 아버지의 긍휼과 사랑에 결국은 분노를 터뜨리고 만다. 잃어버린 아들은 둘째만이 아니었다. 한 번도 아버지의 마음과 합하지 못했던 첫째 아들도 아버지 편에서는 다시 찾아야 하는 잃어버린 아들이었다.

둘째는 자신이 아버지를 어떻게 배신한 죄인인지 알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큰아들은 자기의 의와 열심으로 인해, 자신이 아버지를 얼마나 멀리 떠나 있는지 깨달을 수조차 없다. 어쩌면 더 무섭고 비참한 상황에 빠져있는 것이다. 큰아들도 둘째와 똑같이 아버지를 배신하고 떠났다. 단지 방법이 달랐을 뿐이다. ‘내가 아버지께 불순종한 적이 없으니 아버지도 내 인생의 모든 일을 내가 원하는 대로 해주셔야 합니다.’라는 무언의 거래를 스스로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버지를 사랑하지도 않았고, 그 권위를 인정하지도 않은 채 나의 원함을 위해 순종이라는 모양으로 아버지를 이용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 원함에 반하는 일이 생기자 아버지께 화내고 원망한다. 이기적인 목표를 자신에게조차 감추고 있었을 뿐이지 아버지를 사랑하고 기뻐하여 그분을 섬긴 적이 없는 큰아들에게서 나를 발견할 수밖에 없었다. 큰 충격이었다.

그동안 내가 큰아들인 것은 잃어버린 동생을 열심히 찾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둘째를 향한 아버지 마음을 더욱 공감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둘째보다는 조금 나은 큰아들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예수님은 이 비유를 세리와 죄인들 뿐 아니라 옆에서 수군거리고 있는 바리새인들을 향해 말씀하신다. 이미 돌아와 눈물로 회개하고 있는 죄인들 말고 율법을 다 지키고, 열심히 종교생활을 하고 있는 바리새인들에게 말이다. 과격한 헌신과 불사르게 내어주는 섬김을 통해 하나님이 나를 지키고 돌보실 수밖에 없는 합당한 권리를 취득하고 있다고 부지중에 자부하고 있는 나를 향해 하나님은 ‘잃어버린 아들’이라고 말씀하신다.

오늘날 둘째 아들과 같이 잃어버린 자들이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오기 어려운 이유는 나 같은 큰아들이 교회에 가득하기 때문이라는 말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버지 마음을 몰라 동생을 찾으러 나서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동생이 돌아오는 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아버지 자리를 꿰어찬 높은 의와 교만, 판단과 정죄로 말이다.

난 잃어버린 큰아들이지만, 둘째 아들을 향한 마음과 똑같은 사랑으로 날 기다리시는 아버지가 계시다. 무모할 정도로 아낌없이 모든 것을 쏟아 부어 나를 찾으시는 아버지가 계시다. 그래서 결국 우리에게 내어주신 진정한 맏아들 예수 그리스도는 미처 돌아갈 준비도 되어 있지 못했던 나를 먼저 찾아오셨다. 마침내 찾아내셨다.

예수님의 비유는 큰아들을 권면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큰아들이 돌이켜 잔치에 참여했는지 알 수가 없다. 이제는 그 이야기를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할 차례이다.

나를 위한 모든 행위의 열심에서 돌이켜 마음 깊이 아버지를 사랑하고 기뻐함으로 그분이 베푸신 잔치에 믿음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죽은 자, 잃어버린 자를 다시 살리시고 찾기 위해 아낌없이 맏아들을 내어주신 그 사랑에 오직 사랑으로만 반응하고 싶다. [복음기도신문]

이귀영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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