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정부·다국적 기업, 석유.물 등 천연자원 많은 감벨라 지역을 탐내
지난 10여년 전 수천여명의 집단학살에 이어 현재까지도 이어지는 생존권 위협으로 종족멸종의 위기에 놓인 에티오피아의 소수종족 아뉴악족. 총 인구 10만명 정도로 알려져 있는 이들의 애타는 구명요청이 국제사회로부터 철저하게 외면을 받고 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수세기 동안 조상 때부터 에티오피아 남서부지역 감벨라에 거주하던 아뉴악 종족은 이들을 이 지역에서 몰아내려는 에티오피아 군복을 입은 군대에 의해 2003년 12월 단 하루 동안 ‘아뉴악 대학살’로 불리는 사건으로 수천여명이 무참하게 살륙을 당했다. 그러나 이들의 불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이웃나라 수단과 케냐의 난민촌에 이르기까지 수천 km의 피난길에서 이들은 배고픔과 추위, 군인과 경찰의 위협과 검문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경 및 도로 검문소에서 어려운 통과절차와 금전징수의 요구를 받는다. 돈이 없는 여인들은 몸을 팔며 하루하루 비참한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여전히 감벨라를 떠나지 못하고 남아 있는 이들 종족 사람들이 겪는 고통과 수모는 말로 형언할 수도 없다. 석유, 물, 텅스텐, 플라티늄, 금 등 천연자원이 풍부한 것으로 여겨지는 이곳의 소유권에 탐을 내는 자국 정부와 다국적 기업들의 진출로 이들은 자녀교육 등 최소한의 삶의 권리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중국 등의 나라에서 이 지역에 대규모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또 정부는 7만여명의 아뉴악 종족의 주거지역을 재배치해 거주지역에서 몰아내려고 시도하고 있다. 종족이 처한 이같은 실상을 국내외에 탄원하려는 아뉴악 남자들은 실종, 살해되고 있다.
더욱이 숱한 고난을 거쳐 수단이나 케냐의 난민촌에 도착해도 어려움은 끝나지 않는다. 케냐의 경우, 5000여명이 머물고 있는 카구마와 다답의 두 군데 난민촌에 도착해도 여권이 없어 신분증명이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난민으로 인정받는 것 자체도 쉽지 않아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한편, 현재 미국 미네소타에 거주하고 있는 2000여명의 아뉴악 종족 이주민들은 국제사회에 이같은 고향 원주민들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호소하고 있지만 어느 나라도 이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지 않다고 안타까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