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렁이는 금발 머리는 어깨 아래로 덮여 있었다. 하얀 피부의 여인은 하늘을 쳐다보며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림 속 여인은 베니스의 대가 티치아노가 그린 ‘막달라 마리아’다. 16세기 유럽에서 막달라 마리아는 회개의 상징이면서, 한편 변화된 성도의 모범이라는 미명하에 허용되었던 에로티시즘의 탈출구가 되기도 하였다. 티치아노가 1533년에 그린 또 다른 막달라 마리아 역시, 이 작품과는 다르게 마리아의 관능적인 육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막달라 마리아의 회개가 티치아노에게 전이되었던 것일까. 30여 년이 지난 뒤 그려진 이 그림에서의 마리아는 경건해 보일 뿐 아니라 그 어떤 작품에서보다 회개하는 심령이 잘 표현되었다.
전작의 누드 대신 마리아의 몸에는 옷이 걸쳐졌다. 관객을 의식하는 듯 보였던 의문의 눈빛은 통렬한 눈물로 바뀌었다. 눈물의 진정성은 벌게진 눈 주위 묘사로 표현되었다.
또한 마리아 주변에는 전작에 없는 물건들이 그려졌는데,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의 메시지를 상징하는 해골과 하나님의 말씀을 지칭하는 성경이 함께 있다. 그리고 막달라 마리아를 표시해 주는 향유 옥합도 그려졌다. 이 향유 옥합은 예수님의 발아래 완전히 깨어질 것이고 그녀의 풍성한 금발은 예수님의 발을 닦게 될 것이다. 이렇게 마리아는 자기 헌신을 향유 옥합과 머리카락으로 드러내었다.
하나님 말씀 앞에 엎드린 회개
한편 티치아노는 30여 년이 지난 뒤 같은 주제를 가지고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마리아의 진정한 회개와 변화된 삶, 그리고 그 삶 속에 녹아든 헌신을 그리고자 하였던 것은 아닐까? 이처럼 나의 의지에 근거한 헌신보다 하나님의 말씀 앞에 엎드려 회개의 눈물로 빚어진 헌신이야말로 하나님께서 가장 기뻐하시는 예배일 것이다. [복음기도신문]
이상윤(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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