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의 <다윗>
5.17m의 이 거대한 대리석 조각 <다윗>은 미켈란젤로의 대표작이자 르네상스의 대표작이 되었다. 피렌체 공화국이 세워질 당시 메디치 가문은 미켈란젤로에게 “자유, 저항, 독립”의 피렌체의 정신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의뢰하였다. 미켈란젤로는 이 과업을 위해 성경 속 인물 중 다윗을 선택했는데, 피렌체 공화국의 정신과 신생 공화국의 젊음과 순수함을 두루 보여줄 수 있는 인물로 다윗이 적격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미켈란젤로는 성경에 기록된 다윗의 수많은 행적 중에서도 블레셋의 거인족 용사 골리앗과의 전투를 선택하였다. 때문에 <다윗> 조각은 오른 손엔 물맷돌을, 왼손엔 물맷돌을 돌리기 위한 천을 들고 있으며, 다윗의 눈은 날카롭고 예리하게 골리앗을 쏘아보고 있다. 눈의 방향은 거대 도시 로마를 향하도록 했는데 이것은 바로 골리앗과 대치하는 절명의 순간을 표현한 것이다.
미켈란젤로 외에 많은 조각가들은 대부분 골리앗과의 싸움에서 이긴 다윗의 모습이나, 골리앗에게 돌을 던지고 있는 모습을 조각하였으나, 미켈란젤로의 선택은 달랐다. 다른 조각들에는 다윗의 용맹함과, 그가 거둔 승리의 기쁨은 표현될 수 있었지만, 이런 것들은 사실상 핵심을 비껴간 것이었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힘이나 조정력, 민첩성, 전략 같은 것들 때문이 아니었다. 바로 믿음이었다. 승산 없어 보이는 이 전투에서 돌멩이 하나만 달랑 들고 당당하게 적장을 쏘아보고 있는 <다윗>상의 긴장감 넘치는 모습으로 하나님에 대한 그의 절대 믿음이 표현될 수 있었다.
훗날 다윗은 아비새와 같이 후대에 ‘이스라엘의 등불’로 불렸다. 즉 존재만으로도 ‘이 전쟁은 여호와께 속한 것’이라는 이스라엘의 믿음을 되살릴 수 있는 상징적인 존재가 된 것이다. 마치 미켈란젤로의 작품이 보는 것만으로도 피렌체의 정신을 일깨우는 피렌체의 상징이 된 것처럼. [GNPNEWS]
이상윤(미술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