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언어훈련학교(BLTS)를 시작하면서 평일에는 공동체 생활로, 주말에는 집이 있는 부산으로 내려가 생활하게 되었다.
오가는 여정이 익숙해질 무렵 두 가지 사건이 연달아 일어났다. 먼저는 핸드폰을, 다음엔 지갑을 잃어버렸다. 물건을 잃어버렸다는 자책과 속상함이 밀려왔다.
답답하고 어려운 마음이 잘 추슬러지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고 있을 때, 한 걸음에 달려간 곳은 주님이 계신 곳이었다. 주님이 은혜를 부어주셨다. 여러 복잡한 마음들이 뒤섞여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오랜만에 주님을 목 놓아 불러보았다.
사실 나는 훈련만 받으면 없던 믿음도 생기고, 복음이 저절로 내 것이 되어 누려지는 줄 알았다. 그런데 점점 익숙해지는 생활에 오히려 요령이 생기면서 점점 기도를 하지 않게 되었다. 주말은 그동안 갇혀있던 나의 생활에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옛 자아의 욕구를 힘써 충족시키는 시간이었다. 그러던 중 바로 이 사건들이 터진 것이었다.
나에게 의지가 될 만한 것들이 하나씩 없어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주님이 내게 하시는 말씀이 들리기 시작했다. ‘너 진짜 나로 충분하니? 네가 누리고 있던 것, 나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없어져도 나 하나면 정말 충분하겠니?’ 이 질문에 진실하게 대답할 수 있게 되었다. 비록 비싼 대가를 치르긴 했지만 내 마음이 온전히 담긴 고백을 드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네. 제가 가진 모든 것이 다 없어진다 해도 주님 한 분이면 충분하겠습니다!”
비로소 나의 마음에 찾아온 안정과 평안. ‘주님의 허락하심이 최선’이라는 말에 순종했을 때, 주어지는 기쁨은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만약 누군가가 나에게 ‘이 사건이 터지기 한 달 전으로 돌아가겠는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단호히 “아니오”라고 대답하고 싶다. 왜냐하면 이 사건이 아니었으면 평생 주님 한분이면 충분하다는 고백의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마음 다한 고백을 올려드리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히브리어로 ‘미드바르’는 ‘광야’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 단어는 ‘디베르(내가 말했다)’라고 하는 동사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얼핏 보면 상관없어 보이는 두 개의 단어 속에는 사실 엄청난 성경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 “주님은 광야에서 말씀하시는 분”이라는 것이다. 풍요롭고 익숙하고 여유로운 때가 아닌, 황폐하고 메마르고 척박한 광야에서만 오직 주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다. 오직 심령이 가난하고 마음이 낮아진 자가 누리는 복을 나에게도 허락하신 주님께 감사했다.
눈이 어둡고 마음이 우둔하여 스스로 깨달을 수 없는 나를 위해 진리를 몸소 체험케 하시고 습득하게 하신 주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습니다(시 23:1).”
[GNPNEWS]
정수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