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높이라 Prize Wisdom 잠 4:8

비자 취소로 수용시설로 옮겨져도 … ‘헵시바’ ‘쀼라’의 땅

 하나님의 약속을 믿는  ‘복음과 기도’ 의 정탐꾼 고백 

‘주님의 한결같은 사랑이 생명보다 더 소중하기에, 내 입술로 주님께 영광을 돌립니다’ (시63:3 새번역).

주님이 보내신 곳으로 비행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는 첫 걸음을 떼던 일이 기억납니다.
2010년 2월 해외지부 파송이 결정되던 날. 네 개의 대륙, 네 개의 나라로 파송되는 7명의 지체들. 그 광활한 대륙을 향하는 우리 각자가 가진 것이라고는 복음과 기도, 그것 외에는 실로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돈이 많으면 돈을 의지하고, 아는 사람이 많으면 그들을 의지할 수 있으니, 오직 주님만 바라보게 하시며 우리를 이끄셨습니다. 막연한 두려움을 넘어 주님 하실 일에 대한 기대로 출발했던 그 때부터 지금 이 시간까지 우리가 걸어왔던 길에는 큰 사역의 결과도, 내놓을만한 어떤 것도 없습니다. 그저 우리를 인도하신 하나님의 말씀과 그 땅을 향한 아버지의 마음이 또렷하게 남아 있습니다. 오직 믿음으로 살 수 밖에 없도록 하루 하루 믿음의 삶으로 이끄시고 복음과 기도의 결론이 어떻게 그 땅에서 이곳에서처럼 동일하게 실제가 되는지를 보게 하셨습니다.
2010년 3월 29일, ‘가라!’ 명령하신 하나님의 명령 앞에 ‘네, 주님!’ 하고 들어갔던 날. 시드니 공항에는 마중 나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밤 비행기를 타고 새벽에 도착해서 ‘아, 이곳이 호주구나.’ 실감했던 우리. 아무도 와달라고 하는 사람이 없었고, 어느 누구도 우리가 왔다고 플랭카드 들고 반겨주는 이 없었지만, 주님이 보내셨기에 충분했고 감사했습니다. 공항 대합실에서 지나가는 몇 사람에게 물어 물어 버스정류장을 찾아 캔버라로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3시간 반 후에 그곳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한 목사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한 달 반 동안은 정착해서 지내며, 한 달 반 동안은 여기 저기 이동하면서 지내고 또 뉴질랜드를 다녀오고, 한 달은 땅밟기 팀과 함께, 나머지 두 달은 한인교회 기도실에서 지낸 시간들. 짐을 완전히 풀지 못하고 짧게는 하루 이틀, 한 두주씩 거처를 이동하며 우리의 거할 진정한 거처는 ‘오직 예수 안에 거하는 것’과 ‘장차 도래할 영원하고 완전한 본향’에 있음을 계속해서 고백하게 하셨습니다. 창세기 말씀부터 진행된 묵상 본문을 통해 ‘부르심’에 대해 말씀하신 하나님, 복음과 기도로 선교완성을 이루는 이 부르심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부르심인가! 딤후1:9 말씀을 통해 거룩한 소명자로의 부르심을 거듭 확증해 주셨습니다.
거처가 결정되는 것보다 호주의 상황을 보여주고 싶으셨던 하나님. 인도하시는 곳곳에서 호주교회의 현실과 한인들의 모습을 땅밟기 팀과의 여정을 통해 아버지의 마음을 더욱 보게 하셨습니다. 부와 안락함 가운데 어느덧 세속국가가 되어버린, 눈으로 보기에 정말로 황폐해 보이는 땅이지만 ‘헵시바(나의 기쁨이 그에게 있다)’요 ‘쁄라(결혼한 여자)’라 말씀하시는 주님의 말씀을 더 믿게 하시는 시간이었습니다.
아내의 출산과 비자관계로 아쉬운 마음을 접고 한국에 들어와 있던 차에 아웃리치팀 준비로 얼마간 호주에 들어가야 할 상황이 생겼습니다. 비행편도 항공티켓비용도 허락되고 모든 일이 순적하게 잘 진행되어 감사한 마음으로 출국했습니다. 그러나 호주 공항에 도착하면서 모든 상황은 갑작스럽게 뒤바뀌어 버렸습니다.
위압적인 풍새를 한, 덩치가 나보다 족히 두 배는 돼 보이는 누군가가 나를 구석으로 데려갔습니다. 여러 질문들을 소낙비처럼 퍼붓는데 그 분위기 속에서 정신 바짝 차리고 냉정하게 대답하기가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문이 잠긴 취조실(?)에서 반나절(꽤 오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며 그들은 시종 ‘당신 일하러 여기 들어왔지?’라 몰아붙였고, 내 진술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결국 가지고 있던 비자는 취소되었습니다.
“지금부터 당신이 이 땅에 발을 내딜 곳은 없다. 귀국하는 비행기를 탈 때까지 우리가 당신의 신변을 보호하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공항 뒷문으로 난 길을 따라 차로 한 30여분 걸려 도착한 수용시설로 옮겨졌습니다. 군데군데 자물쇠로 채워져 있고 전체적으로 철조망이 쳐 있어 자유롭지 못한 그 곳에서 2박 3일 동안 시간을 보냈습니다.
도착한 첫 날 녹초가 된 몸과 분한 마음을 뒤로 하고 잠을 청했습니다. 다음날이 되어 밖에 나가보니 비자문제로 입국하지 못한 듯한 수 백여 사람들이 여기저기 모여 있었습니다. 본국에 전화 몇 통화를 하고 들어온 적막한 방 안에 앉아 무작정 펼친 성경에서 다니엘서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다니엘서에 등장하는 광대한 고대제국과 몇 몇 절대통치자들. 하지만 주님은 하나님만이 진정한 왕이시며 온 우주의 통치자 되심을 말씀하셨습니다. 철조망으로 갇혀진 내 상황은 전혀 그리 보이지 않았지만, 주님이 진정 모든 나라를 다스리시는 진정한 통치자 되심을 고백하며 눈앞의 현실 보다 실제 현실을 바라보게 하셨습니다.
갇혀 있지만 내가 무엇 때문에 갇혀 있는가, 자기 일이 아닌 주님의 일을 위하여 갇혀 있는 지금의 내 상황이 더한 기쁨으로 찾아왔습니다. 요한복음 1장에 ‘(주님이)자기 땅에 오매 자기 백성이 영접하지 아니하였더니’ 말씀이 새롭게 보이면서 이 땅을 위해 주님 보내신 자를 거절하는 그들을 향하여 ‘그래도 내가 그들을 사랑하리라!’ 주님의 마음으로 일어서게 하셨습니다. 또한 하나님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 언젠가 당할 주님의 이름으로 받는 고난을 갑자기 당하지 않고 기쁨과 믿음과 사랑과 담대함으로 받게 하시려 예방주사를 확실히 맞게 하시는 시간으로 받았습니다.
군대시절 총을 쏘고 나면 귀에서 위~잉하고 한참 동안이나 소리가 맴돌다 사라졌는데, 잠깐의 시간 겪었던 그 일을 떠올리는 지금도 흔적이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소리들. 비자, 거처, 출산… 이 모든 것을 뒤로 하고 하나님의 약속을 믿는 믿음의 정탐꾼들만이 그 땅을 차지할 것을 믿습니다.
씨를 뿌리고 물을 주는 일은 인내가 필요했지만, 주님은 결국 뿌린 씨의 열매들을 보게 하십니다. 어떻게 인도하시든 우리의 갈 길을 다 아시고 인도하시니 주님만 바라보고 주님 약속만 믿고 따라가겠습니다. 내 평생을 드려 사랑하는 주님께 가장 귀한 것으로 돌려질 수만 있다면….

양동원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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