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나를 2014년 한 선교단체의 협력간사로 불러주셨다. 그러나 약속한 1년이 못되어 다시 세상으로 보내셨다.
주님의 뜻은 다 이해할 수 없었지만 종신으로 부르신 선교사의 걸음을 위해 남아있는 빚을 해결하고 올 양으로 주님을 기대하며 집으로 향했다.
빚을 갚기 위한 10개월 간의 직장생활은 주님이 나를 깨뜨리시는 시간이었다. 오직 주님을 구하고 찾는, 주님이 나의 모든 인생의 결론이 되는 완전한 시간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며 이제 주님의 사랑을 알았으니 세상에서도 잘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직장 안에서의 매일 매일은 전쟁터였다.
함께 일하는 동료를 마음으로 받지 못해 관계는 어려워져만 갔고 상식 밖의 행동을 하는 손님들과의 언쟁도 끊이질 않았다. 복음을 만난 내가 세상 가운데서 축복의 통로가 되기는커녕 부끄러움만 더해가는 모습을 보며 결국 복음을 제대로 모른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난 주님의 뜻을 알고 싶지도, 듣고 싶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주님의 뜻보다 더 이루고 싶은 내 뜻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특정 단체의 선교사로 부르심을 받기를 소망했고 끊임없이 그것을 갈망했다.
그러나 나를 주님이 왜 안 불러 주시는지, 그때가 언제인지, 내가 더 무장되고 괜찮은 사람이 되면 불러주시려나 생각했다. 지금은 주의 말씀에 순종한 듯 몸은 불러주신 직장에 있지만 마음은 언젠가는 가게 될 그곳에 있다.
나의 종착지, 주님과 교제하는 자리
믿지 않는 어린 친구들만 있는 회사 기숙사로 들어갈 마음을 주실 때 내키진 않아도 그렇게 해야 그곳에 갈 날이 앞 당겨질거란 생각에 몸이 부서져라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결국 몸져눕게 되면서 직장을 정리하게 되었다.
아무 열매 없이 정리되는 것 같아 믿음으로 살아보려던 나의 모든 시도가 실패한 것 같이 느껴졌다. 그러나 그때 처음으로 주님 안에서 안식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결국 내가 어떻게든 복음을 살아보려고 발버둥 치는 모습을 보게 하시면서 주님을 쏙 빼 놓은 채 내 열심과 최선으로 복음을 흉내 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셨다.
그리고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아무것도 할 수 없어도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안전한 것인지를 지식적 동의가 아니라 마음으로 믿어지는 은혜를 주셨다.
그리고 주님은 또 다른 작업을 시작하셨다. 그것은 내가 가고 싶어 하는 바로 그곳. 특정한 단체의 선교사로의 부르심이었다. 직장을 그만두자 돌아올 곳으로 돌아오라는 마음을 주셨다. 이제 주님이 나를 부르시는구나.
믿음으로 선택한 첫 발걸음은 복음사관학교라는 훈련단체의 협력간사로 지원하는 것이었다. 다시는 세상으로 돌아오지 않으리라. 포부도 당당했지만 그 걸음은 좌절됐다. 주님이 반드시 하실 것이라 믿었는데 맞닥뜨린 현실 앞에 마음이 무너졌다. 혼란스러웠다.
모든 환경에서 피하고 싶었지만 예수 그리스도가 이루신 십자가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다 없다를 말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며 현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이같은 선택과 좌절을 거듭하며 주님의 질문 앞에서 내가 주님을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고 싶어 끝까지 포기하지 못하는 나의 실존을 보았다. 그리고 또 한 분, 포기하지 않고 나를 오래 기다려주신 주님이 보였다.
그 주님 앞에 내가 진정 원하고 필요한 것은 오직 주님뿐이라고 고백했다. 날마다 주님과 기쁘게 사랑으로 교제하는 관계. 그것이 내가 가야할 종착지, 바로 그곳이었다.
그리고 하나님은 다시 나를 창세기 12장 1절 말씀으로 어떤 한 단체의 선교사가 아닌 선교적 존재로 불러주셨다. 더 이상 어디로의 부르심이 아닌 주님 안에 거하는 부르심을 따라 그 모양이 어떠하든 상관없이 주님이 그러했던 것처럼 이 땅에서 생명을 살리는 존재로 사용하시길 기도한다. [GNPNEWS]
정인숙(그루터기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