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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자녀 살해 후 극단적 선택’…“엄연한 범죄 인식해야”

▲ 아동 학대 (PG) (연합뉴스 일러스트)

전날 익산서 두 자녀 살해 사건 발생
전국서 4년간 아동 49명이 보호자에 희생

전북 익산에서 아버지가 어린 자녀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녀 살해’ 사건이 또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자녀를 돌봐야 할 부모의 의무를 저버리고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것은 범죄라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진단한다.

14일 전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찰은 전날 오후 1시께 익산시 팔봉동의 한 아파트에서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에 대한 1차 부검을 마쳤다.

부검의들은 10대 자녀들의 목에 짓눌린 흔적 등을 미뤄볼 때 A씨가 아내와 자녀들을 숨지게 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현재까지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A씨는 익산에서 카페를 운영하며 아파트 담보 대출 등을 받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씨가 커피전문점 사업을 확장하다 자금난에 시달린 것이 아닌가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부모나 보호자가 자녀를 숨지게 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아동권리보장원의 ‘아동학대 주요 통계’를 보면 지난 4년간 국내에서 아동 49명이 보호자나 부모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학대로 사망한 아동 42명 중 9명이 부모나 보호자에 의해 살해당했다. 2020년엔 43명 중 12명이, 2021년엔 40명 중 14명이 희생됐다.

지난해에도 아동 학대 사망자 50명 중 28%에 달하는 14명도 마찬가지였다.

올해 하반기에도 자녀를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했다.

지난 1일 울산 북구에서는 경제적 문제를 겪어오던 40대 B씨가 아내와 10대 자녀 두 명을 살해하고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지난 9월 17일 인천 남동구에서 60대 남성이 그의 5세 딸을 숨지게 한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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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 폴리스라인 (연합뉴스 자료사진)

과거엔 이러한 일가족 사망사건은 ‘동반자살’로 불렸지만, 최근에는 ‘자녀 살해 후 극단적 선택’, ‘비속 살해’ 관점으로 구분되기 시작했다.

김희경은 저서 ‘이상한 정상가족’에서 “‘동반자살’은 아이들을 부모와 분리된 존재로 바라보지 못하고, 아이를 처분이 가능한 소유물처럼 여기는 관점이 배어있다”며 “친권은 부모가 자녀를 보호하고 가르칠 의무이지, 자녀에 대한 처분의 권리가 아니므로 동반자살이 아닌 ‘자녀 살해 후 자살’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도 “아이들을 살해하는 부모들의 심리에는 아이들이 남겨질 고통을 걱정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부모가 없으면 아이들이 힘들 것’이라는 일방적인 생각으로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것은 범죄라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면 주민센터나 주변 아동보호센터 등에서 충분히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지방자치단체 등도 부모들이 편하게 상담받거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제도 등을 적극 알리고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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