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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GC 칼럼] 그는 현대판 ‘하나님의 도성’을 쓰고 싶을 것이다

사진: Unsplash의 Jacek Dylag
기독교 고전 재발견
C. S. 루이스의 조언에 따라 우리는 “수 세기 동안 불고 있는 깨끗한 바닷바람이 여러분의 마음을 스쳐 지나갈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그리고 루이스에 따르면 그건 오로지 “오래된 책을 읽어야만 가능합니다.” 그 목표를 위해서 우리가 잊고 지낸 기독교 고전을 재발견하는 시리즈(Rediscovering Forgotten Classics series)를 시작한다. 우리는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전히 교회에 도움을 주는, 그러나 우리가 잊고 있는 기독교 고전을 하나씩 찾아나갈 것이다. 이와 닮은 주제를 크리스 왓킨은 그의 신간 Biblical Critical Theory: How the Bible’s Unfolding Story Makes Sense of Modern Life and Culture(성서 비평 이론: 성서 속 이야기를 통해 현대 생활과 문화를 이해하는 방법)에서 탐구한다. TGC 편집장 콜린 핸슨은 이 책을 “내가 읽은 최고의 책 중 하나”라고 극찬했다.

자, 다음과 같은 사회를 만난다면 어떤 느낌일까? 아무런 논리도 없이 오로지 상대를 향해 소리만 지르는 완강한 파벌로 쪼개진 사회. 자유와 개방성에 대한 자축에 가까운 수사학으로 시대가 숭상하는 우상을 향한 독단적이고 권위주의적 압박을 교묘하게 가리는 사회. 엘리트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유지하기 위한 정치 및 경제 세력의 공모가 판을 치는 사회. 그리고 미신을 따르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역사의 올바른 편”에서 살고 있다고 확신하지만 정작 수많은 기괴한 미신과 오래된 편견으로 가득한 사회. 이런 사회,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하지 않은가?

5세기 로마에 온 것을 환영한다. 아우구스티누스가 그 유명한 사회 및 정치 이론서 하나님의 도성을 집필할 당시의 로마는 말 그대로 복잡하고, 비틀거리고, 분열되고, 자기모순에 가득 찬 사회였다. 히포의 주교 아우구스티누스가 쓴 이 책은 당시 로마 상황을 반영하는 현대 사회를 향한 문화적 비평에 필요한 강력한 틀을 제공한다. 

다음은 아우구스티누스의 걸작에서 뽑은, 그리스도인이 현대 문화에 참여하는 방식을 심화하고 개발하는 데 도움을 주는 여섯 가지 도구이다. 

1. 안에 머무는 아웃사이더가 되라

아우구스티누스는 단지 후기 로마 문화에 대한 이런저런 목록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는 로마 문화를 속속들이 알고 있었고, 그의 글은 그 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그는 카르타고와 로마에서 수사학을 강의했고, 진심을 담은 경외감으로 키케로를 인용하는 사람이었다. 그가 이 책을 쓴 건 단지 당시 쇠퇴하던 로마 문화를 부당하게 비난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는 로마 문화를 자기네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그 문화가 왜 그토록 찬란했던 건지, 그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우구스티누스는 동시에 아웃사이더이기도 했다. 현대 알제리에 해당하는 북아프리카 타가스테 출신인 그는 그리스도인 어머니와 이교도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무엇보다 그를 로마 문화의 외부에 두는 요소는 바로 그가 예수 그리스도에 충성을 맹세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문화적 참여라고 할 때 보통 “민감한 인사이더” 또는 “용감한 아웃사이더” 중에서 선택하는 식으로 접근하는 게 일반이다. 그러나 아우구스티누스는 이 두 가지를 결합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2. 문화 전체를 다루라

아우구스티누스는 후기 로마 문화 내에서도 고립된 경향만을 따로 떼어내서 평가하지 않았다. 그는 문화 전체를 관통하는 심오한 구조와 근본적인 가정을 탐구했다. 즉 문화의 악덕만 아니라 미덕까지, 철학만 아니라 경건까지, 그리고 대중적 오락만이 아니라 정치적 환경까지 고찰했다. 하나님의 도성은 어떤 특정한 문화 도깨비를 박멸하기 위해서 뛰어든 특수기동대가 아니다. 이 책은 로마 사회 전체의 길이와 폭을 다 아우르는 경찰 전체의 감시망이다. 

아우구스티누스 이전까지 그 누구도 이런 작업을 한 사람이 없다는 점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아우구스티누스 연구자 찰스 매튜스는 이렇게 말했다. “하나님의 도성은 특정 사회 환경 속 모든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성찰하지 않는 현실을 대상으로 누군가 오늘날 비판적 사고방식이라고 부를 수 있는 개념을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다시 말해서, 오늘날 포괄적인 모든 사회이론과 비판이론의 뿌리는 아우구스티누스에게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3. 성경 전체를 다루라

아우구스티누스는 성경 몇 구절과 애용하는 기독교 교리 몇 가지를 가지고 로마 문화를 다루지 않았다. 하나님의 도성 11-20권에서 그는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성경 전체를 개관한다. 그리고 성경이 어떻게 로마가 가진 각종 해괴망측한 믿음을 대체할 수 있는 일관되고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지 보여준다. 

성경은 문화적 범주에 끼어들지 않고 성경만의 방식으로, 성경만의 강조점을 제시하며 독창성 있게 스스로를 제시한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접근 방식은 일부 현대 패러다임과는 달리 창조, 죄, 심지어 구속에 관한 것도 아니다. 그의 문화 비평은 일관되게 성경적 균형을 유지한다. 

4. 표면 아래를 살펴보라

아우구스티누스의 문화 비평은 전혀 얄팍하지 않다. 그는 문화가 스스로에 대해 말하는 것을 분석하는 데 만족하지 않는다. 표면 아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밝히기 위해 지각판을 파헤친다. 

아우구스티누스에게서 구조 분석의 핵심은 사랑이다. 두 도시가 두 가지 사랑으로 만들어졌다. 하나님에 대한 사랑과 자신에 대한 사랑이다. 실제로 사랑은 사상보다 더 깊다. 그는 이렇게 썼다. “영혼을 움직이는 건 사랑이고, 몸을 움직이는 건 무게이다.” 문화 사상과 행동 또는 태도를 접할 때 그의 반사적인 반응은 “이것이 드러내는 건 어떤 사랑인가?”라는 질문이다. 오늘날 우리가 현대 문화를 고찰할 때 여전히 사용할 수 있는 예리한 질문이다!

5. 대립과 성취 사이의 잘못된 선택을 거부하라

아우구스티누스는 두 도시 사이의 대립만을 보는 그리고 하나님의 도시가 지상 도시의 가장 깊은 갈망을 어떻게 충족시키는지만 보는, 쌍둥이처럼 닮은 두 가지 함정을 피한다. 더불어서 대립과 성취 차이를 애매하게 가로지르는 미지근한 타협도 피한다.

그의 독특한 전략은 책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단어를 통해서 놀랍도록 분명하게 드러난다. “가장 영광스러운 것은 하나님의 도성이다….” “영광”은 로마를 특징 짓는 가치였다. 로마가 적을 어떻게 정복하고 멸망시켰는지를 보면 로마의 영광이 분명해진다. 따라서 로마의 영광은 결코 기독교의 미덕이 아니었다. 

만약에 아우구스티누스가 오늘날 책을 쓴다면, 그 책은 현대인에게 가장 감각적으로 다가갈 단어를 써서 이런 식으로 시작할 것이다. “모든 사람 중에서 가장 해방된 이가 그리스도인이다.” 또는 “나의 하나님은 당신보다 더 깨어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에게 이런 식의 언어는 선을 넘는 것이다. “아우구스티누스, 당신은 지금 현대 문화의 상징인 Kool-Aid를 마신 거요[Drink the Kool-Aid: 무언가를 심각할 정도로 믿는다는 뜻의 은어_편주]. 그런 단어를 사용하면 안 됩니다. 불필요하게 도발적이고 잠재적으로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로마인과 어울리다가 같이 망하지 말고 그들로부터 탈출하세요!”

그러나 이런 식으로 반대하는 사람은 영광에 대한 아우구스티누스의 정의가 로마가 말하는 영광의 정의와 정반대라는 사실을 잊고 있다. 그가 말하는 영광은 자신을 높이고 노예를 거느리는 가이사의 영광이 아니다. 자신을 비우고 남을 섬기는 그리스도의 영광이다. 영광에 대한 호소는 두 가지를 동시에 달성하는 화려한 시발점으로도 볼 수 있다. 그는 하나님의 도성을 로마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영광을 가장 깊고 진실하게 실현하는 형태로서 설정한다. 그러나 동시에 영광에 대한 로마의 이해는 한낱 뒤틀린 환상에 불과하며 로마 안에는 진짜 영광이 없다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다. 

하나님의 도성은 성경의 패턴을 따른다. 고린도전서 1장에서 바울은 하나님의 미련함을 세상 지혜와 철저한 대조(20-23절)인 동시에 세상 지혜가 추구하는 모든 것의 완전한 성취(25, 30-31절)로 제시한다. 따라서 우리는 복음 선포를 대조 또는 성취 중에서 선택할 이유가 없다. 복음은 이 두 가지를 다 포함한다. 

6. 교회와 문화의 복잡한 관계를 이해하라

아우구스티누스가 주는 마지막 교훈은 하나님의 도시와 지상의 도시가 현시대에는 서로 얽혀서 뗄 수 없는 관계이지만, 최종 심판의 날 완전히 분리될 운명이라는 사실이다. 지나치게 대조를 강조하는 문화 비평의 접근 방식은 두 도시를 완전히 별개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문화가 형성하는 여러 방식에 무지하기 쉽다. 반대로 지나치게 성취를 강조하는 접근 방식은 두 도시를 근본 가치에서 동일한 대안의 표현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적절한 수준의 복음 외에는 세상을 향해 그 어떤 것도 제대로 선포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아우구스티누스가 보여주는 성경의 틀은 우리가 굳이 감당하기 힘든 두 가지 선택지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필요가 없음을 보여준다. 이 시대에도 두 도시는 여전히 얽혀 있다. 세상 “문화”는 결코 문밖에 서서 교회가 문을 열어주기만 얌전히 기다리고 있지 않는다. 좋든 싫든 세상 문화는 교회 안으로 들어와서 우리를 형성한다. 동시에 전혀 다른 운명을 가진 두 도시의 운명은 후기 현대적 사고방식이 아무리 편안하게 느껴지더라도 이 세상은 결코 본향이 아니고 우리는 세상을 비판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행여라도 우리가 후기 현대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우리가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것이다.) 

하나님의 도성은 우리 시대에 성경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민감함을 잃지 않고 현대 문화 속에 참여하려는 그리스도인에게 청사진을 제공한다. 지난 세월, 이 책이 가진 광채를 모방하려는 작가가 적지 않았지만, 그 누구도 감히 능가하지는 못했다. 

하나님의 도성
아우구스티누스
히포의 주교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기독교 역사의 중심인물의 한 사람이었으며, 하나님의 도성은 가장 위대한 신학 저서 중 하나이다. 로마제국이 무너지기 직전에 신앙을 변호하기 위해 쓴 이 책은 로마의 고대 이교, 그리스 철학자의 주장, 그리고 성경의 계시를 고찰한다. 로마라는 당시 세계 최고의 정치 경험을 뛰어넘어 영원히 지속될 시민권을 제공하는 하나님 나라 시민이 걸어야 할 길을 제시하는 하나님의 도성은 기독교 발전에 가장 막대한 영향을 끼친 저작 중 하나이다.

원제: Augustine Could’ve Written ‘City of God’ in 2022 

크리스 왓킨 Chris Watkin | Monash University의 인문학부 교수이며 Biblical Critical Theory 등의 저자이다. 

이 칼럼은 개혁주의적 신학과 복음중심적 신앙을 전파하기 위해 2005년 미국에서 설립된 The Gospel Coalition(복음연합)의 컨텐츠로, 본지와 협약에 따라 게재되고 있습니다. www.tgc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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