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가정법원이 성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한 남성에게 어린 자녀들과 접촉하지 말라고 명령했다.
2차 성징이 아직 오지 않은 어린 자녀들도 아버지로 인해 자신의 성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등 취약한 환경에 놓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1일(현지시간) 일간 디오스트레일리안에 따르면 호주 가정법원의 카일리 벡하우스 판사는 세 자녀를 둔 남성 A씨에게 세 아이 중 둘째(13세), 셋째(8세)와 4개월 동안 접촉을 금지하고 4개월이 지난 뒤에도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에만 만날 수 있다고 판결했다.
A씨는 2003년부터 여자친구와 동거하기 시작해 세 아이를 낳았다.
하지만 2009년 우울증 진단을 받았고, 첫째의 중학교 등교일에 여성 드레스를 입는 등 성 정체성에 혼란을 느꼈다.
2019년에는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로 약을 처방받았고, 결국 그 해 아이들의 어머니와 별거에 들어갔다.
두 사람이 별거하자 장녀(16)는 부모와 각자 번갈아 살았고, 2020년 자신이 생물학적으로는 여성이지만 남성으로 불리고 싶다고 선언했다.
또 2차 성징이 오지 않도록 약을 먹기 시작했고 호주의 수능시험인 고등학교 수료 시험(HSC)을 본 뒤에는 유방절제술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아이들의 어머니가 크게 괴로워하며 반대하자 장녀는 2021년부터 A씨와 살기 시작했다.
장녀가 A씨와 살자 둘째도 역시 A씨와 살길 희망했고 아이들의 어머니는 이를 막아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벡하우스 판사는 A씨와 둘째·셋째의 접촉 금지 명령을 내리며 A씨가 전통적인 성 규범을 따르지 않고 자녀들에게 자신들의 성 정체성에 의문을 갖도록 부추겼다고 판단했다.
벡하우스 판사는 “그의 양육 능력을 비판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 성 규범과 기대에 따르지 않는 방식으로 자녀를 양육해 자녀가 혼란스러워하고 성 정체성에 의문을 갖게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녀가 사회적 성 규범과 기대를 거부하는 것을 부모가 허락하는 것이 명백하게 해로운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자녀들이 부모의 별거 이후 소속감에 의문을 가지는 상황에서 성 정체성에 혼란을 갖도록 부추기는 것은 자녀들을 더 취약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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