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헬 안보 공백 우려 현실화…군부 임명 총리, 차드 방문
“모든 당사자와 대화 가능성 열려 있어…독립 존중돼야”
군사정변(쿠데타)이 발발한 서아프리카 니제르의 서부 접경 지역에서 무장단체의 공격으로 군인 최소 17명이 숨졌다.
쿠데타 이후 불안한 정세가 이어지면서 제기된 사헬(사하라 사막 이남 주변) 지역의 대테러 안보 공백 우려가 현실화하는 양상이다.
16일(현지시간) 알자지라 방송과 dpa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서부 말리와 부르키나파소 접경인 쿠투구 마을 인근에서 무장단체의 매복 공격으로 니제르군 최소 17명이 숨지고 20명이 다쳤다고 과도정부 국방부가 밝혔다.
니제르군은 반격 과정에서 무장단체 대원 100명 이상을 사살했다고 국방부는 덧붙였다.
지난달 26일 니제르 군부의 쿠데타 이후 서부 접경 지역에서 이슬람 무장단체의 군을 겨냥한 공격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알자지라 방송은 전했다.
사헬 지역의 알카에다, 이슬람국가(IS) 등 이슬람 급진세력과 연계된 무장단체의 준동은 2012년 말리에서 시작돼 2015년부터 니제르와 부르키나파소로 확산했다.
이후 말리와 부르키나파소 동부와 니제르 서부의 접경 지역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의 공격이 빈발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서방은 프랑스군 1천500명과 미군 1천100명을 포함해 독일, 이탈리아 등의 병력이 주둔하는 니제르를 거점으로 이슬람 무장단체 소탕 작전을 지원해 왔다.
그러나 3주 전 니제르에서 쿠데타가 발발한 이후 이런 군사 협력이 중단됐고, 향후 협력 전망도 불투명하다고 dpa 통신은 짚었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이브라힘 야하야 이브라힘은 알자지라 방송에서 “니제르 쿠데타가 성공한다면 말리나 부르키나파소의 전철을 밟아 결국 프랑스군 등의 완전 철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니제르 군부가 임명한 알리 마하만 라민 제인 총리가 동쪽 접경국 차드를 방문했다고 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제인 총리는 전날 수도 은자메나에서 차드의 정부 수반인 마하마트 이드리스 데비 차드 과도군사위원회 의장을 만나 니제르 쿠데타 주체인 이른바 ‘조국수호국민회의'(CNSP)의 압두라흐마네 티아니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제인 총리는 데비 의장과 면담 후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는 과도기의 과정에 있으며 모든 관련 당사자와 대화 가능성은 열려 있다”면서도 “우리의 독립은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데비 의장은 쿠데타 발발 직후인 지난달 30일 니제르 수도 니아메를 찾아 쿠데타를 주도한 티아니 대통령 경호실장과 억류 중인 모하메드 바줌 대통령을 각각 만나 중재를 시도한 인물이다.
차드는 서아프리카 15개국 연합체인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의 회원국은 아니지만 인접국으로서 알제리와 마찬가지로 니제르에 대한 ECOWAS의 군사 개입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ECOWAS는 오는 17∼18일 가나 수도 아크라에서 군참모총장 회의를 열고 니제르 군사 개입에 대비한 후속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ECOWAS는 지난 10일 긴급정상회의에서 니제르의 헌정 질서 복구를 위한 군사 개입에 대비할 수 있도록 대기 병력의 배치를 승인하면서도 평화적 방법에 따른 사태 해결에 핵심 우선순위를 둔다며 외교적 해법을 강조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전날 기자들에게 “ECOWAS를 비롯한 여러 국가가 니제르의 헌정 질서를 파괴한 군부에 가하는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며 “외교를 통한 사태 해결 가능성이 아직 남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전날 말리 군정 수반인 아시미 고이타 대령과 전화 통화에서 평화적·외교적 수단을 통한 니제르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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