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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준기 칼럼] 교회는 제자들이다

사진: Unsplash의Josh Applegate

송준기 목사는 ‘교회와 선교는 하나’라는 주장을 이론만이 아닌, 선교적 교회 개척 실행의 순종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 그동안 그같은 생각과 순종의 여정을 저서 <끝까지 가라> 등 10권의 책에 담아냈다. 이 칼럼은 그의 저서 발췌와 집필을 통해 선교적 교회의 다양한 모습을 소개한다. <편집자>

교회는 예수님의 터 위에 섰다. 예수님의 말씀을 믿고 실행하는 사람들이 모여 교회로 불려온 지 2천 년이 넘는다. 예수님은 그동안 한 번도 누군가에게 교회를 개척하라고 명령하시지 않았다. 오히려 교회는 예수님 당신이 직접 세우시겠다고 말씀하셨다(마 16:18). 다만 우리에게 가서 제자 삼으라고 하셨을 뿐이다(마 28:19,20).

여기 고시원 교회를 세웠던 나의 이야기가 하나 있다.

청년기. 기도하던 중에 나는 교회를 세우고 싶었다. 미친 듯 목회가 하고 싶었다. 사실, 어렸을 때부터 주변 사람들이 목사나 선교사가 되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한 번도 귀담아 듣지 않았다.

그런 일들은 변화산에 올라 모세와 엘리야와 함께 예수님과 대화한 사람만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천둥과 폭풍 속에서 하나님의 쩌렁 쩌렁한 음성을 들었다거나, 갑자기 심각한 질병이 기적적으로 나았다거나, 목숨을 바치기로 서원한 사람들이나 가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내게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기대했던 것처럼 소명이 화끈하게(?) 주어지지 않더라도 상관없었다. 무조건 목사가 되고 싶었다. 그것도 ‘당장’ 되고 싶었다.

조금도 지체하고 싶지 않았다. 기도의 자리에서 소원이 생기자마자 이불 보따리를 매고 서울로 올라갔다. 모교회 목사님이 공부하신 신학교가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학교가 있는 사당동으로 갔다. 어머니께 공중전화로 소식을 전했다. 밤 9시였다. 배가 무지 고팠다. 주머니에는 3만 원이 있었다. 동네를 돌다보니 언뜻 “숙식 제공” 알바 광고가 눈에 띄었다. 고시원 앞이었다.

“매직 고시원”

다른 선택이 없었다. 나는 매직 고시원에서 24시간 총무 알바를 시작했다. 사무실을 밤새 지키고, 120개의 방을 돌면서 시기에 맞춰 월세를 수금하는 일이었다. 밥은 공짜였고, 월급은 방을 제공하는 대신 60만 원이었다.

그곳은 매우 비좁았다. 심지어 사무실도 책상 하나 침대 하나가 간신히 들어가는 크기였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무조건 신학대학원에 진학해야 했으니까.

방마다 돌며 수금을 하는데 마음이 참담했다. 나보다 더 가난한 사람들이 가득했다. 알코올중독자, 마약중독자, 가출 청소년, 직업여성들, 사업에 실패하고 빚쟁이들을 피해 숨어있는 가장들.

그들을 만나면서 가슴에 불이 붙었다. 교회를 개척하기 위해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어 보였다. 나는 장부를 하나 더 만들었다. 원래의 장부는 수금을 위한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전도를 위한 것이었다. 그 장부의 표지에 “매직교회”라고 적었다.

그 안에 방 번호와 이름을 넣었다. 그리고 각자의 기도제목을 넣을 빈칸을 만들었다. 매일 7개의 방을 방문하며 나름 심방을 시작했다.

예수님은 세리와 죄인의 친구셨다(눅 7:34). 당시 예수님이 서울 어딘가를 방문하신다면 나는 그곳이 매직 고시원일 것만 같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예수님이 너무너무 필요한 사람들이었다. 가난하고, 심신이 망가져있고, 진리의 빛이 없어서 고생하고, 어둠의 세력에게 정신적으로 억압받고, 영적으로 짓눌려 있었다. 그렇게 고시원 목회가 시작되었다.

사무실에서 노트를 들고 기도한 후 각 방을 방문했다. 사람들은 수금날짜가 아닌데 총무가 방문한 것을 의아해했다. 나는 “새로 온 총무라 대화를 해보고 싶다”라고 했다. 한 명도 거절하는 사람이 없었다. 대화는 주로 고시원 옥상에서 진행되었다. 거기에 비바람에 낡은 소파가 두 개 있었다.

전도가 시작된 지 몇 주가 지났다. 그런데 66호 방 아저씨를 만나기 힘들었다(성함은 기억이 안 나고 방 번호만 기억난다). 그 방에서는 시체 썩는 냄새 같은 것이 났다. 노크를 해도 늘 대답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방문을 열고 대화에 응해주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방에서만 틀어박혀 지내던 그는 마약중독자이자 도망자였다. 사업에 실패하고 동업자에게 배신을 당해 사기 누명까지 쓴 모양이었다.

유명한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유학까지 다녀온 수재로, 단란한 가정을 꾸렸고, 약국사업도 승승장구했다. 10개가 넘는 약국이 모두 잘 되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마약성 약품을 빼돌리기 시작하면서 시작되었다.

이 사실을 안 동업자가 먼저 그를 신고했다. 그 과정에서 배신감을 느낀 후부터 그가 망가지기 시작했다. 둘은 죽마고우 동업자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심하게 서로 미워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동업자가 서류를 꾸며 모든 재산을 처분해서 사라졌다. 그래서 그는 천문학적인 양의 빚을 지게 되었다고 했다. 이후 가정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서류상 이혼을 하고, 1년 정도 숨어사는 과정에서 다시 마약을 시작했고, 감옥에도 여러 번 다녀왔다. 그러면서 가족은 뿔뿔이 흩어졌고, 그는 아직도 매일 술과 약을 달고 살았다.

점심에 시작한 이야기가 저녁까지 이어졌다. 말을 다 마치고 그가 내게 고기를 사주고 싶다고 했다. 누군가 자기 이야기를 그렇게 오래 들어준 적이 없다면서. 또 대화를 하다가 반나절이나 술을 먹지 않은 스스로를 대견스러워 했다.

식당에서 그가 물었다.

“그런데 뭐 하는 사람이기에 내 이야기를 이렇게 오래 들어주는 거야?”

나는 떠오르는 대로 바로 대답했다.

“사랑해서요.”

뜬금없는 짧은 말에 하나님이 역사해 주셨다. 한동안 침묵하던 그가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

그는 오가면서 내가 기도하던 모습을 여러 번 봤다고 했다. 처음에는 내가 아픈 사람인 줄 알았다고 한다. 그런데 볼 때 마다 웅크리고 중얼거리고 있어서 한번은 뭐라고 하는지 엿들어보았다고 한다(고시원은 방음이 전혀 되지 않는다. 아무리 작게 중얼거려도 조금만 귀를 기울이면 다 들린다).

그랬더니 고시원 사람들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하더라는 것이다. 그 이후로 새로 온 고시원 총무가 방마다 방문해서 대화를 하고 전도를 했다는 소문도 들었다고 한다. 내가 목사가 될 사람이라는 소문도.

그는 평생 교회에 한 번도 가본 적은 없지만, 자기 차례가 되기를 오래 기다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하나님이 정말 계세요? 그럼 저는 뭘 하면 되죠?”

나는 한 것이 없었다. 단지 그를 위해 몇 주 동안 기도했을 뿐이다. 그리고 만나서도 한 일이 없었다. 다만 반나절을 그의 어두운 인생이야기를 들은 것이 전부였다. 그는 하나님이 이미 전도를 해두신 영혼이었다.

나는 대답했다.

“예수님을 믿으시면 돼요. 형님, 제가 기도해 드릴게요.”

우리는 갈매기살을 굽던 그 자리에서 함께 기도했다. 영접 기도도 했다. 그리고 내가 읽던 성경책을 당장 주었다. 우리는 식사 후에 다시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날 밤, 매직고시원 옥상에서는 철야예배가 진행되었다. 나는 그에게 찬송가 <나 같은 죄인 살리신>을 가르쳐주었다. 우리는 400번쯤 반복해서 불렀다. 부르는 동안 지난 몇 주간 영접했던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 올라왔다.

진실은 진실한 행동에 의해서만 다른 사람에게 전달된다_톨스토이(Leo Tolstoy)

[복음기도신문]

이 칼럼은 필자의 저서 <끝까지 가라(도서출판 규장)>에서 저자의 허락을 받아 발췌,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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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준기 | 총신신대원 졸. 웨이처치 담임 목사. ‘교회와 선교는 하나’라는 주장을 이론만이 아닌, 선교적 교회 개척 실행을 통해 순종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저서 <끝까지 가라> 등 10권의 책에 그동안의 생각과 순종의 여정을 담았다.

<저작권자 ⓒ 내 손안의 하나님 나라, 진리로 세계를 열어주는 복음기도신문. 출처를 기재하고 사용하세요.> 제보 및 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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