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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해방의 날, 경찰서에서 석방된 선생님과 만세부르며 울었다

▲ 광복을 맞아 손에 태극기를 들고 거리로 나온 시민들의 모습. 사진: KBS 한국전쟁 10부작 캡처

[정전협정 70주년 특별기획]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3)

일제 치하의 삶

일제 시대말 일본의 수탈정책은 가속화 되었고 공출명목으로 각 가정에 있는 놋그릇을 강제로 빼앗아갔다. 이른바 애국부인회를 조직해 가두방송을 하며 부녀자들의 파마 머리 치장을 금지하였고 펑퍼짐한 몸빼 바지 착용을 강요하기도 했다. 4학년 이상 학생들은 수업을 하다가도 여러 가지 명목으로 강제 동원됐다. 전쟁물자의 하나인 소나무 기름을 채취하기 위해 학생들을 마구 동원했다.

한번은 나도 보리베기(무기가리)할 때 동원되었는데 그때 보리를 베다가 실수로 왼손 새끼손가락을 다쳤다. 낫질을 하다가 손가락을 베어 지금까지 손톱이 삼각형으로 자라나 오랫동안 내 신체의 특징이 되었다.

매주 월요일이면 4학년 이상 전교생은 장대 뒷산에 올라 신사참배를 했다. 5학년 어느 추운 겨울날, 나무신(지금으로 말하면 나무 슬리퍼)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갑바 또는 피댓줄을 잘라 거기에 못을 박아 만든 나무신(게다)의 못이 빠져버린 것이다. 못이 발목을 찔러 복숭아 뼈에서 피가 흐르는 바람에 신사참배 도중 엎드려 피를 닦다가 왜놈 선생 ‘쓰지타(土田)’로부터 모진 폭행을 당했던 기억은 지금 생각해도 가슴 아프다. 신사는 200m의 계단을 올라가야 했다.

그런 엄동설한에 나는 양말조차 신지 못했다. 억울한 일을 겪을 때마다 부모님의 무능함을 한탄했던 기억이 난다. 신사참배 때 ‘기미가요’라는 일본 국가를 부르지 못하면 비국민 취급을 받을 때여서 얼마나 열심히 불렀는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모래알 같은 돌이 큰 바위가 되어 청태가 끼어 영원무궁한 성장을 기원한다…’ 대략 그런 내용으로 기억된다.

한국청년들이 일본군에 징집되어 출정할 때면 애국부인회가 목도리를 출정군인들의 목에 걸어주며 무운장구를 비는 행사를 벌였다. 무명수건에 ‘무운장구’라는 큰 글을 수놓아 가가호호 방문하며 전달했다. 이 수건은 여러 사람이 한 뜸씩 수를 놓아 완성하는 일명 ‘센지바리’(1천명이 수를 놓는다는 뜻) 행사를 통해 만들어졌다.

해방의 날이 오다

1945년 8월 15일 마침내 조국이 해방되었다. 그날 오후 6학년 담임이셨던 임 선생님(임건, 하야시 겐사브)이 제일 먼저 보고 싶었다. 임 선생님은 해방되기 4개월 전에 항일 비밀조직에 가담한 사실이 왜경에 발각돼 투옥 중이셨다. 당시엔 통신 사정이 열악하여 전화는 주로 관공서나 상류급 인사 가정에만 보급되던 시절이다.

나는 발로 뛰며 이황근, 양장모, 장진택, 김석근, 최일득, 지선구 등 친구들에게 연락하여 단양경찰서를 찾아갔다. 마침 석방되는 선생님을 만나 부둥켜안고 만세를 부르며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그때 함께했던 동창들은 지금은 대다수 고인이 되었고 유일하게 양장모만이 생존해 있으니 흘러간 세월이 무상하다.

해방이 되자 큰 형님 운학은 식구들을 데리고 분가하여 이발 기술을 배워 월급쟁이를 하게 되었고 둘째 형님 봉학은 어느 날 갑자기 행방불명이 되었다. 1976년 12월 12일 아버님이 작고하시고 어머님은 1994년 5월 20일에 작고하셨다. 어머님은 아버님보다 18년을 더 사시다가 가셨는데 단양면 중분리에 있는 공동묘지에 아버님과 함께 합장하였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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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학 | 1934~2013. 충남 단양 생(生). 학도병으로 6.25전쟁 참전. 삼미그룹 총무과장 정년퇴직. 서울 노원구 국가유공자수훈회 사무국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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