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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란민 행렬에 총탄 세례…수단 서다르푸르 ‘인종 청소’ 암운

▲수단 군벌간 무력 분쟁 속에 아수라장이 된 서다르푸르주 주도 주네이나의 시장.(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군벌간의 무력 충돌이 종족간 유혈사태로 비화하고 있는 북아프리카 수단 다르푸르에서 피란 행렬에 오른 민간인들이 무참히 살해되고 있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서다르푸르 주(州) 주도 주네이나에서 탈출해 국경 넘어 차드로 도피한 이브라힘은 “지난 14일 주네이나의 정부군 본부 인근에서 많은 사람이 신변 보호를 요청했지만 가로막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갑자기 민병대 대원들이 등장해 사람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했다”며 “수천 명이 도망치는데 놀랐다. 사람들이 죽었고 일부는 발에 밟혔다”고 참사 당시 상황을 전했다.

국경없는의사회(MSF)도 최근 나흘 동안 1만5천여명의 서다르푸르 주민들이 피란길에 올랐으며, 주네이나를 벗어나려던 사람들이 총탄에 맞아 살해됐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 설명했다.

MSF는 이 과정에서 성폭행 사례도 보고됐다고 덧붙였다.

차드에 머무는 한 피란민은 “주네이나 주민들은 모두 피란길에 올랐다. 대부분은 걸어서 동북쪽으로 향했지만, 그들 중 상당수는 피란 도중 살해당했다”고 말했다.

주네이나 주민들이 본격적인 대피 행렬에 나선 것은 지난 14일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과 아랍 민병대의 민간인 학살을 비판했던 서다르푸르 주지사가 살해당한 뒤부터다.

현지 활동가 등은 RSF와 아랍계 민병대가 비(非) 아랍계 주민들을 닥치는 대로 죽이고 있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주네이나에서 가장 규모가 큰 마살리트 부족 지도자 술단 사아드 바렐딘은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최근 조직적인 살인이 이뤄지고 있다. 주네이나에서 안드레로 가는 도로에는 많은 시체가 나뒹굴고 있다.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렵다”고 상황을 전했다.

차드로 도피한 주네이나 주민 압델 나세르 압둘라는 “집이 습격당했고 조카들이 살해됐다. 나는 지붕에 숨어서 겨우 살아남았다”며 “그들은 마살리트 부족뿐만 아니라 피부색이 검은 사람은 모두 찾아 죽였다”고 말했다.

아랍계 유목민과 비아랍계 토착 농민 간의 분쟁이 불씨가 된 다르푸르 대학살의 재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2003~2004년 수단 서부 다르푸르에서는 오마르 알바시르 당시 대통령 정부가 차별에 대항하기 위해 무장 봉기한 비아랍계 주민들을 아랍계 잔자위드 민병대를 동원해 진압하는 과정에서 약 30만명이 목숨을 잃고 160만명이 고향을 떠나 난민이 됐다.

당시 학살을 주도했던 민병대 잔자위드는 지난 4월 15일부터 정부군과 무력으로 대치하고 있는 RSF의 뿌리가 됐다.

하지만 RSF를 이끄는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사령관은 정부군이 일부 부족들을 무장시켜 폭력을 조장하고 있다면서, 주네이나 학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예고했다.

반면,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이 이끄는 정부군은 서다르푸르 주지사의 죽음을 비롯한 최근 서다르푸르 폭력 사태의 배후로 RSF를 지목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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